제프 베이조스·빌 게이츠·마크 저커버그도 주목하는 산업
뉴럴링크, 뇌 신경 질환 해결 기대… 안정성은 여전히 의문

뇌에 이식하는 BCI칩 [사진=뉴럴링크]
뇌에 이식하는 BCI칩 [사진=뉴럴링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얼마 전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BCI(Brain-Computer Interfac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BCI는 인간의 뇌 신경세포(뉴런)를 감지하고 해석하여 컴퓨터나 외부 장치와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해준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문서로 옮기려면 펜으로 종이에 직접 쓰거나 키보드를 이용해 컴퓨터에 입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펜과 종이, 키보드를 인터페이스라 부른다.

이 과정에서 BCI는 사람의 손으로 인터페이스를 조작하는 과정 없이 생각만으로 키보드를 입력하거나 로봇팔을 움직여 물건을 집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BCI 기술은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침습형은 초소형칩을 뇌에 직접 이식해 뉴런의 신호를 직접 감지하고 무선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뉴런의 미세한 신호를 직접 읽을 수 있어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두개골을 절개해 뇌를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비침습형은 신체에 부착되는 센서를 사용해 뇌파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으로 침습형보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수술이 필요 없어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이번에 뉴럴링크는 침습형 BCI를 통해 사람의 생각을 외부 기기에 구현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면 심각한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뇌 임플란트를 사용해 커서를 움직이며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거나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0년대 들어 사지마비된 환자도 전자기기 조작 가능해져

이처럼 과거에는 공상과학처럼 들리던 BCI 기술은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의 뇌에 전기적 자극을 가하면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1870년대에 처음 입증됐다. 이후 1950년대부터 구체적 연결고리를 찾는 기초연구가 본격화됐고, 21세기 들어서는 뇌신경과학과 전자공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여러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원숭이 뇌에 전극을 이식해 뇌파 측정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데 성공했으며, 2004년엔 비영리목적 BCI 연구 컨소시엄인 ‘브레인게이트’ 연구진이 사지가 마비된 환자 뇌에 미세 전극을 이식해 생각만으로 TV를 작동하고 이메일을 보내도록 했다.

2007년에는 척수 손상으로 목 아래로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65세 남성 환자의 뇌에 전자칩 2개를 이식해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자를 쓸 수 있게 했으며,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무선 칩을 뇌에 이식한 사지 마비 환자가 태블릿PC를 조종하거나 환자가 스스로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뉴럴링크도 지난 2019년 생쥐를 시작으로 돼지에 컴퓨터 칩을 심어 뇌 신호를 수집했고 원숭이 뇌에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뉴럴링크가 사용한 방식은 이전 BCI 기술과는 달리 뇌 신호를 무선으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기존 BCI는 뇌에 이식된 전극에서 보내 오는 신호를 긴 전선을 이용해 유선으로 수신했다. 

반면, 뉴럴링크의 BCI는 뉴런의 신호를 감지하는 칩과 송수신 장치가 일체화된 동전 크기의 전자장치를 뇌에 이식해 생각만으로 전자 장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론 머스크는 이 기술을 ‘텔레파시’라 부른다.

중국 칭화대가 공개한 첫 NEO 이식 환자의 모습 [사진=홍콩 명보]
중국 칭화대가 공개한 첫 NEO 이식 환자의 모습 [사진=홍콩 명보]

뉴럴링크의 임상시험 발표 8시간 후에는 중국 연구진도 인간 뇌에 무선 컴퓨터 장치(칩)를 이식해 전기 신호를 몸에 전달하게 하는 연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중국 칭화대 의학원 홍포 교수팀이 사지가 마비된 환자 뇌에 무선 컴퓨터 장치(칩) ‘신경 전자 기회’(NEO)를 이식해 신경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환자가 손을 움직여 식사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성공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NEO가 뉴럴링크가 개발한 칩보다 습기에 더 강하고 신경세포 뉴런 손상 위험 없이 해당 성과를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어 NEO가 동전 두 개만 한 크기이며 신경 조직에 직접 이식하는 게 아니라 두개골에 장착되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뉴럴링크, 뇌 신경 질환 해결 기대… 안정성은 여전히 의문

뉴럴링크의 BCI 기술은 뇌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뇌 신경 질환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뇌에 이식된 텔레파시 칩이 다른 뉴런들과 협업하며 신호를 주고받고, 뇌파 생체신호를 만들어 전달할 수만 있다면 환자의 떨어진 뇌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뉴럴링크의 주장대로 인간의 뇌가 컴퓨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다면 각종 마비 증상이나 우울증, 실명 등 지금까지 의학적 치료가 어려웠던 복잡한 신경 질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동진 뉴럴링크 엔지니어링 부사장도 “회사의 단기 목표는 일반적인 뇌 관련 인터페이스를 완성하여 신경 부문이 쇠약하고 의학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몸의 주도권을 되찾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장기 목표는 수십억명의 사람들에게 우리 기술을 제공하여 인간의 잠재력을 깨우고 생물학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뇌 관련 모든 수술은 신체적 손상과 거부 반응이라는 내재적 위험이 있는 만큼 칩을 심었을 때 장기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럴링크에서 컴퓨터 칩을 이식받은 원숭이들이 전신 마비, 발작, 뇌부종 등의 부작용을 겪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동물권보호단체 와이어드는 보고서를 통해 “뉴럴링크에서 실험한 원숭이 중 12마리가 뇌부종, 부문 마비, 자해 행동 등 종류의 기이한 증상을 겪었고 결국 많은 원숭이가 안락사 됐다”고 주장했다.

인체 임상 이전에 시행되는 동물실험이 동물학대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뉴럴링크 전·현직 직원들과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2018년 이후 뉴럴링크의 실험으로 죽은 양과 돼지, 원숭이 등 동물이 총 1500마리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 [사진=와이브레인]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 [사진=와이브레인]

 

비침습형 BCI, 전자약 형태로 우울증·치매 등 난치성 질환 치료 기여

침습형 BCI와 달리 비침습형 BCI 제품은 ‘전자약’이라 불리며 우울증이나 치매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영국 뉴로발렌스가 개발한 헤드셋 방식의 불면증 치료용 전자약 ‘모디우스 슬립’은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수면과 각성주기를 주관하는 뇌의 시상하부 영역을 자극해서 불면증을 개선해주는데 잠들기 전 30분 동안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으면 수면의 질이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뉴로발렌스는 제2형 당뇨병과 비만에 대한 전자약도 개발 중이다.

미국 칼라헬스는 파킨슨 환자의 손떨림 증상을 개선하는 스마트 워치 개발에 성공했다. 손떨림 현상이 발생하면 스마트 워치가 자동으로 신경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수전증을 개선해준다.

국내의 경우 와이브레인의 우울증 치료용 전자약 ‘마인드스팀’과 뉴아인의 편두통 완화기기 ‘일렉시아’ 등이 대표적이다.

와이브레인은 마인드스캔을 통해 수집된 뇌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인드스팀을 이용해 개인 맞춤형의 치료를 제공하는 BCI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마인드스캔은 국내 238개 병의원에서 월 7230건의 측정이 진행되고 있고 누적 측정건수는 11만7970건을 달성했다. 마인드스팀은 국내 94개 병의원에서 월 3500건의 측정이 진행되고 있고 누적 처방건수는 3만9870건이다.

마인드스팀을 도입한 국내 정신과는 100곳이 넘는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충북대병원, 인천성모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 9곳도 마인드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BCI 상용화를 위한 국내 연구진의 노력도 더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조일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브레인칩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신경전달 물질의 농도를 정상범위로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신경전달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없었다.

조일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브레인칩은 뇌의 특정 영역에 삽입되어 신경전달물질뿐만 아니라 동시에 뇌신호 측정도 가능하다.

제작된 브레인칩은 기존의 뇌척수액 추출용 탐침보다 약 8배 정도 작은 0.1mm 크기로 제작돼 뇌에 삽입될 때 조직손상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있다. 현재 브레인칩 기술 수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뇌 신호는 약 2만개 정도인데 약 800억개에 달하는 뇌 신호 종류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지마비 환자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싱크론]
사지마비 환자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싱크론]

 

제프 베이조스·빌 게이츠·마크 저커버그도 BCI 상용화 추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일찌감치 BCI 기술에 투자해 오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2022년 벤처 캐피털 펀드를 통해 미국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싱크론’에 투자했다.

싱크론의 BCI 시스템은 이미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루게릭병 환자에 이식돼 시험 중이다. 싱크론의 BCI를 이식한 지원자는 눈의 움직임과 생각만으로 메시징 앱을 사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됐다.

BCI는 의료용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교육이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도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BCI를 통해 사용자가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더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뇌에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 먹거리로 AR·VR 사업을 밀고 있는 메타(페이스북)는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과 함께 생각만으로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헤드셋 기술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뇌가 손 근육으로 보내는 운동 신호를 해석하는 손목 밴드도 개발했다.

또, 손을 움직일 때 뇌가 보내는 전기적 신호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술을 개발한 BCI 스타트업 컨트롤랩스(CTRL-labs)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기술 확보에도 아낌 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게임 개발사들도 BCI에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환경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보다 실감나는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다.

BCI로 자동차나 비행기, 드론을 조작하는 것도 가능해 진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019년 '뇌-기계 인터페이스의 비수술적 미래를 향한 6가지 경로'라는 자료를 통해 활성 사이버 방어 시스템 및 무인 항공기의 제어 등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DARPA는 지난 2009년에는 말을 하려고 할 때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직접 주고받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사람과 사라 사이에서 텔레파시를 주고 받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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