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듯 사람 아닌 가상모델…광고업계에도 등장한 AI
비용, 모델 평판 리스크 등에서 우위
일자리 축소와 윤리적 문제는 여전한 숙제

[테크월드뉴스=주가영 기자] 생성 AI 기술이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을 넘어 각종 산업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린 ‘AI 패션위크’는 AI가 만든 패션쇼다. 디자이너들은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사용해 제작한 의상 컬렉션 이미지를 제출했다. 이렇듯 광고나 패션잡지 표지에 생성 AI가 만든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인간이 해왔던 것을 가상 모델이 대신하면서 기대와 동시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리바이스가 자사 홈페이지와 앱에 인공지능(AI)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리바이스]
리바이스가 자사 홈페이지와 앱에 인공지능(AI)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리바이스]

 

▶가상모델의 등장…다양성 충족

리바이스가 자사 홈페이지와 앱에 인공지능(AI)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BGR등 외신은 리바이스가 맞춤형 AI 모델을 만드는 디지털 패션 스튜디오 라라랜드닷에이아이(Lalaland.ai)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람 모델을 보완하기 위해 AI 생성 모델을 사용해 제품을 소개하는 모델 수와 다양성을 늘리려는 계획이다.

라라랜드닷에이아이는 AI를 사용해 패션 브랜드와 판매자들이 다양한 체형이나 나이, 키, 피부색 등을 반영한 AI 모델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 리바이스 사이트나 앱에서는 쇼핑할 때 제품마다 한 명의 사람 모델만 볼 수 있다. 회사는 소비자들이 자신과 닮은 모델을 보고 쇼핑하기 원하고, 모델은 소비자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 사이즈와 체형, 나이, 피부색 등 다양한 측면에서 모델을 다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이 모델을 보완하고, 소비자는 자신과 더 닮은 모델을 통해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등 개인적이고 포용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리바이스 측은 “AI가 사람 모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겠지만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적 역량에 기대가 크다”며 “인간 모델을 대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모델의 수와 다양성을 늘려나가기 위한 실험”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 뉴욕은 새롭게 출시될 마스카라 캠페인에서 AI를 활용해 ‘메이(May)’라는 이름의 가상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었다. [사진=메이블린 뉴욕]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 뉴욕은 새롭게 출시될 마스카라 캠페인에서 AI를 활용해 ‘메이(May)’라는 이름의 가상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었다. [사진=메이블린 뉴욕]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블린 뉴욕은 새롭게 출시될 마스카라 캠페인에서 AI를 활용해 ‘메이(May)’라는 이름의 가상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를 이용해 자사 베스트셀러 마스카라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아바타만 가질 수 있었던 초현실적인 제품을 출시했다.

메이블린 뉴욕의 글로벌 브랜드 경험 선임부사장(Senior Vice President)인 시바니 샤는 “마스카라를 통해 초현실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려면 그만큼 초현실적인 것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바로 메이가 등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블린 최초의 아바타와 함께 폴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됐다”며 “메이는 제품의 초현실적인 속눈썹 연장 스타일과 차세대 기술을 재미있고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도 AI 가상모델을 활용한 TV광고가 제작됐다. 일본음료 대기업인 이토엔은 새로운 녹차 음료 라인의 얼굴로 가상 인간 모델을 도입했다. AI가 여러 여성 얼굴 사진을 학습해 만들어 낸 이미지를 디자이너들이 미세조정 해 마무리해 제작했다. 제품 페트병 패키지 디자인을 제작하는 데도 AI가 활용됐다. 마찬가지로 AI가 제시한 여러 디자인용 이미지를 참고해 디자이너 검수를 거쳐 디자인을 선정했다.

이토엔 측은 “자연스러운 형태로 미래의 외모를 표현할 수 있는 등 범용성이 높다”며 “모두가 한눈에 아는 유명한 탤런트가 아니라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를 발신할 때의 임팩트는 약하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지난해 9월 AI 기반 제작 광고인 ‘보험을 더 쉽게’ 신규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 캠페인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AI 기술로 가상의 모델을 개발해 광고를 제작했다. 한국인 여성 이미지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결과물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지난해 9월 AI 기반 제작 광고인 ‘보험을 더 쉽게’ 신규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 [사진=교보라이프플래닛]
국내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은 지난해 9월 AI 기반 제작 광고인 ‘보험을 더 쉽게’ 신규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 [사진=교보라이프플래닛]

▶시간·비용·리스크 부담 ↓

기본적으로 모델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스튜디오 등 많은 인원과 장소가 필요하다. 퀄리티를 높이려면 그만큼 비용이 높아지는데다 모델의 계약기간이라는 제한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상모델은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도 많은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 이목구비는 물론 머리스타일, 옷, 배경, 인종과 나이까지 모든 것을 변경할 수 있으며, 많은 이미지를 위해 여러 번 촬영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줄어든다.

다양한 컬러와 포즈도 표현할 수 있어 패션 쪽에 이미지들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디자이너가 워하는 스타일링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그에 맞는 포즈나 배경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모델로 인해 발생하는 ‘모델 리스크’도 없다. 광고모델의 이미지는 곧 기업과도 연결된다. 가상모델은 실제 인간처럼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음료 대기업인 이토엔은 새로운 녹차 음료 라인의 얼굴로 가상 인간 모델을 도입했다. [사진=이토엔 유튜브]
일본음료 대기업인 이토엔은 새로운 녹차 음료 라인의 얼굴로 가상 인간 모델을 도입했다. [사진=이토엔 유튜브]

 

▶일자리 축소와 윤리적 문제 우려

인간의 얼굴과 목소리를 한 가상인간이 기업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서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상모델이 도입되면 자연스레 인간 모델은 물론 사진작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장소 섭외 담당자, 세트 제작자 등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상인간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도 있다. 최근 AI기술을 활용해 얼굴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지않아 가상인간이 특정인의 얼굴과 목소리 등 개인 특징을 비슷하게 모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을 재현한다거나 실존 인물을 본뜬 가상인간이 진짜 인간 행세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경우 인격권과 초상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외모지상주의 등 부적절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가상모델의 대부분은 젊고 예쁜 여성의 모습이다. 겉모습을 강조해 눈에 띄게 하는 것보다는 기업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가상모델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가상인간의 쓰임새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상인간이 아직은 움직임이나 표정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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