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방산수출 75% 증가… 세계 4위 방산수출국 목표
AESA 레이더, 전투기 엔진, 국방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 국산화

레드백 장갑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지난 10년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성장을 한 국가는 다름아닌 대한민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3~2017년에 비해 2018~2022년 방산수출 규모가 75% 이상 급성장하면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한국이 방산 강국으로 급부상한 비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 등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국가들이 무기 구입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무기 구매, 인건비, 기타 비용 등 포함)는 2조2000억달러를 기록하며 냉전 종식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합리적인 가격에 기존 5대 방산대국(미국·러시아·프랑스·중국·독일)에 비해 품질이 뒤처지지 않는 한국산 무기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단위 생산라인을 바탕으로 한 적시 납기 역량은 기존 5대 방산대국들이 갖추지 못한 차별화 된 경쟁우위였다. 

덕분에 한국은 2023년 기준 방산수출 세계 9위로 올라섰고 지난 5년간의 성장을 토대로 2027년까지 세계 4위 방산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제품 판매보다 더 시장 규모가 큰 MRO 사업

나아가 이 과정에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비중 확대도 꾀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향후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체계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MRO 사업 비중은 전체 무기 체계 시장 규모 대비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무기를 판매하는 것 보다 유지 보수가 더 쏠쏠한 먹거리인 셈이다.

실제로 독일 티센크룹은 잠수함을 1대 수출하고 30년 이상 MRO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영국 밥콕사도 잠수함 수출 국가와 연계한 MRO 사업이 주력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잠수함 1대 가격은 2조원 수준이지만 MRO 사업 규모는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방산 수출이 늘어날 수록 MRO 수요도 높아질 수 있어 방산 기업들이 MRO 사업 확장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방산 시장 '금맥'인 MRO 사업을 위해서는 주요 무기의 부품 국산화가 핵심이다. 다른 곳에서 대체할 수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방산 기업들은 주력 무기의 부품 국산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진=방위사업청]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진=방위사업청]

AESA 레이더 국산화 성과… 전투기 '심장' 엔진 국산화도 박차

우리 군은 KF-21로 대표되는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1년 KF-21의 시제기가 출고됐으며 2028년까지 KF-21 40대를 초도 생산해 전력화하고 2032년까지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4.5세대 세미 스텔스기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됐던 KF-21은 5.5세대로의 개량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다.

현재 KF-21은 국산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지속적인 부품 국산화를 통해 이를 80% 이상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KF-21은 '전투기의 눈'으로 불리는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외산 AESA 레이더를 장착하면 제조국 기술 보호를 위해 레이더와 연동되는 핵심 임무·항전 장비와 무장을 패키지화할 수밖에 없어 국산 장비와의 연동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우리 군과 정부는 2006년부터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국산화를 추진해왔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사가 협업하여 KF-21의 AESA 레이더를 자체 개발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 주관 아래 약 15년간 연구개발(R&D)을 통해 FA-50용 AESA 레이더 시제품도 만들었다.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 국산화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자체적인 항공엔진 개발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전투기 엔진은 수십톤 무게의 기체를 띄워 음속을 넘어서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성능, 수십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엔진의 고온을 견디는 소재기술 등이 요구된다.

KF-21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라이선스 기술로 국내에서 면허생산 한 F414 엔진이 들어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0여 년간 9800대 이상의 항공엔진을 생산한 경험을 바탕으로 5세대급 유·무인기용 엔진을 개발 중이다. 이미 가스터빈 엔진 분야의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GE와의 기술협약을 통해 엔진 부품 등의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주관, 2029년까지 497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무인기용 'TIT 1800K급 터보팬 항공엔진 저압터빈 내열합금 및 코팅 기술' 개발 과제 우선협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올해 1월부터는 1000마력급 무인기 엔진 핵심부품을 100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장(長)수명 엔진 소재, 7월부터는 기존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전투기 엔진용 인코넬 718 소재 개발에 나서는 등 항공엔진 기술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산안창호함 [사진=해군]
도산안창호함 [사진=해군]

잠수함 핵심 장비·K9 자주포 엔진 국산화… 국방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도 국산화 추진

한국은 지난 2011년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이 됐다. 1987년 독일에서 잠수함 3척을 들여 온 이후 5년 만인 1992년 1200톤급 잠수함을 국내에서 만들기 시작했으며, 2018년에는 3000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을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안창호함의 경우 국산화율이 75%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조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핵심 장비의 국산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잠수함의 작전 성능과 생존성을 높여주는 음향측심기, 음탐기 비콘(Beacon),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 등 잠수함 소나의 핵심 장비를 국산화했다.

음향측심기는 음파를 발사해 바다의 수심과 잠수함의 잠항심도를 측정한다. 음탐기 비콘은 조난 시 음파를 발사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는 작전 중인 바다 속 환경을 수시로 분석해 수온과 조류 등에 영향을 받는 잠수함 소나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특히 기존 수입 장비와 비교해 탁월한 가격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했다. 해외 독점업체로부터 수입해 온 이들 장비를 국산화함으로써 50%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이 장비들은 장보고-II급 성능개량 사업 등 이미 건조된 잠수함은 물론 앞으로 진행될 국내 잠수함 및 수출형 잠수함에도 탑재가 가능하다.

5년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함에 따라 장보고-III급 Batch-II 잠수함은 국산화율이 8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STX엔진은 K9 자주포용 1000마력급 엔진 국산화에 성공했다. 단 3년여 만에 엔진 설계와 시제품 제작, 엔진 성능 실험을 완료했다. 해당 엔진의 국산화로 신규 체계 장비 수출 물량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00대 이상의 수출, 약 6조 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핵심 중의 핵심, 방산용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도 국산화

우리 군은 2027년 국방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국산화할 계획이다.

국방 반도체는 무기체계 등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는 장비 모듈 부품 등에 쓰이는 반도체를 말한다. 대부분 시스템반도체로 설계 등 지식재산(IP)은 미국이 대부분 갖고 있고, 대만이 이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화합물 반도체, 고출력 RF반도체 등은 대만 업체 윈세미(Winsemi)가 세계 시장의 약 7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은 '국방 AI 및 반도체 발전 포럼'에서 "국방 AI 발전에 국방 반도체가 필수적"이라면서 "현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의 자급률을 개선하기 위해 산·학·연 및 산업부, 과기부 등 타 부처와 협업해 민군겸용 반도체 개발을 2024년부터 추진하고, 이와 동시에 2027년 국방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을 국산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2전차 및 K9 자주포 출고식 [사진=창원시]
K2전차 및 K9 자주포 출고식 [사진=창원시]

대전·창원 등 지자체도 방산 부품 국산화 기업 지원 나서

지자체들도 방산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업을 지원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는 방위산업 부품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369억원을 투입해 센서, 통신, 항법 등 방산 분야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주로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한 기술 개발 및 스마트공장 구축 △방산 분야 전환을 위한 창업 컨설팅 △군 수요 커스터마이징 고도화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센서 융합 감시정찰 부품, 다중제어 및 통신부품, 고정밀·고신뢰성 항법 및 전자기교란부품으로 분야를 나눠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핵심 방산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선점하겠다"며 "방산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이끌어 첨단 국방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첨단과학화와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창원에는 현대로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필두로 국가 지정 방산업체 83개사 중 19%에 해당하는 16개사가 소재하고 있다.

올해는 △방산중소기업 기술강화 지원사업(사업비 2억원) △항공·우주부품 기술경쟁력 강화 지원사업(사업비 2억원) △방산·항공부품 네트워크 지원사업(1억만원) △방위산업 맞춤형 전문인재 육성 및 지원사업(사업비 4억4000만원) △방위항공 부품 수출활성화 사업(사업비 2억5000만원) 등 관내 방위·항공우주부품 중소기업 및 관련 분야 진출 예정 기업의 네트워크 활동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사업들이 추진 중이다.

육군군수사령부(군수사)도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2023년 후반기 부품·정비능력 국산화 개발 전시회'를 통해 국내 350여 개 업체들이 부품 국산화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육군의 수리 부속 견본품과 형상·제원 등을 민간기업과 관계기관에 공개해 국내 업체들이 부품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군수사 관계자는 "국내 조달품목 중 규격 없이 견본품으로만 조달해 오던 95개의 품목을 규격화해 좋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성과"라며 "민·군 협력으로 육군 무기체계 부품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장비 정비 역량도 강화해 승리하는 육군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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