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30년까지 군사용 첨단 반도체 자체 생산
군사용 반도체 대부분 해외 의존… 국산화 노력 속속 '결실’
한화, 전력반도체 내재화 선언… RFHIC, 다수 방산 과제 통해 국산화 추진
우주항공 분야 반도체 부품도 국산화 '첫걸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이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갈등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유럽과 한국, 대만, 일본 반도체 기업에게도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이나 장비 등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그 강도 역시 강해지고 있다. 

반도체는 자율주행차나 AI, 6G 등 미래 기술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미래 산업의 기술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나 초강대국 미국이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도체가 군사·안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을 제재하는 미국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그간 미국은 첨단무기를 앞세워 군사 패권을 유지해 왔다.

지난 1991년 미국 CNN을 통해 보도된 걸프전은 전쟁의 참상 보다는 첨단무기들이 화제가 됐다.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 비행하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기억장치에는 일본 반도체가 사용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도 미국은 국방 분야 예산에만 1천조 원을 투입하며 이른바 '천조국'이라 불리며 전 세계 군사 패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군사 분야에 첨단 반도체를 마음껏 사용하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중국 반도체 제재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자국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질화갈륨 반도체가 사용된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 [사진=한화시스템]
질화갈륨 반도체가 사용된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 [사진=한화시스템]

미국, 2030년까지 군사용 첨단 반도체 자체 생산

세계적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현재 미국 반도체 회사인 자일링스로부터 최신 스텔스 전투기에 사용되는 반도체 생산을 위탁받아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미국은 TSMC에게 앞으로는 군수용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중국이 대만을 강제로 병합할 경우 대만 TSMC로부터 반도체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첨단 반도체 수요의 90%를 대만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국가 안보의 취약성"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통과된 반도체과학법을 기반으로 군사용 첨단 반도체의 자체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5년간 20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쏟아붓기로 했다.

러몬도 장관은 "드론부터 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교한 군사 장비는 반도체에 의존한다"며 "반도체과학법은 '국가 안보 계획(initiative)'"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는 미국 내 30개 주, 360개 기관이 참여한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이들 허브는 연구실과 생산 시설을 연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미국의 반도체 제작·제조·생산 능력을 강화하는데 동력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설정한 군사용 첨단 반도체 자체 생산 시점은 2030년이다. 미국의 계산대로 흘러간다면 그 후로는 첨단 반도체 공급을 자급자족하며 지금과 같이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군사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ET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군사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ETRI]

군사용 반도체 대부분 해외 의존… 국산화 노력 속속 '결실'

최근 방산강국으로 급부상한 우리나라도 군사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질화갈륨(GaN) 반도체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아직까지 질화갈륨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는 미국의 울프스피드·코보·GCS·HRL랩, 유럽의 UMS, 대만의 윈 세미컨덕터 등이 생산하고 있다. 국내 군수업체 상당수도 이들 해외 파운드리를 이용해 군사용 반도체를 제작한다.

즉,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언제든지 군사용 반도체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에서는 수년 전부터 군사용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9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중심으로 16개 산·학·연이 뭉쳐 융합연구 조직인 DMC(국방반도체) 융합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연구단에서는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성과를 냈다. 감시정찰 무기체계에 적용이 가능한 질화갈륨 집적회로 칩셋 및 모듈을 비롯하여 유도무기 체계에 적용 가능한 실리콘 고전압 스위치 전력소자 MCT와 근적외선 대역 APD, 비냉각형 적외선 영상센서 등을 개발했다.

특히 연구단은 에이사(AESA) 레이더용 송수신 단일 집적회로(MMIC)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에는 고출력증폭기, 저잡음증폭기 그리고 스위치 집적회로를 하나의 칩으로 만들어 냈다.

연구단은 실리콘반도체 기반 펄스파워용 고전압스위치로 적용되는 1400V 및 2500V급 MCT 전력반도체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냈다. 개발한 MCT는 외국 선진업체의 제품 성능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ETRI도 지난해 세계적 수준의 S-대역 300와트(W)급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 전력반도체 내재화 선언… RFHIC, 다수 방산 과제 통해 국산화 추진

방산 전문기업인 한화는 올해 초 전력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기존 지상·우주·해양을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질화갈륨 기반의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이 유력해 보인다. 한화그룹은 질화갈륨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는 데 국내외 기업의 인수합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설립된 RFHIC(알에프에이치아이씨)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무선주파수(RF·Radio Frequency)에 실리콘 대신 질화갈륨을 적용한 전력증폭기와 RF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왔다. 지난 2011년 방산 및 레이더 시장에 진출해 현재 방산 분야 매출이 약 3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수의 방산 기업에 무선통신용 질화갈륨 반도체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방위산업의 ISR, 전자전, 탐색기, 위성통신 분야에 대한 질화갈륨 MMIC(마이크로파 집적회로) 반도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다기능레이더용 X-대역 MMIC 국내공정 개발과제(산업자원부), 0.15um GaN MMIC 국내공정 개발과제(민군협력진흥원) 등 다수의 방산 과제를 수행 중이며, 유도무기용 질화갈륨 반도체 및 SSPA 개발(민군협력진흥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복합통신위성(GK3) 탑재체 개발사업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또, 최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에 실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도 RFHIC가 개발에 참여한 검증용 SSPA가 장착됐다.

우주항공 분야 반도체 개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사진=큐알티]
우주항공 분야 반도체 개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사진=큐알티]

우주항공 분야 반도체 부품도 국산화 '첫걸음'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반도체도 존재한다.

인공위성은 컴퓨터부터 파워, 카메라, 데이터 저장 장치 등 다양한 전자 유닛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유닛 한 개당 수백에서 1,000개 이상, 위성 전체로는 1만 개가 넘는 반도체가 사용된다.

우주용 반도체는 계산 능력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이는 우주용 반도체는 우주방사선에 대한 내성 설계와 극한의 온도 변화를 견디는 높은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텔 펜티엄과 성능이 비교될 정도면 개당 1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현재 우주 반도체 제작 기술은 소수의 우주 강국들만 갖고 있다 보니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용 반도체 부품을 모두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우주항공용 반도체 부품도 국산화 국책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신뢰성 분석 기업 큐알티는 국책과제 '우주급 다이오드 부품 개발'의 신뢰성 및 방사선 시험 수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큐알티는 우주항공 분야의 핵심 반도체 부품 중 하나인 '쇼트키 다이오드' 시험 수행을 맡아 우주 환경에서 해당 반도체 부품의 적합성 시험을 수행해 신뢰성을 확보하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우주항공 분야에 필수 적용되는 미국 국방성 군사 표준 규격 ‘밀스펙(MIL-STD-750)’에 따라 ▲기계적 충격 시험 ▲환경 시험 ▲수명 시험 ▲패키지 시험 ▲방열 시험 ▲방사선 시험 등을 종합적으로 진행해 품질 확보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정성수 큐알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주 환경의 특성상, 지구 대기권 밖의 급박한 온도 변화와 방사선으로부터 장비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부품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30년 이상 쌓아온 정밀한 신뢰성 평가와 분석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 항공우주 부품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어 내고, 나아가 미래 도심항공교통(UAM) 및 자율주행, 위성, 발사체 등의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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