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되면 약해지는 전기차의 현실
가장 일반적인 겨울철 배터리 열관리 기술, PTC 히터
히트펌프, 배터리 히팅 시스템 등 신기술 등장 중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전기차에 있어 겨울은 최악의 운행 조건이다. 전기차 동력원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구조적 특성상 외부 온도가 낮아지면 성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겨울만 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크게 줄어들며, 제 성능 또한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이제 과거의 얘기가 돼가고 있다. 최신 전기차들에 속속 배터리 관련 최신 기술이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 최악의 조건이다. [사진=BMW]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있어 최악의 조건이다. [사진=BMW]

 

▶ 겨울만 되면 약해지는 전기차의 현실

겨울철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은 특정 제조사나 전기차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BMW]
겨울철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은 특정 제조사나 전기차의 문제가 아니다. [사진=BMW]

외부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겨울철, 전기차의 전반적인 성능이 낮아지는 현상은 일부 운전자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전기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로 올해 1월, 환경부가 발표한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국내 출시 전기차의 상온과 저온 주행거리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는 상온을 섭씨 25도로 설정했으며, 저온은 영하 7도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같은 조건에서 전기차 주행거리 차이는 최대 110km에 달했다. 즉, 외부 온도가 낮아지는 겨울철이 되면 주행거리가 급격히 짧아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외부 온도가 낮아질 경우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또는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전해질이 액체이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충전 또는 방전되는 원리는 리튬이온 또는 리튬인산철이 양극과 음극을 왔다갔다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전해질은 이 과정에서 리튬이온 또는 리튬인산철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추워질수록 액체 전해질이 굳는다. 이로 인해 전해질 내부를 이동해야 하는 리튬이온 또는 리튬인산철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결과적으로 배터리 내부의 저항이 증가하고 전체적인 성능는 약 20~30% 가량 하락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기차의 실내 온도 유지를 위해 히터나 열선 기능까지 작동시키게 되면, 주행거리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가장 일반적인 겨울철 배터리 열관리 기술, PTC 히터

최신 전기차는 겨울철 배터리의 성능 유지를 위해 PTC 히터라는 기술을 적용 중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최신 전기차는 겨울철 배터리의 성능 유지를 위해 PTC 히터라는 기술을 적용 중이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이처럼 겨울만 되면 전기차의 전체적인 성능이 줄어드는 탓에 제조사들은 여러 기술을 개발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기술이 바로 배터리 열관리 기술이다.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의 원인이 낮은 외부 온도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배터리 주변부의 온도를 가장 이상적인 섭씨 20~35도 사이로 유지한다면,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배터리 열관리 기술은 바로 이런 원리에서 착안한 기술이다.

배터리 열관리 기술의 개념은 별도의 열원 장치를 전기차 내부에 탑재해 여기서 발생한 열을 배터리 주변부로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배터리 열관리 기술을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구동 장치인 전기 모터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엔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따라서 동력 생성 과정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엔진에서 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열을 실내 난방, 구동계의 온도 유지 등에 사용한다. 

PTC 히터 덕분에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는 막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배터리 전력을 크게 소모할 수밖에 없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PTC 히터 덕분에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는 막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배터리 전력을 크게 소모할 수밖에 없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그러나 전기차는 전기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의 열관리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전기차는 별도의 열원 발생 장치를 탑재한다. 그중 가장 일반적인 기술이 바로 PTC 히터(Positive Temperature Coefficient heater)다. PTC 히터는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제한하는 일종의 히터다. 외부 기온이 낮을 때는 전류가 흐르도록 해 온도를 높이고, 기온이 높을 때는 전류를 제한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스스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원리다. 따라서 외부 온도에 관계없이 배터리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PTC 히터에는 큰 단점이 존재한다.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점이다. PTC 히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구동용 배터리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겨울철 배터리의 성능 유지를 위해 탑재한 PTC 히터가 오히려 배터리의 성능을 저해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겨울철 배터리의 열관리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 히트펌프

일부 최신 전기차에는 PTC 히터 외에도 실내 난방을 위해 히트펌프가 더해진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일부 최신 전기차에는 PTC 히터 외에도 실내 난방을 위해 히트펌프가 더해진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PTC 히터의 모순으로 최신 전기차는 또 다른 기술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바로 히트펌프다. 히트펌프의 원리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열관리 기술과 흡사하다. 전기차 내부에서 발생하고 사라지는 열을 모두 회수해 실내 난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히트펌프는 전기 모터, 구동계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증발기에서 일종의 냉각수인 냉매가 흡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냉매 압축기를 거쳐 응축기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냉매가 품고 있는 열이 공조장치로 전달돼 실내 온도 유지에 활용된다. 열을 잃은 냉매는 다시 증발기로 순환되며, 모터와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한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을 통해 히트펌프는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한다.

현 시점에서 PTC 히터와 히트펌프의 조합은 겨울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 최선의 기술이다. [사진=기아]
현 시점에서 PTC 히터와 히트펌프의 조합은 겨울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 최선의 기술이다. [사진=기아]

다만, 히트펌프 조차도 만능 기술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히트펌프는 전기차의 실내 온도 유지에만 활용된다. 따라서 최신 전기차는 히트펌프와 PTC 히터를 함께 사용한다. PTC 히터 하나만으로 배터리 온도 유지와 실내 난방을 모두 해결할 경우, 에너지 효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히트펌프가 실내 난방을 해결해주면, PTC 히터의 효율성이 극대화 될 수 있다.

 

급속 충전 효율을 높이는 기술, 배터리 히팅 시스템

현대차그룹의 일부 최신 전기차는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온도를 적정 상태로 유지하는 히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진=기아]
현대차그룹의 일부 최신 전기차는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온도를 적정 상태로 유지하는 히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진=기아]

배터리의 열 관리는 배터리의 전력을 사용하는 단계 뿐만 아니라 전력을 충전하는 단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일부 전기차는 배터리를 급속 충전할 때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히팅 시스템을 탑재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터리는 리튬이온 등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충전과 방전을 거듭한다. 따라서 배터리에서 전기 에너지를 가져다 쓰는 순간만큼 배터리를 충전하는 과정에서도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 다시 말해 온도가 낮으면 배터리 충전 효율도 떨어진다는 뜻이다.

특히나 많은 양의 전류가 배터리로 한꺼번에 유입되는 급속 충전의 경우 배터리 온도 유지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신 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전기차에는 윈터 모드라는 기능이 더해졌다. 운전자가 해당 기능을 선택하면 고전압 배터리 외부에 있는 승온 히터가 냉각수를 데워 배터리 온도를 순간적으로 높여준다. 

따라서 외부 온도가 낮은 한겨울에도 급속 충전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운전자가 별도의 기능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내비게이션 상에서 급속 충전을 예약하면 전기차 스스로 배터리의 온도를 높이는 기능까지 탑재되고 있다. 

다만, 이 기술 또한 모든 게 완벽하지만은 않다. 배터리 주변부의 온도를 짧은 순간에 급격히 올리기 위해 냉각수를 데워야하는 탓에 배터리의 전력을 크게 소모한다. 즉, 주행거리를 위한 배터리 효율을 포기하고 급속 충전을 위해 배터리의 전력을 활용하는 기술인 셈이다.

여러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 근본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BMW]
여러 기술 개발에도 불구하고 겨울철 배터리 성능 저하를 막는 근본적인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진=BMW]

이처럼 오늘날의 전기차는 한겨울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이 같은 모습에 대해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PTC 히터, 히트펌프, 배터리 히팅 시스템 덕분에 최신 전기차는 초기 전기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겨울철 성능이 우수해졌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기술은 단점도 갖고 있기에 향후 전고체 배터리처럼 겨울철 전기차의 성능 저하를 막는 근본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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