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2파전, 북미 NACS vs 유럽의 CCS
테슬라 활약으로 NACS 약진 중
NACS 도입을 저울질 하던 현대차그룹의 합류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 충전 문제가 있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차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하는 가장 큰 문제로는 긴 배터리 충전 시간, 부족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제조사별로 다른 충전 표준이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 표준은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10년이 지난 현 시점까지도 완벽하게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 가지 표준으로 충전 방식이 통일 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테슬라가 사용 중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다. 

테슬라가 사용 중이던 NACS 충전 표준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표준화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사용 중이던 NACS 충전 표준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표준화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테슬라]

 

▶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테슬라의 NACS

NACS 방식은 북미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테슬라의 판매량과 안정적인 충전 인프라 덕분에 표준화되고 있다. [사진=테슬라]
NACS 방식은 북미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테슬라의 판매량과 안정적인 충전 인프라 덕분에 표준화되고 있다. [사진=테슬라]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충전 표준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국에서 출발한 테슬라가 사용하는 NACS가 그 중 하나다. 또 다른 표준은 유럽의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채택한 CCS(Combined Charging System)다. 

NACS는 지난 2012년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인 모델 S, 모델 X, 모델 3, 모델 Y 등에 적용하며 등장했다. 테슬라가 개발한 NACS의 가장 큰 장점은 압도적인 충전 인프라다. 지난 6월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기차 시장 내에서 테슬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62%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는 이처럼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2023년 상반기 기준 북미 곳곳에 2만1000개에 달하는 슈퍼차저 고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북미 전역에 설치된 고속 충전기 중 60% 이상이 테슬라의 슈퍼차저일 정도로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량 뿐만 아니라 인프라에서도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충전 케이블과 커넥터의 부피가 작고 가볍다는 점 또한 NACS 표준의 장점이다. [사진=테슬라]
충전 케이블과 커넥터의 부피가 작고 가볍다는 점 또한 NACS 표준의 장점이다. [사진=테슬라]

NACS의 장점은 압도적인 점유율 외에도 또 있다. 충전 커넥터의 부피가 작고 가볍다는 점이다. NACS는 케이블 하나로 고속와 완속 충전을 모두 지원한다. 그래서 커넥터 뿐만 아니라 케이블 자체의 부피와 무게 모두 가벼울 수 있다. 또한 테슬라 전용 충전 표준이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주기도 짧았으며, 충전 과정 또한 안정적이다.

 

▶ 부족한 시장 점유율과 불편함으로 설 자리가 줄어든 CCS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로 사용한 CCS 방식응 충전 인프라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점유율이 줄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주로 사용한 CCS 방식응 충전 인프라 시스템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점유율이 줄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

반면,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개발된 CCS는 충전 커넥터부터 NACS와 큰 차이를 보였다. 1개의 충전 커넥터로 고속, 완속 그리 비상 충전을 모두 지원한다는 점은 NACS와 크게 다르지 않다. CCS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르쉐 등이 사용 중인 800V 배터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초고속 충전까지 지원한다. 테슬라의 NACS가 800V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못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점이다. 

그러나 CCS는 고속와 완속 충전을 위한 케이블이 분리되어 있다. 이 때문에 충전 커넥터도 고속과 완속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커넥터의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CCS라는 표준 하나만으로 여러 제조사의 전기차 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장도 많고 시스템 안정성도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를 한 번이라도 운행해 본 경험이 있다면, 충전 시 커넥터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걸 경험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CS의 점유율 또한 결코 적지 않다. 일단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테슬라가 아닌 거의 모든 전기차는 CCS 표준을 채택했다. 심지어 테슬라조차도 북미에서 판매는 모델이 아닌 수출 모델에는 CCS 표준을 채택 중이다. 유럽에서 개발되고 생산된 전기차는 말할 것도 없고 전기차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역을 구축한 중국산 전기차,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을 필두로 한 국산 전기차 또한 CCS를 사용했다. 

이유는 앞서 말한 CCS의 장점 덕분이다. 충전 커넥터 하나로 여러 충전 방식을 지원할 수 있고, 적어도 북미 지역 외에서는 CCS 충전 표준으로 만들어진 충전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CS의 이러한 장점은 북미 지역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구축한 테슬라에 의해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테슬라의 뒤를 따르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

NACS 표준화의 촉발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것이었다. [사진=테슬라]
NACS 표준화의 촉발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것이었다. [사진=테슬라]

NACS와 CCS 사이에 지각 변동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미국 정부가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법’을 근거로 테슬라에게 전기차 충전소 건설 보조금을 지급 받고 싶다면 슈퍼차저 충전기를 타사에 개발할 것을 요구한 게 발단이었다. 그동안 미국에서 NACS를 채택하며 테슬라의 전기차만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테슬라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높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테슬라는 결국 결단을 내렸고 그 덕분에 NACS의 문이 열릴 수 있었다. 그 전까지 TPC(Telsa Proprietary Connector)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 표준의 이름이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로 바뀐 것도 지난해 11월부터였다. 이후부터 NACS 표준으로 합류하는 제조사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미국의 소위 빅3 자동차 제조사 중 GM과 포드가 NACS 대열에 합류했고, 테슬라의 경쟁자로 자처하는 리비만 마저도 NACS를 사용하기로 했다. 빅3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 또한 NACS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CS를 고수했던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도 너나 할 것 없이 NACS 표준 채택을 발표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스웨덴의 볼보가 대표적이다. 유럽 최대의 전기차 제조사인 폭스바겐그룹 또한 NACS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CS 도입을 저울질 하던 현대차그룹의 합류

현대차그룹마저도 NACS 표준화에 합류하면서 해당 표준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마저도 NACS 표준화에 합류하면서 해당 표준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현대자동차]

이러한 NACS 채택 열풍에 우리나라도 합류했다. 줄곧 CCS 방식을 고수했던 현대차그룹이 지난 10월 초, 북미에서 판매되는 제네시스, 현대차, 기아의 모든 전기차에 NACS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에 따라 2024년 4분기부터 판매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로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전기차 제조사들이 줄곧 고수했던 CCS를 버리고 NACS 대열에 합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과 시간 대비 NACS 커넥터를 전기차에 적용하는 비용과 시간이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미 기준으로 설치된 급속 충전기 중 테슬라 슈퍼차저의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그에 반해 CCS 표준 급속 충전기의 점유율은 슈퍼차저의 절반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손쉽게 급속 충전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더 나은 사용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NACS 표준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의 NACS 표준이 북미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테슬라]
테슬라의 NACS 표준이 북미를 넘어 전 세계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테슬라]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NACS를 기반으로 충전기가 북미 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전 세계적인 점유율 확대에 대해서는 단정짓기 어렵다”면서도 “벤츠와 볼보 등 유럽 전기차 제조사들이 NACS 도입을 확정한 상황에서 유럽 내 점유율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NACS 표준의 유럽 내 점유율 확대에 대한 국내 전기차 관련 업체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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