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에도 해빙 분위기 관측은 어려워...
글로벌 반도체 경기 전반 회복세,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듯

미국과 중국 정상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정상이 오는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주가영 기자] 미국과 중국 정상이 11월 1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11~17일)가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이후 6년만이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9일과 1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전에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미 미국 정부는 미국의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장비와 AI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반도체로 이어지면서 반도체 분야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엔비디아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중 반도체 수출 통제, 입장차 여전

트럼프 전 정부 때부터 서로 대립각을 세웠던 양국이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도체 업계에선 내심 기대를 했지만 결국 반도체 수출에 대한 각 국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미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미군에 맞서는 데 쓰일 수 있는 기술을 중국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지난해 10월부터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올해 8월부터는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기술에 대한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도 제한하고 있다. 수출 통제가 되는 대상 반도체의 범위도 계속해서 넓어지면서 압박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 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해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고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증권가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졌지만 양국 관계 악화의 원인인 대만 문제와 미국의 대중국 수출·투자 통제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차만 드러내 양국 간 긴장 완화가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첨단 제품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투자 통제 조치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보다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시행중인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라는 보복 조치가 강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반도체 시장 영향 제한적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첨단 반도체 장비와 AI 칩 등의 수출을 제한했다. 지난달에는 저사양 AI 칩까지 수출 제한 범위를 확대하고 노광, 식각, 증착 등 12개 범위의 장비 수출을 추가 통제하기로 했다.

기존 수출통제의 주요 구성 요소였던 첨단 반도체 제조 관련 품목과 첨단 컴퓨팅 관련 반도체 제재가 모두 확대되었으며, 이와 함께 제재대상 리스트에 13개 AI 반도체 중국기업을 추가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위를 부여받아 기존 반도체 장비의 수출 통제 제도 적용이 유예됐지만, 새로운 추가 통제 방안에는 해당돼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 산업안보국(BIS: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는 제재 범위를 넓히고 기존 수출 통제를 우회하려던 중국의 시도를 차단하려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AI산업에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해 반도체 제조장비 자급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선 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 측면에선 성장 동력을 확보할 기회를 얻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국가미래연구원(IFS:The Institute for Future of State)은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의 부상은 미국, 네덜란드, 일본이 갖고 있는 독과점적 지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으나 중국 장비와 보다 가까운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에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 메모리 업계는 AI 반도체 제작에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HBM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통제 조치로 인해 중국 AI 반도체 시장이 위축된다면 제한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로 가장 큰 영향을 입게 되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AI 반도체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다. 엔비디아 GPU 판매의 20%가 중국 수출임을 감안한다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감을 반영하며 엔비디아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제히 동반상승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면 최장 상승 랠리를 이어갔으며, 삼성전자는 두 달 만에 7만2000원대를 회복, SK하이닉스는 장중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자산운용 업계도 반도체 주도 장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산운용 업계도 반도체 주도 장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반도체 업황 회복세 기대

다만 수출규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국내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국내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전망에 따라 반도체가 다시 주도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 업계도 반도체 주도 장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은 올해 4월 처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소재‧부품‧장비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했다. 하반기에는 각 운용사들이 일본 반도체 ETF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나란히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소부장 업체를 담은 ETF를 상장할 예정이다. 삼성의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ETF’는 한미반도체, ISC, 리노공업, 대덕전자 등 국내 주요 장비주를 담는다. 반면 미래에셋은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구분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의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근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쓸어 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11월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조6789억원, SK하이닉스도 5307억원이나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을 예상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4분기 진입을 매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PC,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이 늘면서 반도체 시장의 완만한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D램과 낸드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이 이어지면서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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