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미국 남동부 벨트 부상
애플·구글이 점찍은 아일랜드
싱가포르, 기업 하기 좋은 아시아 부국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싱가포르, 아일랜드 등은 친기업 정책을 펼쳐 글로벌 기업들의 자본과 인재들을 흡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 이러한 기업 유치 전략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지역은 2009년 기아자동차가 공장을 세운 덕택으로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당시 주민들은 기아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기아 공장 주변에는 아직도 ‘신이시여 기아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지역은 2009년 기아자동차가 공장을 세운 덕택으로 관련 산업이 크게 발달했다. 당시 주민들은 기아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기아 공장 주변에는 아직도 ‘신이시여 기아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푯말을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조지아주, 미국 진출 1순위··· 전기차 중심기지로 탈바꿈

한국에서 직항 비행기로 가는 도시 중 가장 먼 지역은 조지아주 애틀랜타다. 북태평양과 미국 본토를 가로질러 가는데 거리가 1만2547㎞로 비행시간은 13시간 50분이 걸린다.

하지만 조지아주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고려할 때 1순위로 꼽는 지역이다.

조지아주는 투자 입지 관련 전문지 아레아 디벨롭먼트가 선정하는 기업하기 좋은 주에 10년 연속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사업 비용과 노동환경, 인력개발 프로그램, 사용할 수 있는 부동산, 주 정부 협조 정도 등 7개 항목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코카콜라, 델타항공, ups, 홈디포 등 포천 500대 기업 중 18개 기업의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주 정부 차원의 꾸준한 친기업 환경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전기차 관련 업체들의 투자가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조지아주는 전기차 분야에서만 최근 5년간 약 20개 기업을 유치했고, 2만 개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총 26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해 9.8GWh 규모의 1공장과 11.7GWh의 2공장 등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서배너시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1183만㎡(2923에이커) 규모 부지에 55억 달러를 투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빠르면 2024년 10월부터 연간 30만 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된다.

‘유럽의 본사’라고도 불리는 별명에 걸맞게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거리를 걷다 보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기업의 본사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의 본사’라고도 불리는 별명에 걸맞게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의 거리를 걷다 보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IT기업의 본사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일랜드, 애플·구글 등 본사 입주··· 유럽 최고의 부국 등극

북유럽의 아일랜드는 2022년 1인당 국민소득이 10만 달러를 넘어섰다. 1980년대까지도 유럽의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기업 하기 좋은 국가를 모토로 적극적인 개방에 나선 지 불과 30여 년만이다.

아일랜드는 기업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덕분에 17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진출해 있다. 낮은 법인세, 높은 고용 유연성, 높은 교육 수준 등이 외국인 기업 투자 유치의 기폭제가 됐다.

이러한 정책은 유럽진출을 모색하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과 같은 세계적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이들 기업이 진출하자 다른 수많은 기업도 앞다투어 아일랜드에 진출했다.

아일랜드는 코로나 팬더믹 위기 속에서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5.9%와 13.5%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80년대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하지만 약 4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만은 최근 성장 둔화를 겪고 있으며, 홍콩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산업 허브로서 지금도 성장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80년대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은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렸다. 하지만 약 4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만은 최근 성장 둔화를 겪고 있으며, 홍콩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산업 허브로서 지금도 성장 중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싱가포르, 기업환경평가 최상위권 유지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 1, 2위를 다투고 있는 국가다.

부존자원이 없고 식수마저 부족했던 어려운 환경을 정책의 안정성, 기업 친화적 정책, 우수한 인적자원, 자유로운 무역환경 등으로 극복했다.

싱가포르는 지속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을 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은행이 2020년까지 발표한 ‘기업 환경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정부 정책이 기업 투자에 얼마나 매력적으로 작용하는지 비교한 해당 평가에서 2006년부터 10년간 1위를 차지했고, 2019년까지도 2위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연구소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향후 5년간 기업 환경 평가 전망’ 조사에서도 2022년 4분기 기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새로운 문화에 개방적이며 IT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아 동남아 내에서 최고의 신기술 테스트베드로 평가받는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4월부터 싱가포르 서부 주롱(Jurong) 지역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 센터’를 가동하고 동남아의 물류와 금융 비즈니스 허브로서 강점을 활용, 혁신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텍은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조지아공대 존 루이스 학생회관(John Lewis Student Center)에서 미래 모빌리티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향후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 기술 산학협력 , 우수 인재 발굴, 인재 육성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대차그룹과 조지아텍은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 조지아공대 존 루이스 학생회관(John Lewis Student Center)에서 미래 모빌리티 협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향후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미래 기술 산학협력 , 우수 인재 발굴, 인재 육성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 유치, 핵심 KEY 2가지

① 전문 인력 육성··· 노동 시장 유연성 확보

고부가가치 산업 투자 유치의 핵심은 고급 인력의 공급과 노동의 유연성이다.

조지아주의 인구는 1100만 명으로 2010~2020년 사이 인구증가율(10.6%)은 미국 평균 증가율(7.4%)보다 높다. 평균 연령도 미국 전체와 비교하면 4% 젊다.

많은 인구와 더불어 조지아주는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이공계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조지아텍과 에모리대학 같은 뛰어난 대학이 있는 것도 자랑이다.

조지아주 경제개발부에서는 매년 배출되는 전문 인력과 투자 기업을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퀵 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투자가 결정되면 주 정부가 공장 준공 시 투입할 인력을 교육하고 채용까지 연결해준다.

싱가포르는 노동의 유연성을 자랑한다. 고용과 해고가 쉽고 노동조합이 없다. 트위터, 아마존 등 대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싱가포르에선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고용률이 97%를 넘는다.

아일랜드는 대졸 인구가 48%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5~64세 인구 중 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이수한 비중은 유로 지역 평균이 31%인 데 반해 아일랜드는 45.8%나 된다. 아일랜드보다 고등교육을 이수한 인구 비중이 높은 나라는 룩셈부르크(46%)뿐이다

아울러 과학 전공자 비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우수한 인력을 싼값에 쓸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외국인 투자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일랜드 역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힘썼다. 1987년 10월 제1야당과 최대 노조 대표가 공동 제안해 이뤄진 사회연대협약은 ‘일자리가 먼저’ ‘임금은 그다음’이라는 원칙을 확립했다. 이 협약은 3년마다 갱신하다가 지난 2016년에 10년간 유효한 7차 협약을 맺었다.

아일랜드 통계청에 따르면 이 협약 이후 20%를 웃돌던 임금 상승률은 2.5%로 안정됐고 매년 200건을 오르내리던 노사분규는 1988년 이후 연 50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국가별 순위에서도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라섰다. 이런 노동정책은 실업률이 1980년 20% 수준에서 2007년 4%로 급락했고 가파른 소득 수준 향상으로 보상됐다.

‘허브’로서의 지리적 장점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때 싱가포르를 거치면 비용 감축 효과가 더 크다. 세금은 급여로 받는 소득세와 법인이 내는 법인세뿐이다. 법인세는 17%로 아세안 국가의 평균(22.5%)보다 낮고, 우리나라와는 차이(8%포인트)가 더 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싱가포르의 세금은 급여로 받는 소득세와 법인이 내는 법인세뿐이다. 법인세는 17%로 아세안 국가의 평균(22.5%)보다 낮고, 우리나라와는 차이(8%포인트)가 더 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법인, 설립은 쉽고 세율은 낮게

조지아주는 30년 이상 6%로 동결해온 법인세를 지난 2019년 5.75%로 더 낮췄다. 생산한 제품을 다른 주로 수출해 얻는 수익에는 법인세를 면제한다. 또 사업에 사용하는 토지를 무상 임차에 가깝게 제공하고 도로나 전기 시설 등도 주 정부가 구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는 2008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법인세를 12.5%로 낮추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여기에 연구개발투자액(R&D)의 25%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저작권, 의약품 제조법 등 IP를 활용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최대 100%까지 자본 공제를 지원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의 주요 사업은 IP 사업이다.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로 낮은 수준이고, 산업군, 투자 금액, 고용 창출, 규모 등을 고려해 5년 동안 면제 혹은 5~10%로 감면해 주기도 한다. 또한 양도소득세와 상속 및 증여세가 없다.

아울러 싱가포르에서는 1~2영업일이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자본금은 1싱가포르달러(약 964원)를 넘기만 하면 요건이 충족된다. 대부분의 국가와 이중과세방지 조약(DTA), 세금 감면 협정 등을 체결한 덕분에 싱가포르에서 다른 국가로의 진출도 용이하다.

법인 등록도 간단하다. 사업과 그 목적, 두 가지만 적으면 된다. 등록 이후 신청하지 않은 사업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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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그야말로 치열합니다. 개방형 생태계로 외국기업들이 자국에 들어오게 하는가 하면 또 무역장벽을 치기도 하는 등 정말 모든 정책을 쏟아내고 있죠. 아시아의 오랜 혁신 허브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