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충전도 30분 이상 소요… "10분 이내로 줄여야 한다"
직접 충전소 방문 → 이동형 충전소… "충전소가 나를 찾아온다"
"주차하면 자동 충전" 무선충전 기술 고도화… 주유소 감성 '자동 충전 로봇'
충전 시스템 게임 체인저 '배터리 스왑핑'

전기차 충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충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전기차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름값 부담에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일부 전기차 신차는 출고 대기기간이 1년이 넘었었다.

하지만, 전기차에 관심이 있던 소비자들이 일차적으로 소화되면서 다시 전기차는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 대수는 11만7611대로 전년 동기(11만9841대) 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는 41.5%, 가솔린차는 9.3% 판매가 늘었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는 올해 1~9월 국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2% 감소했다. 기아 EV6는 27.6%, 니로EV는 17.6% 판매가 줄었다.

전기차 시장이 식은 배경에는 금리 인상과 자동차 구매 심리 감소 영향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설득력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이브리드나 가솔린차는 판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전히 불편한 충전 문제'는 전기차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직접 충전소를 방문해 20~30분이 소요되는' 전기차 충전의 번거로움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즉, 지금과 같은 형태의 충전기술을 극복하는 것이 전기차 산업의 가장 큰 과제이다.

 

SK시그넷 급속충전기 V2 [사진=SK시그넷]
SK시그넷 급속충전기 V2 [사진=SK시그넷]

급속 충전도 30분 이상 소요… "10분 이내로 줄여야 한다"

현재 시중의 충전기로 배터리가 10% 미만 남은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차종 마다 차이는 있지만 300㎾급 급속 충전기를 사용해도 30분 이상 소요된다. 완속 충전기로는 최소 8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5G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적응하기 어려운 속도다.

이에 전기차 충전 업계는 충전 시간을 10분 대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시그넷은 400㎾급 충전기 V2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 6월 텍사스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진행된 충전 시연 이벤트에서 800V 배터리의 기아 EV6차량을 80%까지 14분44초만에 충전해 현장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전기차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충전 경험에 대한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질 것"이며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충전시간 단축이 필수적으로, 당사는 초급속 충전 기술 진보를 통해 실질적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연구진은 전기차를 6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항공대(포스텍) 화학공학과·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김원배 교수,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강송규씨, 통합 과정 김민호씨 연구팀이 효율성을 높인 음극소재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금속 이온을 함유하는 수용액을 고온·고압으로 반응시켜 다양한 나노미터 및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분말을 합성하는 수열합성법 등 과정을 통해 '망간-철 산화물' 음극재를 표면적이 큰 나노미터 두께 시트 형태로 만들었다.

'망간-철 산화물' 음극재가 낼 수 있는 이론적 용량보다 50% 이상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음극재 표면적이 증가함으로써 많은 양의 리튬 이온과 전자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충전속도 향상으로 이어졌다. 실험 결과 상용화된 전기차 전지의 음극재 용량만큼 충전하는 데 6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김원배 교수는 "기존 음극재의 전기화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차전지 용량을 높일 수 있는 전자스핀 활용 표면 설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했다"며 "전기차 내구성과 충전 속도 모두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형 전기차충전소 [사진=티비유]
이동형 전기차충전소 [사진=티비유]

직접 충전소 방문 → 이동형 충전소… "충전소가 나를 찾아온다"

전기차 충전소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내가 있는 곳 주변의 충전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충전 사업자가 수십개에 이르다 보니 그에 맞는 어플이나 충전카드를 찾는 것은 더 어렵다. 어렵게 찾은 충전소에 이미 다른 전기차가 충전 중이거나 충전기가 고장이 나 있다면 또 다른 충전소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이에 요즘은 충전도 배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이용자가 요청하면 이동형 충전 차량이 달려가 충전을 해주는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운영하는 곳은 티비유, 에바 등이 있다.

티비유(TBU)는 충전 플랫폼 일렉베리를 운영하며 배터리팩을 탑재한 차량이 충전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가 최대 출력 90kW로 충전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구독형 자동충전 서비스도 있어 가입 회원의 전기차 배터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관리도 해준다.

충전 시간은 30kWh 기준 20분 내외로 완료되며, 1회 최대 90kWh까지(약 470km 주행가능)충전이 가능하다. 충전 서비스 이용 시 워터리스 세차, 유리세정, 에어컨 필터 교체 등 차량 관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에바(EVAR)는 롯데오토케어, SK렌트카 등과 함께 전기차 방문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문충전은 렌터카 사용자가 급히 충전이 필요할 때 전기차 충전기를 탑재한 벤(VMC)이 찾아가 소량의 전력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만, 이동형 충전 서비스는 현재 서울/경기/인천/포항/제주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전국 서비스는 내년에나 가능하다.

티비유 관계자는 "이동형 신기술 충전기 보급 지원 예산 편성으로 이동형 충전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이동형 충전 시장이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세차, 점검 등의 부가 서비스를 통해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더 높은 편익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제네시스 무선충전소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무선충전소 [사진=현대차]

주차하면 자동 충전… 무선충전 기술도 고도화

이동형 충전소가 편리한 면이 있지만 어쨌든 내가 있는 곳으로 충전차량을 불러야 한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그냥 주차한 자리에서 충전을 원하는 운전자를 위해서 무선 충전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마치 무선 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올려 놓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도 무선으로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경북 경산시 한 공영주차장에는 전기차 자동 충전시스템이 시범 운영되고 있다. 경산시 진량읍 ㈜FEC가 국토교통부 스마트 실증사업에 선정돼 자체 개발한 스마트 혁신 기술로 급속충전기 10대 및 충전 구역 40면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전기차 무선 충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네시스 강남, 제네시스 수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등 3곳의 전기차 충전소에 GV60과 GV70 충전이 가능한 무선 충전 시설을 1기씩 설치했다.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무선 전력 전송을 위한 무선 통신 방법 및 장치'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기술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사용자 인증 정보를 저장하는 무선 충전 제어 장치를 전기차에 탑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즉, 별도 정보 입력이나 무선 통신 접속 없이 충전이 되는 것이다.

무인 로봇충전시스템 '차봇 모던보이' [사진=모던텍]
무인 로봇충전시스템 '차봇 모던보이' [사진=모던텍]

주유소 감성 구현 해주는 '자동 충전 로봇'

전기차 운전자 중에는 의외로 더 이상 주유소에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유소에 매끄럽게 진입해 들어가서 주유원을 향해 '가득'이라고 외치는 것이 운전의 재미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운전자가 직접 충전 플러그를 꽂는 셀프 방식이라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게다가 충전 케이블 무게가 사실 만만치 않다. 고속 충전기의 경우에는 성인 남성도 한손에 들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무거워 두 손으로 끙끙대며 충전 플러그로 케이블을 옮겨야 한다.

이에 전기차 업계는 로봇을 떠올리게 됐다. 신방화역에는 전기차 충전 플랫폼 업체 '모던텍'이 개발한 충전 케이블을 플러그에 꽂아준다.

무인 로봇충전시스템 '차봇 모던보이'는 로봇팔(Robot Arm)을 충전기와 연동해 충전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수행한다. 로봇팔이 차량 충전캡을 열어 차량과 충전 케이블을 연결한 후 완충 시 충전 케이블을 제거하고 차량 충전캡도 닫아준다.

모던텍은 신방화역에서 2년간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도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C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ACR 성능 고도화를 위해 각종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기반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6자유도 자세추정 기술을 개발했다. 6자유도란 3차원 공간에서 물체의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6개의 변수를 의미한다. 즉, ACR을 충전기에 연결하기 위해 충전구와 3차원 관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많은 데이터로 학습된 딥러닝 네트워크로 충전구 위치와 내부 특징을 인식한다. 이후 획득한 특징과 대응되는 3D 포인트 클라우드를 추출하고 이런 점군의 기하학적 구조를 대표하는 파라미터를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찾아낸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6자유도 결과를 도출해 보다 더 정밀한 로봇 제어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니오 배터리 교환소 [사진=니오 홈페이지]
니오 배터리 교환소 [사진=니오 홈페이지]

충전 시스템 게임 체인저 '배터리 스왑핑'

앞서 언급한 충전 속도를 줄이거나 충전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들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이보다 더 빠르고 간편하게 충전을 하는 방법으로는 배터리만 교체하는 '배터리 스왑핑'이 있다.

배터리 스왑핑은 말 그대로 전기차의 배터리만 교체하는 방식이어서 충전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별도의 충전소를 구축할 필요가 없으며, 배터리 교체 시간도 2~3분 정도여서 충전 시스템의 '게임체인저'라 불린다.

이미 중국은 배터리 스왑핑이 상용화 단계이다. 대표적으로 니오와 닝더스다이가 있다. 니오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완성차 기업이며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회사 CATL과 공동으로 배터리 자산관리 회사를 설립해 배터리 스왑핑을 운영하고 있다. 니오는 지난해에만 무려 12만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우리나라도 과거 배터리 스왑핑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 바 있다. 2013년 르노자동차코리아가 제주에서 전기차 SM3 Z.E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시범 운영했으나 사업성이 낮고 당시 기술로는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지금은 현대차그룹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를 구독 형태로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목표다. 전기차 대중화 단계를 미리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차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전기차 원가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초기 배터리 구입이나 배터리 교체를 위한 교환소 설치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야 한다. 또,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은 연간 500만대 정도의 전기차가 판매 되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지난 8년간 누적 등록대수가 겨우 20만대를 넘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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