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자 인텔 x86 아성 흔들린다
MS의 다각화로 칩 회사들 PC 사업 확대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인텔의 턴어라운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도체의 상징이었던 기업 인텔은 최근 과거와 같은 영광을 되찾기 위해 CPU 기술에서 가우디 칩을 통해 신규 AI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 타사 칩 제조를 위한 대규모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대규모 턴어라운드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동맹관계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텔의 PC 사업을 방해하면서 턴어라운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PC 사업의 문제로 인텔의 턴어라운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인텔]
PC 사업의 문제로 인텔의 턴어라운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사진=인텔]

 

▶PC 산업의 전통강자 인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있어 프로세서(CPU)와 아키텍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세서는 소프트웨어를 실행하고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데 이 프로세서는 아키텍처를 통해 만들어진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인텔의 x86 아키텍처와 Arm 아키텍처가 있다. 특히 현존하는 PC 프로그램 대부분이 x86 아키텍처를 지원한다.

인텔은 1978년 x86 아키텍처를 처음 도입해 40년 넘는 기간 동안 PC용 CPU 시장을 장악했다. 오랫동안 사용되고 다양한 분야에서 검증돼 있다 보니 대부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x86 아키텍처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Arm 아키텍처는 저전력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주로 모바일 칩에 쓰였는데 호환성 문제로 인해 PC 시장에서 많이 채택되지 않았다. 실례로 2012년 엔비디아는 MS 태블릿에 Arm 기반 프로세서 적용을 시도했지만 x86 기반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되지 않아 실패를 겪었다. 결국 이런 호환성 문제는 인텔과 x86 아키텍처에 성벽 둘레의 강물인 해자와 같은 역할을 제공했다.

애플은 로제타 2를 개발해 인텔의 해자를 깼다. [사진=애플]
애플은 로제타 2를 개발해 인텔의 해자를 깼다. [사진=애플]

 

▶애플이 보인 Arm 기반의 가능성

그러나 애플이 그 해자를 메워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로제타(Rosetta) 2 덕분에 M 시리즈 칩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로제타 2는 2020년 애플이 개발한 에뮬레이터로 번역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텔 기반 소프트웨어를 애플의 Arm 기반 M2 칩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Arm 머신 내부에 x86 가상환경을 만들어 실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M2 기반 맥(Mac)을 성공적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2023년 3분기 예비 자료에 따르면 애플은 3년 전 Arm 기반 칩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후 PC 시장에서 맥 운영체제 점유율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소비량이 적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와의 호환성을 높인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PC 운영체제의 핵심 기업인 MS도 변화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MS의 x86 기반 윈도우 PC는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효율이 떨어지고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도 제한적이다. MS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Arm 기반 M2 칩을 채택한 이후 점점 PC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가는 모습을 보며 프로세서 다각화를 위해 모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 AMD, 퀄컴 등에 지원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 AMD, 퀄컴 등에 지원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퀄컴·엔비디아·AMD의 위협

MS는 윈도우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으로 엔비디아, AMD, 퀄컴 등에 Arm 기반 프로세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AMD는 MS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실행될 Arm 아키텍처 기반 PC 프로세서를 개발 중으로 2025년 PC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퀄컴과는 이미 윈도우용 Arm 기반 칩을 만들기 위해 2016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퀄컴은 10월 2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3’을 통해 새 PC용 프로세서 ‘스냅드래곤X’를 발표했다. 스냅드래곤X는 3.8 메가헤르츠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12개의 고성능 코어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인텔의 12코어 프로세서보다 처리 속도가 2배 빠르고 전력 소비는 68% 적다고 소개했다. 또한 애플이 개발한 Arm 기반 M2보다 피크타임에 50% 더 빠르게 실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냅드래곤X에는 AI를 활용하기위해 특별히 설계된 기능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텔의 턴어라운드 방해하는 MS

물론 MS는 애플처럼 새로운 퀄컴 칩과 향후 출시될 AMD 및 엔비디아의 칩에서도 인텔 소프트웨어가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복잡한 작업이지만 MS는 재정적 자원을 갖추고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PC 경기 침체 이후 이제 인텔은 x86 PC 칩의 해자가 메워질 가능성에 맞서 싸워야 한다. 현재 인텔은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내부 파운드리 모델을 구축하는 등 경쟁 업체와 겨루고 있다. PC 사업은 인텔의 주요 재원으로 만약 Arm 기반 칩이 성공해 인텔에게 재정적으로 압박이 오게 된다면 인텔의 턴어라운드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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