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위한다' 화웨이,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도 두렵지 않다
ZTE, 미국 고강도 제재에도 생존… 중국 정부 5G 투자에 수혜
스마트폰·전기차·6G… 화웨이와 ZTE 영향력 더 커진다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지난 8월 중국 화웨이가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국의 집중적인 중국 견제가 생각보다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다양한 제재를 실시해 왔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18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이같은 규제에도 화웨이가 7나노공정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000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스마트폰 출시로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화웨이가 다시 한번 중국 인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 것이다.

사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분야에서 이미 확고한 1위를 달리며 중국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있다.

옴디아 조사 결과 2022년 전 세계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31.3%로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중국 통신 장비업체인 ZTE(점유율 12.2%)는 4위다. 중국 업체 점유율이 무려 43.5%에 달한다. 유럽 기업으로는 에릭슨(25.7%)과 노키아(17.8%)가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7.6%로 5위에 그쳤다.

이처럼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 강자 지위를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의 견제와 제재가 중국 통신장비 기업을 오히려 키워준 측면도 있어 보인다.

 

'중국을 위한다' 화웨이,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도 두렵지 않다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은 화웨이의 존재 덕분이다. 화웨이(華爲)는 회사명에서부터 '중국을 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화웨이의 입지는 한국인들에게 삼성전자와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는 인민군 통신장교 출신으로 40세에 퇴역 후 지난 1987년 동업자 5명과 자금 2만1000위안(약 345만원)을 가지고 회사를 차렸다.

초기에는 IT기업의 정체성이 전혀 없었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뭐든 수입해 팔며 자본을 마련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체 통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창업 6년 만인 1993년 군 통신 장비 공급권을 따내면서 중국 '기술굴기'의 신화를 만들어 가게 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이동통신 기지국 등에 사용되는 통신장비를 개발 보급하면서 시장 지위를 높여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과 협력 관계를 맺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1200여 만 개의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을 구축하는 협약을 맺으며 화웨이는 차이나텔레콤의 가장 큰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또, 화웨이는 2004년 중국을 넘어 네덜란드 통신사 텔포트와도 2500만 달러(309억 원) 규모의 통신장비 공급 협약을 맺었다. 유럽에서 가장 처음 성사된 대규모 계약이었다.

회사 설립 후 30년이 지난 현재 화웨이는 지난해 기준 연 매출 104조원, 직원 수 17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가 됐다.

화웨이가 글로벌 1위 통신장비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연구개발과 특유의 리더십이 꼽힌다.

런정페이 회장은 화웨이 설립 초기부터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재 화웨이 세계 임직원 가운데 절반 정도인 45%가 연구개발 전문 인력이다. 해마다 연구개발에 사용하는 비용은 20조 원 이상이다.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셈이다.

5G만 보더라도 화웨이는 5G가 상용화되기 한참 전인 2014년에 이미 세계 9개 국가에 5G연구소를 세웠고 480여 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런정페이 회장의 군대식 리더십도 단기간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화웨이는 2021년 '퇴로가 없다면 승리의 길로, 군단 신설 대회'를 열어 기존에 시범운영하고 있던 군단 경영시스템을 정식으로 도입했다.

군단 경영시스템은 구글의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기초기술 연구자, 고급기술 전문가, 상품 전문가, 엔지니어, 마케팅 전문가, 애프터서비스 전문가를 사업별로 묶어 업무 효율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마치 한 개의 군단에 보병, 기갑, 수송, 수색과 같은 병종들이 모여 전투력을 완성하는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에도 화웨이의 미래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전년보다 3.1% 증가한 3109억 위안(약 56조 7828억원)으로 해당 기간 순이익률은 15%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의 25%인 약 30조 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며 첨단 기술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독보적인 통신장비 기술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인공지능, 스마트 광산 등 4차산업 영역으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ZTE가 선보인 AR 글라스 [사진=ZTE]
ZTE가 선보인 AR 글라스 [사진=ZTE]

ZTE, 미국 고강도 제재에도 생존… 중국 정부 5G 투자에 수혜

ZTE는 화웨이와 함께 중국 통신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지금은 사실상 국영기업이 됐지만 시작은 1985년 허우 전 회장이 설립한 중싱반도체다.

ZTE도 화웨이처럼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허우 전 회장의 성품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통신장비 사업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규제당국과 파트너사와의 '관계'가 성패를 가르는데 허우 전 회장은 겸손한 성품으로 여러 위기를 돌파해 왔다.

가장 큰 위기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제재였다.

미국은 2018년 4월 ZTE가 대이란 및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며 ZTE 스마트폰 및 통신장비에 필요한 반도체 등의 핵심부품 판매를 금지했다. 당시만 해도 통신장비업체에 미국 반도체를 구매하지 말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의미였다.

ZTE는 미국 법원이 부과한 벌금 13억 달러를 납부하고 경영진 교체 요구도 수용해 결국 일선에서 물러났던 허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로 ZTE는 2018년 총 69억위안(1조13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45억위안(76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미국의 제재로 전 세계 매출도 감소했다. 유럽과 북·남미 지역, 오세아니아 지역에서의 매출이 45% 가까이 떨어졌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매출이 12% 감소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허우 회장의 지휘하에 ZTE는 다시 반등했다. 2019년 매출액은 6.1% 증가한 907억 위안(약 15조4000억원)으로 회복됐고 51억4800만위안(약 8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당시 미국의 ZTE 제재가 일단락된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세계 과학·혁신의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위안강밍(袁鋼明) 칭화대 경제학 교수는 "ZTE 사태는 중국의 기술력이 여전히 부족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을 통해 해결할 난제가 있음을 확실하게 알려줬다"면서 "또한, 중국의 첨단산업이 여전히 뒤처져 있고 이러한 상황이 국가 간 경제협력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인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을 위해 2019년 6월 5G 상용화를 시작했고 ZTE가 큰 수혜를 입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5G 투자는 더욱 가속화됐고, 덕분에 ZTE는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은 1145억2160만 위안(21조8576억 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12.88% 늘었고 영업이익은 86억7610만 위안(1조6559억 원)으로 58.59% 늘었다.

화웨이 전기차 M7 [사진=화웨이]
화웨이 전기차 M7 [사진=화웨이]

스마트폰·전기차·6G… 화웨이와 ZTE 영향력 더 커진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린 글로벌 IT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상하이 2023'에서는 화웨이와 ZTE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서 화웨이는 차세대 기술인 5.5G 기술 계획을 발표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은 'MWC 상하이 2023' 기조연설에서 "5.5G는 사람들을 더 잘 연결할 뿐만 아니라 IoT, 센싱, 첨단 제조와 같은 영역에서의 산업적 요구를 더 세밀하게 지원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5.5G는 초당 10기가비트(Gbit) 다운링크, 초당 1기가비트(Gbps) 업링크, 1천억개의 디바이스 연결, 생성형 AI로 향상되는 통신 기술이다. 5.5G 표준의 첫 번째 릴리즈(Rel.18)는 내년 2분기에 마무리되고, 이와 관련된 기술이 광범위하게 검증됨에 따라 5.5G 산업은 계속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화웨이는 전망했다.

화웨이는 이미 5.5 서비스를 통신 업체들이 상용화 검증에 착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시작했고, 현재 두바이, 뮌헨, 쿠웨이트, 파리, 마드리드, 베이징, 홍콩, 상하이 등 20개 이상의 도시에서 5.5G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ZTE는 조만간 6G 상용화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ZTE의 왕신후이 부총재는 "한 달 반이 지나게 되면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와 6G와 관련해서 좋은 소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가 지난달 21일 전했다.

ZTE는 2020년부터 6G 통신기술을 연구해 왔으며, 지난해 11월 6G 핵심기술 개념 시제품 테스트를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는 중국에서 6주 만에 160만대가 팔리며 애플의 신작 아이폰 15 시리즈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공무원 및 국영 기업 직원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도 놀라운 수준이다. 위기감을 느낀 팀쿡 애플 CEO가 지난 18일 부랴부랴 중국으로 날아가 고위급 인사를 잇따라 만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ZTE도 올해 말 누비아 Z60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러 모델 가운데 폴더블폰도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화웨이는 전기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21년 12월 중국 전기차 기업 싸이리스와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 개발을 시작해 최근 신차 M7의 주문을 접수 받고 있다.

M7에는 화웨이의 독자적인 운영체계(OS) 훙멍(鴻蒙·Harmony) 시스템이 장착됐다. 이는 M7이 최근 대박을 터트린 '메이트 60 프로'와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앞서 화웨이가 지난달 신제품 발표회에서 밝혔다.

아이토에는 4D 이미지 레이더, 자율주행 플랫폼, 지능형 온도 관리, 5G 연결망 등 화웨이의 다른 스마트 기술도 탑재된다고 알려졌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아이토의 SUV 모델 M7이 출시 한 달만에 6만대 이상의 주문이 몰렸으며, M7에 대한 강력한 수요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오랫동안 지배해온 미국 테슬라와 리오토, 엑스펑, 니오 등 중국 경쟁업체들을 압박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의 활약을 보면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부러워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연구개발(R&D) 투자액은 2012년 1조위안(약 182조5000억원)에서 2019년 2조위안(약 365조1000억원)을 넘었고 3년 후인 지난해에는 3조위안(약 547조6000억원)까지 늘었다,

앞서 언급한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 신제품인 메이트60 프로에 첨단 고성능칩인 7nm  프로세스를 탑재한 것 또한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덕분이었다.

중국 광대은행의 저우 마오화 이코노미스트는 “재정·통화 정책과 자본시장은 새로운 산업화의 선봉인 인프라와 과학기술·혁신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