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Y를 통해 증명된 LFP 배터리의 진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 그리고 저렴한 LFP 배터리의 대두
LFP 배터리에 집중하기 시작한 국내 완성차 제조사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많은 사람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높은 가격을 지목한다. 실제로 전기차는 비슷한 크기 또는 성능을 지닌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평균 1000~2000만 원가량 비싸다.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때문이다. 현재 판매 중인 대다수 전기차의 가격 중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 내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배터리 가격만 낮아진다면 전기차의 가격 또한 인하돼 보급률이 올라갈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이런 예상을 가능하게 하는 배터리 기술 중 하나가 바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다. 실제로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LFP 배터리를 등한시하던 배터리 제조사 또한 LFP 배터리 생산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전기차 보급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탑재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 테슬라 모델 Y를 통해 증명된 LFP 배터리의 진가

테슬라 모델 Y는 LFP 배터리 탑재를 통해 가격을 크게 인하하면서 단숨에 수입차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 Y는 LFP 배터리 탑재를 통해 가격을 크게 인하하면서 단숨에 수입차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사진=테슬라]

지난 9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테슬라 모델 Y가 무려 4206대나 판매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120.2%, 8월 대비 무려 875.9%나 증가한 수치다. 테슬라 모델 Y의 판매량은 국내에서 9월 한 달간 팔린 전기차 판매 순위 상위 10개 차종의 합보다 많은 것이기도 하다. 테슬라 모델 Y의 약진은 수입차 전체 시장으로 놓고 봐도 두드러진다. 수입차 판매 순위 2위에 오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3510대)보다 판매량이 월등히 많다.

테슬라 모델 Y가 이처럼 단숨에 판매량을 끌어올린 비결은 파격적인 가격 인하다. 국내에서 기존에 판매되던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은 7000만 원 중반대였다. 그러나 8월 말에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해 가격을 5699만 원까지 낮췄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인 5700만 원을 정확히 맞춘 것이다. 그에 따라 각종 보조금이 더해지면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은 4000만 원 중반대까지 낮아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완성도가 높은 전기차 중 하나인 테슬라 모델 Y를 국산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테슬라 모델 Y의 가격이 이처럼 단숨에 파격적으로 낮아질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LFP 배터리의 탑재 덕분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객관적인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한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중국 상하이에서 테슬라 모델 Y를 직접 생산해 이 같은 가격이 가능해졌다.

 

▶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 그리고 저렴한 LFP 배터리의 대두

대다수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사진=셔터스톡]
대다수 전기차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격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사진=셔터스톡]

그렇다면 LFP 배터리란 무엇일까? 현재 전기차의 배터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그리고 LFP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의 화학 반응에 기반한다. 배터리를 충방전할 때 리튬 이온과 전자가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점은 부피를 줄이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고전압을 지원해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 속도도 빠르고 가벼운 편이다. 그래서 현재는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에 탑재되고 있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성능이 강한 만큼 안정성이 떨어져 과충전 시 폭발의 위험성이 높다. 결정적으로 비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재로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을 사용하며, 이에 따라 삼원계 또는 사원계 배터리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니켈과 코발트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있다. 수급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저가형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로 인식되던 LFP 배터리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사진=CATL]
저가형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로 인식되던 LFP 배터리는 오히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주목받고 있다. [사진=CATL]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코발트 대신 인산철을 사용해 LFPO로 양극재를 구성하는 LFP 배터리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철을 양극재의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만큼 LFP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약 30% 이상 저렴하다. 그 외에도 LFP 배터리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과충전과 과방전으로 인한 폭발 위험성이 낮고 그만큼 배터리 수명도 긴 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 그래서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거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LFP 배터리는 주로 저가형 전기차,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되어 왔다. 그리고 부가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는 LFP 배터리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 실제 사례로 증명된 저렴한 전기차의 필요성

LFP 배터리 탑재로 성과를 거둔 테슬라는 다른 모델에도 LFP 배터리 탑재를 고려 중이다. [사진=테슬라]
LFP 배터리 탑재로 성과를 거둔 테슬라는 다른 모델에도 LFP 배터리 탑재를 고려 중이다. [사진=테슬라]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전기차의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LFP 배터리 방식의 전기차에 비해 성능이 우수하다고 하나, 그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은 몇 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나다보니 많은 소비자들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형 전기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CATL 등을 필두로 LFP 배터리의 단점을 해결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고집할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LFP 배터리 탑재에 소극적이던 테슬라조차 자사의 인기 전기차인 모델 Y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비록 전기모터의 출력, 주행거리 등의 전반적인 성능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것보다 떨어지지만, 가격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그 결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압도적인 판매량으로 증명됐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자사의 또 다른 인기 전기차, 모델 3에도 LFP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LFP 배터리에 집중하기 시작한 국내 완성차 제조사

저렴한 가격이 전기차 보급의 필수 요소라는 것을 인식한 현대차그룹은 기아 레이 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사진=기아]
저렴한 가격이 전기차 보급의 필수 요소라는 것을 인식한 현대차그룹은 기아 레이 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사진=기아]

이처럼 전기차의 세일즈 포인트가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별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하나둘씩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를 생산해왔다. 때문에 LFP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출시된 기아 레이 EV에 최초로 LFP 배터리를 탑재하며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배터리 용량이 35.2kWh에 불과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LFP 방식인 탓에 레이 EV의 최고출력은 87마력, 주행거리는 205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가격이 상쇄한다. 소비자 가격이 2000만 원 후반대에 불과해 각종 보조금을 더할 경우 2000만 원 초반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특히 경형 전기차로 분류돼 다양한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도심에서 탈 목적이라면, 현 시점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런 전략은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식 판매량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출시 한 달만에 사전 예약 대수 6000대 이상을 기록하며 저가형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확인시켜 줬다.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LFP 배터리 탑재로 한두 급 아래 차종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했다. [사진=KG 모빌리티]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EVX는 LFP 배터리 탑재로 한두 급 아래 차종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했다. [사진=KG 모빌리티]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바로 KG 모빌리티의 전기차 토레스 EVX다. 토레스 EVX에는 중국 BYD가 공동 개발한 73.4kWh 용량의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재 발표된 주행거리는 약 433km이며, 소비자 가격은 4000만 원 중후반대로 책정됐다. 여기에 각종 보조금이 더해지면 3000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한데, 이는 한두 급 아래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은 코나 일렉트릭과 비슷하지만 차체가 훨씬 크고 편의장비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토레스 EVX에 탑재된 LFP 배터리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대다수가 중국에서 생산돼 판매 중인 저가형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흐름이 저가형 전기차로 이동하기 시작한 만큼 더이상 리튬이온 배터리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배터리 업계의 한 전문가는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차별화만으로 전기차를 판매하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는 저렴한 가격이 전기차 보급의 최대 관건으로 자리잡은 만큼 LFP 배터리를 향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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