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AI 진단 시장서 두각… 해외 진출도 '활발'
정부, 스마트병원 구현 위한 실증사업 전개… 스마트수술실 모델 개발
스마트병원 구현 위한 솔루션 개발도 '착착'
전문가 "양질의 의료데이터 생성에 더 많은 투자 필요해"

스마트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병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똑딱 유료화'를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병원 진료 예약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똑딱'은 이른바 '소아과 대란', '소아과 오픈런'의 대안으로 제시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기존 무료로 운영되던 앱이 유료로 전환되면서 국민들의 의료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사실, 전 산업 영역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나 의료 부문은 규제와 법규의 문제로 이런 전환의 속도가 더딘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여전히 환자들은 과거처럼 병원에서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고, 자신의 의료기록을 확인하거나 간단한 감기에도 처방전을 받으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 '몸이 아파 병원을 오가다 보면 오히려 병이 낫는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도 AI가 도입되고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좀 더 똑똑해진 '스마트병원'이 완성되고 있다. 늘 그렇듯, 스마트병원 관련 '기술은 이미 충분히 완성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과 끈질긴 연구개발 덕분이다.

 

국내 기업, AI 진단 시장서 두각… 해외 진출도 '활발'

가장 앞선 분야는 의료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AI 진단 기술이다.

환자들이 소형 병원보다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보다 많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도가 높은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소위 '의사가 잘 본다'는 이 표현에는 암묵적으로 많은 데이터와 정교한 진료라는 과학적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AI 의사'는 그런 면에서 '인간 의사' 보다 유리한 부분들이 많다. 예를들어 폐암과 관련된 수많은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하면 인간보다 정확한 '조기 검진'이 가능하다.

국내 의료 AI 기업들은 AI 진단 시장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의료 AI 1호 상장기업 제이엘케이는 최근 뇌졸중에 특화한 의료 AI 솔루션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뇌졸중 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MRI, CT, MRA, CTA로 찍은 1100만장의 영상 데이터와 엑스레이, 병리 영상 300만장을 딥러닝해 뇌졸중 분석에서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현재 유럽연합,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튀르키예, 태국, 일본, 아르헨티나 등 11개국에 66개 솔루션의 인허가를 받았으며, 미국과 일본에 이어 올해 초에는 중국 특허도 등록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의료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제이엘케이의 AI진단 솔루션 [사진=제이엘케이]
제이엘케이의 AI진단 솔루션 [사진=제이엘케이]

코어라인소프트는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흉부질환 동시 진단 솔루션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을 개발했다.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는 폐암, 폐기종, 관상동맥질환을 90%가 넘는 정확도로 동시에 검출해낸다. 환자의 CT 영상을 전송하면 전문의 PC에 깔린 AI 기반 폐암 조기 진단 CAD(컴퓨터 보조 시스템)가 환자의 폐 영상을 정밀 분석해 질병 여부를 진단해준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7년 동안 국립암센터, 서울대학교병원 등 80곳 이상의 국내 주요 중대형병원에 폐암 진단 솔루션을 도입해 완성도를 입증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진출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AI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의료 데이터에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딥러닝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상시 존재한다. 각 병원의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모으는 것이 힘들고, 여러 병원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규모 모델을 개발하기도 어렵다 보니 AI 진단이 전면 도입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연합학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데이터를 중앙서버에 수집하지 않고 각 병원이나 기관에서 학습한 모델만을 수집해 중앙서버로 전송해 학습한다.

그러나 이 방식도 중앙 서버로 여러 번 전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병원에서는 모델을 중앙 서버로 반복 전송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모델 전송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박상현 교수팀이 미 스탠퍼드대학팀과 협력해 개인정보 및 데이터 공유 없이도 대규모 모델 학습이 가능한 연합학습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이미지 생성과 지식증류 기술을 활용해 모델 전송 횟수를 최소화하면서 모델 성능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다.

박상현 교수는 "이 AI 기술은 여러 의료현장에서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하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기술로 현미경, 현미경영상, 피부경영상, OCT, 병리영상, X-ray영상, 안저영상을 분류해냈다. 기존 연합학습 기법보다 분류해낼 수 있는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정부, 스마트병원 구현 위한 실증사업 전개… 스마트수술실 모델 개발

현재 국내 의료 분야 디지털전환은 '스마트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 진료와 각종 검사, 입·퇴원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비용은 줄이고 의료의 질은 높이는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0년부터 스마트병원 사업을 통해 의료기관에 첨단기술 적용이 필요한 분야를 매년 선정하고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환자중심 소통'을 주제로 ▲스마트수술실(충남대병원 연합체) ▲스마트입원환경(서울대병원 연합체,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연합체) ▲환자·보호자 교육(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합체) 등 3개 분야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을 통해 충남대병원은 환자 안전 강화, 의료진 업무 경감, 지역 내 응급수술 전원연계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수술실(e-OR)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시간 수술실 가동 정보에 기반한 자원의 효율적 운영, 위험징후 발견 환자에 대한 사전 대응 등 통합 데이터에 기반한 수술 관리를 통해 환자 불편을 감소하고 안전을 향상했다.

또, 수술실 내 설치된 대시보드를 통해 주요 수술 정보(환자 기본 정보, 수술부위, 특수장비 등)를 한눈에 확인 가능해, 의료진이 수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특히 환자 신원, 수술부위, 수술명 확인과정(time-out) 미수행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 방지, 수술 중 동결검체 요청 등 직접 집도 외 수술실 업무 편의성을 증진시킨 결과 수술 소요시간 단축 등 의료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환자·보호자 정보 공유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수술 진행 관련 정보를 보호자 위치에 관계없이 대기실 대시보드, 모바일 앱, SMS 등으로 실시간 제공 가능하도록 하고, 수기로 작성하던 당직 수술일지, 주간 수술장부 등 문서 작성 업무를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으로 전환해 의료진 부담을 줄이고 부정확한 기록 발생을 방지했다.

충남대병원이 구축한 스마트수술실 [사진=보건복지부]
충남대병원이 구축한 스마트수술실 [사진=보건복지부]

 

스마트병원 구현 위한 솔루션 개발도 '착착'

민간 영역에서도 스마트병원 구현을 위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필립스가 국내외 병원들이 스마트병원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과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필립스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 솔루션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의료진이 환자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며 협업할 수 있어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대표적인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에는 ▲커넥티드 모니터링 솔루션(Connected Monitoring Solution)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Patient Information Center iX·PIC iX) ▲전자중환자실 솔루션(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eICU) ▲인텔리사이트 병리 솔루션(IntelliSite Pathology Solution)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전자중환자실 솔루션(eICU)은 중앙의 커맨드센터에서 여러 병원·부서 중환자의 상태변화를 365일 24시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특히 병상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부족한 야간이나 주말에 커맨드 센터의 경험 많은 의료진이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장 의료진을 돕는다.

특히, eICU에 수집된 여러 가지 환자 데이터는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CDSS) 알고리즘을 통해 중환자 예후 및 사망률·패혈증 발생 여부 등 환자 상태변화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로 가공돼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돕는다.

인텔리사이트 병리 솔루션은 슬라이드 스캐너(Second Generation Scanner)와 서버, 스토리지, 뷰어 등을 탑재한 이미지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디지털 병리 이미지를 자동 생성·시각화 및 관리한다.

국내에서는 미소정보기술이 관련 솔루션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현재 CDW(Clinical Data Warehouse) 분야 업계 1위인 미소정보기술은 병원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를 비식별화해 저장하고 연구자의 필요에 따라 검색·분석·시각화 등이 가능한 '스마트CDW'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CDW를 비롯해 임상연구 분석 시스템 '스마트CDRS', 비정형 의료데이터를 정형화하는 '메디스캔(MediScan)', 영상 데이터를 비식별화하고 텍스트를 추출하는 '스마트블러(SmartBlur)'등으로 구성된 '미소 헬스케어 토탈솔루션'은 환자 데이터 수집·데이터 전처리·학습 데이터화·빅데이터 저장·가공·AI기반 분석 및 시각화·인사이트 도출 등을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AI기반 데이터분석 솔루션 '스마트TA'를 통해 병원 및 의료기관의 의료인이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의료 판독문 코딩 자동화를 이끌고 있다. 단순 업무 축소, 시간 대폭절감, 정확도를 향상시켜 병원 업무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의료빅데이터플랫폼을 데이터레이크플랫폼으로 확장한 '스마트빅(smart BIG)' 기술로 주요 국·공립대학병원 등에 의료 빅데이터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빅'은 병원내부에 프라이빗(폐쇄형) 클라우드 기반 AI학습 데이터 수집·전처리·가공과 빅데이터 분석, 보건의료 데이터 임상연구 분석 시스템, AI개발환경을 제공한다. 또 최신 딥러닝 모델의 학습과 개발, 배포, AI 인퍼런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통합 의료 얼라이언스 플랫폼이다.

 

전문가 "양질의 의료데이터 생성에 더 많은 투자 필요해"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스마트병원이나 디지털헬스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의료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지난달 20일 열린 '디지털헬스케어법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굉장히 많은 보건의료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양질의 의료데이터가 존재한다고 보기에는 정확하지 않다"며 "EMR이 잘 갖춰져 있고, 건강보험공단에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어 데이터가 축적돼 있기는 하나 실제로 데이터 간의 연계성과 체계성은 높지 않아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할 때 효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민간 기업들이 보건의료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도 이를 생산하는 의료기관이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원초적인 의료데이터를 가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과 지원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해 보면 일반 보건의료 데이터만으로는 수준 높은 연구성과를 이뤄내기 어렵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가공하는데도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데이터의 질적 확장을 위해서는 임상 현장의 의사의 노력과 인식 제고가 필요한 만큼 그에 부합하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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