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수출규제로 타 산업 무역관계 악화 우려
네덜란드, 현재 수출통제 미흡…SMIC 7나노 제조 증명
한국,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비

[테크월드뉴스=박규찬 기자]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가 이달로 1년째를 맞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업무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187조 원 규모의 반도체산업 지원 패키지 마련 및 레거시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을 육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장비 등의 기술자립과 차세대 전력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미중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최대 분기점이 된 것은 미국이 동맹국과 우방국에 대중 규제에 동조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독자적으로 수출규제를 강화한 미국이지만 미국 단독으로는 수출규제를 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다른 나라의 협조 없이는 목적을 당설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국의 동참요구에 응답했고 일본의 첨단 제조장치 및 소재, 네덜란드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바탕으로 수출규제에 돌입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자료=한국수출입은행]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규제 [자료=한국수출입은행]

 

▶ 제재 이후 현재 중국의 반도체 현황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로 인해 EUV 장비 등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함에 따라 10나노 이하 공정의 반도체 생산 및 개발이 거의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 본사 및 공장 전경 [사진=SMIC 웹 사이트]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SMIC 본사 및 공장 전경 [사진=SMIC 웹 사이트]

그러나 최근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에 탑재된 AP가 중국 SMIC에서 제조된 7나노 칩으로 확인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봉쇄정책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력을 키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9월 현지 언론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둔화시키기 위한 봉쇄 조치 속에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40%를 넘어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조달 증가율도 2013년 이후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지출액은 2013년 34억 달러에서 2022년 283억 달러로 7배 이상 증가했으며 세계 시장점유율도 10.6%에서 26.3%로 증가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노광 공정에서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광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의 약 60%, 원가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고 노광 장비 국산화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2022년과 2023년 상반기 중국의 반도체 장비는 이미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성장 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반도체 장비 조달은 각각 4.6%, 5.1% 감소한 반면 세계 시장 성장률은 4.9%, 2.9%에 그쳤다. 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장비 업체인 NAURA와 SMEE의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다.

NAURA는 2022년과 2023년 상반기에 각각 51.7%, 37.7%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고 SMEE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9%, 27.5% 증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SMEE와 NAURA의 2023년 상반기 매출은 각각 25억 3000만 위안과 84억 30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중국의 수입대체로 인해 자국내 공급망 강화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 동참하고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현 상황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규제에 동참하고 있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현 상황을 살펴보면 현지언론을 중심으로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다. 이는 비단 중국과의 반도체 관련 무역뿐만이 아닌 다른 산업에까지 무역 관계가 소원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
일본은 지난 1월 기시다 총리 방미 이후 바이든 정부로부터 중국의 반도체 수출규제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이후 올 3월부터 동참해 7월 말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장치 등 23개 품목에 대해 집중 수출규제를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 오른쪽)가 조셉 R. 바이든 2세 대통령과 일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일본내각공보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 오른쪽)가 조셉 R. 바이든 2세 대통령과 일미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일본내각공보실]

최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는 중국 입장에서 일본이 무역상대국에서 무역대립국으로 입장이 바꼈다는 의미로 중일 무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이 됐다.

그리고 그것은 즉시 실행에 옮겨졌다. 중국은 반도체 재료인 희귀금속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규제를 발표했고 8월부터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8월에는 일본에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제품의 수출 허가가 한 건도 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출에 따라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일본산 수산물의 상당수가 중국에 수출되고 매출의 절반 이상을 대중 수출에 의존해 온 기업도 많아 경제적으로 매우 무거운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경제적 위압이라고 중국을 비난했지만 그만큼 중국의 일본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큰 증거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지난 1년 첨단 반도체라는 한 품목으로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됐고 뿐만 아니라 일본, 네덜란드도 이에 휘말리면서 일본과 중국의 경제, 무역관계가 얼어붙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울러 그 영향은 비제조업인 수산업으로도 비화돼 앞으로 어느 업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덜란드
네덜란드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한 규제에 동참하고 있으나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아닌 상황이다.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오늘자  4일 네덜란드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는 중국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힘겨루기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고 이는 허점과 뚜렷한 목표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 산업안보국은 16/14나노 이하의 핀펫이나 GAFET 아키텍처로 로직칩을 만들 수 있는 장비에 대해 수출자가 중국으로 선적하기 전에 면허를 받도록 했으나 미국의 수출통제가 중국의 14나노 이하 생산능력을 제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현재의 수출통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다.

예를 들어 ASML의 ‘NXT : 1980Di’는 다중 패터닝을 이용해 7나노 칩을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현재 규제 대상이 아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 리서치, KLA 등의 공급업체는 중국에 선진 제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이 첨단 장비 없이도 첨단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가 보여주듯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진전을 막는 데 목적을 둘 경우 의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수일 내로 수출통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의 규제 강화로 인해 관련 공급업체들은 더 엄격한 통제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한국,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대비
한국은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기업의 중국의 반도체 판매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반도체 장비 수출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주요 사업자 구도 전망 [자료=수출입은행]
반도체 주요 사업자 구도 전망 [자료=수출입은행]

지난 7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우리 기업은 중국 공장을 구공정 중심으로 운영하되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할 예상이며 대중국 반도체 판매는 큰 영향이 없으나 장비 수출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은 전사 낸드플래시 생산의 40%,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D램의 40%대 중반, 낸드플래시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중국 공장의 운영 중단보다는 활용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격차는 확대되고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소부장 기업의 미국 동반진출 기회가 증가하나 레거시 파운드리 경쟁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D램과 파운드리의 기술격차는 최소 5년 이상, 낸드플래시는 선도기업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으나 232단 이상 제품 양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대만에 이어 세계 2위 파운드리이나 국내 1위 기업과 2~3위 기업 간 격차가 크고 주요국의 레거시 파운드리 투자 증가 등으로 점유율 하락 등이 우려된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 [자료=대신증권, 테크인사이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과 중국의 반도체 기술 격차 [자료=대신증권, 테크인사이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이미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중국 제재 방향은 무역제재에서 기술제재, 첨단산업 생태계 제재로 진화하면서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은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차세대 반도체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파운드리는 2강 구도에서 3~4강 구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져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다”며 “파운드리의 발전을 위해 팹리스, 소부장, 패키징 생태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미국의 제재 강화10월 이후 제재 더 심해질 것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올해 10월에는 더욱 강력한 제재를 업데이트한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규제안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일각에서는 SMIC가 EUV 장비 없이 7나노 반도체를 제조한 것을 의식해 초미세 공정 반도체 장비뿐만 아니라 소재나 기술 특허부문에서도 제재를 강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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