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된 세계 최초 5G
주인 잃은 5G 핵심 주파수 28GHz
무늬만 세계 첫 5G... 네트워크 위상마저 흔들
5G 실패 원인 ‘콘텐츠’ ‘솔루션’ 미흡 지적도 나와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5G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고 했던 5G 통신 서비스 품질이 통신 3사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통신 3사는 5G의 핵심 주파수인 28GHz까지 내던져 네트워크 강국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점구조로 굳어진 통신 산업에 정부가 시급히 나서야 하지만 6G 상용화를 앞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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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사미로 전락한 세계 최초 5G

2019년 4월 3일, 대한민국은 미국·일본·중국 등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5G를 선보였다. 정부는 5G 전국망을 2022년까지 조기에 구축하겠다고 다짐했고, 통신 3사는 5G 속도를 강조하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다. 통신사들은 5G 요금제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5G 휴대전화를 신규로 개통할 때 LTE 요금제에 가입하지 못하게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 5G 가입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076만 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5G 가입자 수 증가는 2019년 467만 명에서 2020년 1185만 명으로 두 배 넘게 커졌고, 2021년부터 2년 연속 800만 명 안팎의 증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신서비스 품질은 가입자 수 증가와는 무색하게 정체된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 따르면 국내 5G 다운로드 전송 속도는 896.1메가비트(Mbps)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0월 전국 20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5G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23%에 불과했다. 5G 가입자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LTE와 비슷한 속도(55%)’였다.

소비자 단체들은 당초 통신 3사가 약속한 LTE보다 빠른 속도를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비싼 요금을 받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를 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LTE보다 요금이 비싼 5G를 사용하면 서비스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통신 3사의 설비투자 노력 부족으로 서비스 품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5G 상용화가 이뤄진 2019년 9조 596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8조 20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이동통신협회(GSMA)에 따르면 한국 통신사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지난해 1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25위를 차지했다. OECD 회원국 평균 비율은 22.2%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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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사, 5G 핵심 주파수까지 내던져···

통신 3사는 28GHz는 현실적으로 구축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지원하는 기기도, 수요도 없어 수익 모델이 안 나온다며 사실상 투자를 포기했다.

5G의 주파수 대역은 크게 28GHz와 3.5GHz로 나뉜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는 28GHz주파수에서 구현할 수 있다.

28GHz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구현할 5G의 핵심 주파수지만 통신 3사는 28GHz 기지국 투자에 소홀했다. 통신 3사의 28GHz 기지국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SK텔레콤 5059소, KT 1586소, LG유플러스 1868소에 그쳤다.

정부와 약속한 물량의 10.7%, 10.6%, 12.5%에 불과한 달성률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말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5월 SK텔레콤으로부터 해당 주파수를 환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통신 3사의 5G 28GHz주파수 할당 취소는 미래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이통3사를 제외한 추가 사업자에 한정해 28GHz 주파수 할당 공고를 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28GHz주파수 정책을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이동통신 3사에 대해 할당을 취소하게 돼 아쉽지만, 서비스를 제공할 사업자 발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할당 신청은 오는 12월 19일까지로 약 3개월 남짓 기간이 남았다. 다만 정부에 따르면 아직 참여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현한 사업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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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세계 첫 5G 상용화··· 네트워크 위상마저 흔들

한국은 ‘세계 첫 5G 상용화 국가’ 로 이름을 알렸지만, 불완전한 5G 서비스로 네트워크 강국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탈리아, 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전 세계 23개국이 등재된 28GHz이상 초고주파 대역 주파수 할당 국가 목록에서 이름이 지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 회사 키어니에 따르면 2023년 주요 5G 상용화 국가 33개 국가의 5G 준비지수는 2022년 대비 전반적으로 10%가량 증가했지만, 한국은 33개국 중 호주와 함께 6.9점을 기록하면서 공동 6위에 그쳤다. 28GHz·SA(Stand Alone: 단독모드) 사용이 둔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위권은 미국(8.4점), 싱가포르(7.6점), 핀란드(7.3점), 일본·노르웨이(7.1점) 순으로 차지했다.

키어니는 28GHz와 같은 밀리미터웨이브 기술 사용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혁신 기술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시장 발전과 소비자를 위해 5G 서비스가 3.5GHz와 28GHz주파수 대역으로 함께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통신 3사가 28GHz대역을 일제히 포기하는 것은 세계 무대에서 고대역 주파수를 활용한 서비스 기술을 이야기할 때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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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G 실패 원인 ‘제반환경’ 미흡 지적도··· 6G 상용화도 대비해야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가운데 최초로 6세대 이동통신(6G) 백서를 지난달 10일 발표했다. 이 백서에서 SK텔레콤은 제반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5G 시장 활성화의 실패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콘텐츠와 솔루션이 인프라와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5G 기술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통신에 그치는 게 아니라 AI, IoT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맞물려야 한다면서 이제 몇 세대 기술이라는 개념을 구분 짓기보다 새로운 기술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방향으로 논의의 중심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통신 3사의 5G 투자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못한 정부에도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 서비스는 공공 자산 성격이 강한데 세계 최초에만 신경을 쓰고 통신 3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여 제4이동통신사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이를 통해 가계 통신비 인하까지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6G 상용화를 앞두고 단순히 28GHz 대역을 활용할 신규 사업자를 찾기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 주파수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사업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실적인 5G 서비스를 위해선 3.5GHz 중심 전국망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주권 관계자는 “5000만 이동통신 소비자들의 편익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3.5GHz 5G 전국망 조기 구축에 집중투자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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