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 공개.. 학계는 "초전도체 아닌 듯"
언젠가 만나게 될 상온 상압 초전도체… 우리도 못할 이유 없다

초전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전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국내 민간 연구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절대온도 400K(캘빈·섭씨 126.85도)와 대기압(1기압)에서 작동하는 이른바 상온·상압 초전도체 'LK 99'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공개해 전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초전도체'라는 용어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지난 1911년 이후 100년 넘게 찾아 헤매이고 있는 물질이다. 이는 초전도체가 현재 과학기술이 넘지 못하고 있는 여러 한계를 쉽게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체 물질은 전기 전도성에 따라 전도체와 절연체, 반도체로 분류할 수 있다. 전도체는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을 의미하고, 절연체(부도체)는 그 반대이다. 절연체에 불순물을 추가해 전도체처럼 만든 것을 반도체라고 한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전기저항이 '0'으로 전류를 손실 없이 무한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 초전도체는 '마이스너·옥센펠트 효과'를 가진다. 물질 내부로 들어오려는 자기장을 모두 밀어내는 현상으로 초전도체를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자기부상 효과'다.

마지막으로 '조지프슨 효과'라는 거시적 양자 현상이 있는데 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절연체를 끼워넣더라도 전류가 흐르게 된다.

 

초전도체, 1911년 처음 발견… 87년 '고온 초전도체' 개발자에게 노벨물리학상

초전도체는 지난 1911년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오너스가 액체헬륨으로 수은을 4.2K(섭씨 영하 약 269도)까지 낮추자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을 관측한 것이다.

하지만 초전도체는 아직 완전 상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일상적인 환경인 '상온 상압'에서도 초전도체의 성질을 보여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섭씨 영하 200도 이하 극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에서만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건강검진을 할 때 쓰는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에도 초전도체로 만든 전자석이 들어가는데 이때 사용되는 나이오븀-티타늄(Nb-Ti) 합금의 전이온도는 약 10K(섭씨 영하 263.15도)이다. 때문에 고가의 액체헬륨을 사용해 온도를 낮춰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인류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 발견에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1986년 스위스 물리학자 카를 알렉산더 뮐러와 독일 물리학자 요하네스 베드노르츠는 란타넘과 바륨, 산화구리 등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로 결합한 물질이 섭씨 영하 238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영하 250도 정도까지 구현되던 기존 초전도체보다 약 12도를 높인 것으로, 학계에서는 이를 '고온 초전도체'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뭘러와 베드노로즈는 198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만큼 물리학계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 박사가 황화수소를 영하 70도에서 대기압의 150만배 압력으로 압축하면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 발표했으며, 2019년에는 수소화란타넘으로 영하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에는 영상 15도 이상에서 구현되는 '상온' 초전도체가 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미국 로체스터대 랭거 디아스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수소와 탄소, 황을 이용한 물질이 영상 15도, 대기압 100만 배 압력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였다고 발표한 것. 하지만 재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네이처는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논문을 철회했다. 더불어 이런 선례들은 초전도 현상 구현을 위해 '온도'를 높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위해 '기압'도 천문학적으로 올려야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일상생활에서는 '꿈'과 같은 조건이라는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

자기부상열차 [사진=현대로템]

국내 연구진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 공개.. 학계 반응은 "초전도체 아닌 듯"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 상압' 초전도체 'LK-99' 발견 사실을 알렸으니 전 세계 과학계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국내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아예 LK-99를 만드는 레시피를 제한없이 공개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산화 납과 황산 납을 혼합해 섭씨 725도에서 하루 동안 구워 라나카이트를 제조하고, 라나카이트에 다시 구리와 인 분말을 섞은 뒤 48시간 동안 구워 인화구리를 만든다.

이후 라나카이트와 인화구리를 분말 형태로 만든 뒤 진공 상태에서 다시 925도에서 구워내면 상온 초전도체인 LK-99가 탄생하게 된다. 연구진은 LK-99 초전도체가 1기압에서 126도까지 초전도체 성질을 유지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해당 논문이 공개되자 세계 유수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검증'이 실시됐다. 일부에서는 '상온상압' 초전도체의 가능성이 있을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으나 대체로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닐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는 모양새다.

지난 8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CMTC는 "(LK-99는) 상온, 심지어 저온에서조차 초전도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그저 매우 높은 저항을 가진 저품질의 재료일 뿐이다. 데이터가 그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인도 정부 소속의 연구 기관에서도 LK-99에서 초전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실험실은 "LK-99에선 초전도성이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반자성(diamagnetism)이 조금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소에선 LK-99를 강자성체(ferromagnetism)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16일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불순물인 황화구리 등이 초전도체처럼 보이는 특성을 띤다는 해외 연구진의 근거를 들었다.

네이처는 그동안 해외 각국 연구진이 LK-99를 검증한 결과를 들었는데 "황화구리 등이 전기 저항의 급격한 감소와 자석 위에서의 부분 부상이 나타난 원인"이었다며 이는 초전도체가 나타내는 특성과 유사해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현재 경희대,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6개 연구실로 구성된 초전도체 검증위원회가 본격적인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를 중심으로 퀀텀에너지 측이 제작한 시편을 제공할 경우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에서 검증에 참여키로 했다.

최경달 초전도저온학회 회장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의 보도는 저희도 인지하고 있지만, 일단은 관련 논문들이 많이 나온 건 아니다"라며 "일단 국내에서도 자체 제작해서 검증한 뒤 해외 논문 등까지 다 포함해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겠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 현재 샘플 제작을 진행 중인 연구실의 의견부터 다 모으는 게 절차상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초전도체, 전력 손실 비용 절감에 핵융합발전으로 에너지 고민도 해결

'LK-99'에 대한 결론이 어떻게 내려질지 알 수 없으나 현재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연구들이 계속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을 보유한 초전도체 개발도 마냥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특히 초전도체가 가지고 있는 퀀텀 점프급의 잠재력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연구를 하게 만들고 있는데다가 당장 우리 주변에서 초전도체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기부상 열차다. 반자성 효과를 이용하면 열차와 철로 간 마찰이 없어진다. 이론상으로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속 500㎞로 단 4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구리 전선을 초전도선으로 대체하면 전기를 더 높은 효율로 송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송전으로 발생하는 전력 손실량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3.59% 정도로, 손해액은 연평균 약 1조6천990억원 규모인데 이를 절감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은 영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항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인 발열을 잡을 수 있는 만큼 양자컴퓨터 등 전력을 활용한 전자 장치들의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대신 초전도체를 사용하면 전력은 거의 들지 않는 반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소 100배 이상 빨라진다.

그 결과 로봇이나 자율주행 등의 인공지능(AI) 성능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높은 민감도와 정확성을 가진 센서를 만들 수 있게 되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생산성이나 효율 등이 증가한다. 암호화 및 보안이나 통신 기술도 함께 발전하므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인 컴퓨팅 환경도 조성할 수 있다.

애플 전문가로 유명한 대만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초전도체 상용화는 컴퓨터와 전자제품에 혁신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열 시스템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고, 고급 노드의 진입 장벽이 무너지는 등 디자인 및 재료·기술 채택으로 아이폰 만큼 작은 모바일 장치도 양자 컴퓨터에 버금가는 컴퓨팅 성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핵융합발전을 통한 인공태양 개발도 기대된다. 수억 도에 달하는 플라스마를 초전도 전자석 안에 가둬 핵융합을 일으키는 핵융합장치 등에도 초전도체가 활용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양자컴퓨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양자컴퓨터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언젠가 만나게 될 '상온 상압' 초전도체… 우리도 못할 이유 없다

만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LK 99'가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초전도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술개발의 중요성도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그간 기술개발 노력을 통해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까지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경쟁을 하면서 인공위성과 로켓을 개발하던 1950~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라디오와 선풍기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이다.

그 배경에는 연구개발비 투자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매년 연구개발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연간 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R&D에 투자했다. 2014년 7조 규모였던 정부 연구개발비도 2023년 31조 규모로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규모는 4.95%로 이스라엘 다음으로 세계 2위를 기록 중이다. 인구 천 명당 연구원 수는 9.1명으로 세계 1위다. 특허출원 건수도 2021년 기준 237,998건으로 중국(1,585,663건), 미국(591,473건), 일본(289,200건)에 이어 세계 4위로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초전도체와 같은 신기술 개발은 우연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즉, 다양한 가능성을 높고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발견이 나온다는 의미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인프라와 자본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가까운 미래에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해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와 반도체, 슈퍼컴퓨터(초고성능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ICT) 원천연구 개발에 작년보다 1.7배 늘어난 1557억원을 투자한다. 초전도체에도 45억1200만원이 늘어난 85억1500만원이 투자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자‧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를 확대하면서, 유망기술의 지속적 탐색 및 적극적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라면서 "연구개발 투자뿐 아니라 전략적 사업 관리 및 성과 창출 등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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