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미‧중 무역갈등이 반도체에서 희토류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CHIPS Acts) 등 대중국 제재 강화에 중국이 희토류 통제로 맞불을 놨다. 서방국가와 글로벌 기업의 대응 마련이 분주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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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토류, 17가지 물질 묶어 지칭... 전세계 생산량 중국 90% 차지

희토류는 ‘자연에 매우 드물게 있는 금속 원소’라는 의미다. 희토류는 스칸듐, 네오디뮴, 사마륨 등 화학적 성질이 유사한 17가지 물질을 묶어 지칭한다.

희토류는 열과 전기가 잘 통해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컴퓨터, 통신장비, 미사일, 인공위성 등 전기·전자·촉매·광학·초전도체 등 분야에 핵심 소재로 쓰여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희토류는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뉜다. 희귀한 광물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나, 쓰임새는 다르다. 경희토류는 상대적으로 많이 매장돼 있고 용도는 광학유리, 촉매, 광학제, 세라믹 등 주로 비첨단 분야이며 제한적이다.

반면 중희토류는 산업·의료·군수용 장치, 전기차 배터리, 영구자석 등 첨단 기술 장비에 주로 활용된다.

특히 전기차 등 생산이 증가하며 영구자석이 들어가는 제품의 수요 증가로 중희토류를 쓰겠다는 기업은 늘고 있다.

희토류 매장량은 중국 36%, 러시아 19% 미국 13% 호주 5% 등이지만 전 세계 생산량의 90%를 중국에서 차지한다. 희토류 1톤을 처리하는데 최대 2000톤의 유독성 폐기물이 나와 미국 호주 등 주요국들이 생산을 중단한 까닭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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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미·중 갈등 속 ‘희토류 자석’ 제조 기술 수출금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말 기준으로 1만 3000건이 넘는 핵심 광물 관련 수출규제를 도입했다. 10년 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OECD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며 2020년 이후 중국의 규제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은 국가안전을 이유로 핵심 광물 중의 하나인 희토류 자석의 제조 기술 수출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일 일본 요미우리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제조업 등 산업기술 수출규제 목록인 중국 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 목록을 개정해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인 ‘네오디뮴’과 ‘사마륨코발트’등을 추가, 관련 제조 기술의 수출금지를 새롭게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석은 전력이나 자력을 이용해 회전을 일으키는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태양광·풍력 발전,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비 전자 제품, 산업용 모터, 로봇, 첨단 무기 등에 모두 사마륨코발드와 네오디뮴 영구 자석(PM 전기 모터)이 들어간다.

네오디뮴 영구 자석은 자력이 다른 희토류를 압도해 고출력 전동 장치에 주로 쓰인다. 특히 전기차에 있어 PM 모터의 높은 출력밀도 덕에 전기차는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사마륨코발트는 희토류계 원소인 사마륨과 고가의 전략 자원 중 하나인 코발트의 합금이다.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희토류를 원료로 하므로 현존 자석 중 가격이 가장 비싸며, 7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은 사마륨과 코발트 희토류 금속을 추출하는 능력을 가진 유일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 자석 메이커가 없는 미국과 유럽은 신규 진입이 어려워 중국에 완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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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7, 행동계획 마련... 테슬라 등 희토류 프리 자석 개발 나서

서방 주요 7개국들은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금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5∼16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리는 G7 기후·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중요 광물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행동계획이 마련될 방침이다.

주요 7개국(G7)이 전기자동차 모터나 배터리에 사용되는 중요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산 개발 등에 1조 엔(약 9조 8000억 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G7이 마련하는 행동계획으로는 ▲광산 개발 등에 1조엔 이상 재정 지원 ▲정교하고 치밀한 장기 수요 예측 ▲효율적인 재활용 체제 정비 ▲기술 개발을 통한 광물 사용량 절감 등이 언급된다.

아울러 오는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도 중요 물자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G7은 5월 정상회의 공동문서에 중요 물자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 등 개별적으로 구축해 온 공급망을 G7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대안을 찾고 있다. 쿼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희토류 프리 자석(rare earths-free magnet)’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모터 기술 업체 ‘야사(YASA)’도 ‘축 방향 자속 모터(Axial-flux motor·AF모터)’를 개발했다. 보통 PM 모터는 엔진 내 회전자가 고정자의 내·외부에서 자력의 힘을 받아 반경(Radial) 방향으로 회전하지만, 야사 AF모터의 회전자는 축 방향(Axial)으로 회전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축 방향 회전 방식은 더 높은 회전력을 갖는다.

야사의 AF 모터도 희토류 영구자석을 사용한다. 다만, 사용량을 대폭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같은 무게의 AF 모터가 기존 PM 모터보다 훨씬 강한 출력과 회전력을 보유한 까닭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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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희토류 자석’관련 80% 이상 중국에 의존... 공급망 다변화 시급

한국은 영구자석에 쓰이는 네오디뮴의 86%, 반도체 연마제로 사용되는 희토류의 54%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중국의 희토류 관련 수출금지와 관련해 국내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제2차 산업공급망 점검 실무회의’를 개최해 중국 관련 공급망 현안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중국의 기술 수출금지에 따라 국내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에 힘을 싣기로 했다.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희토류 산업의 소재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화 작업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소부장 공급망 안정 종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희토류 품목에 대한 심층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품목별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은 “중국의 기술 수출금지에 대한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품목 수출규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면서 “산업공급망 점검 실무회의, 업계 간담회, 현장 방문 등 소통 창구를 확대해 업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기술 수출금지라고 해도 신규 영구자석 제조업체의 국제시장 진입을 제한해 우리나라의 영구자석 수입처 다변화 및 자립화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중 공급망 경쟁이 격화될 경우 현재의 기술 수출금지가 품목 수출금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실리외교’, ‘기술외교’, ‘자원외교’를 추진하고 국내적으로는 기업이 추진하는 해외 자원 조사 및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서 특별융자예산·국가보조금 확대 등으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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