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K-게임 판호 대규모 발급
중국 시장 복귀, 온탕과 냉탕을 오간 K-게임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 진출 앞둬···흥행 성공 여부 주목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한국 게임에 빗장을 열면서 K-게임업계는 중국 시장 재진입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 상당수가 초기에 반짝 성과를 낸 이후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중국게임 시장 수준이 높아져 성공을 담보하기 힘든 시장이 됐다는 주장과 한국 게임들의 특성상 흥행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반기에도 국내 게임은 중국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어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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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열린 중국시장, 그러나 성과는 예전같지 않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본격화된 2017년 3월 이후 외자판호를 거의 내주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대거 발급했다.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면서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시장 재진입에 일제히 나섰다.

지난해 12월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이어 중국은 올해 3월 이후에도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 ▲에픽세븐의 슈퍼크리에이티브 ▲넷마블의 신석기 시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H5’ ▲T3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등 판호를 대거 발급했다.

하지만 판호 발급 후 중국에 진출한 게임 중 일부는 초기에는 선전했지만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업계에서는 “중국 게임 시장의 수준이 높아져 한국 게임의 무조건적인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워졌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진출이 흥행을 담보하던 과거와 달리, 중국 현지화를 비롯해 기술·게임플레이 등에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아직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다. 중국 게임출판공작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중국 게임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중국게임 시장 매출은 2695억 위안(한화 약 49조 원)을 기록했다. 강력한 규제 정책과 판호 발급 축소로 성장세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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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진출, 온탕과 냉탕을 오간 K-게임···기대 반 우려 반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상반기에는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 넥슨의 블루아카이브는 지난 6월 진행된 중국 지역 시범 테스트 기간 중 ‘빌리빌리’, ‘탭탭’ 등에서 인기 게임 순위 1위에 올랐다. 사전 예약자 수는 425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0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한 스마일게이트 계열사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에픽세븐’은 중국 전체 플랫폼에서 사전 예약자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19일부터 시작된 사전 다운로드 이후 iOS 앱스토어, 빌리빌리, 탭탭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는 듯한 뛰어난 퀄리티의 전투 연출과 OST에 중국 이용자들이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초기 선전과 달리 갈수록 힘에 부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사전 예약자수 425만 명으로 기대를 모았던 불루아카이브의 경우 출시 다음 날인 4일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9위로 출발해 나흘 뒤인 8일 42위까지 떨어졌다.

에픽세븐의 경우도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지난 7월 100위 밖으로 벗어났고, 매출 순위도 지난 8일 기준 54위까지 떨어졌다.

넷마블이 6월 28일 중국에 출시한 ‘신석기시대’도 7월 말 인기 순위에서 10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다만 매출 순위에선 10위권을 오가다가 9위에 안착했다.

펄어비스가 중국에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도 발매 직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한달여 만에 순위 차트에서 모습을 감췄다. 부진한 성적에 출시 하루 만에 주가가 24.3% 떨어지기도 했다.

업계 안팎에선 중국 게임업계의 수준이 올라가면서 한국 게임이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판호 발급을 중단한 기간 중국 게임사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게임을 여럿 내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에서 공백기를 갖는 동안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 역량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고, 중국 사용자들의 눈높이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중국 당국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뒤 판호를 열어줬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게임들의 특성상 흥행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은 ‘서브컬처 게임(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으로 분류된다. 서브컬처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릭터가 새로 나올 때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블루 아카이브, 에픽세븐의 평점이 중국 내 최상위권 서브컬처 게임에 비해 높은 것을 고려하면 매출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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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게임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 문 두드려··· 흥행 성공 여부 주목

하반기에도 한국 게임들은 줄줄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넥슨은 17일 메이플스토리M을 중국에 공식 서비스하고,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킹덤도 사전 테스트에 들어갔다. 최근 상하이에서 현지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인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등의 게임 판호작 3종을 빠르게 중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연내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으로 500만명 이상의 사전 예약자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 지식재산권(IP)를 둘러싼 분쟁을 마무리하고 미르4 및 미르M의 중국 서비스 출시에 집중한다. 이에 지난 9일 액토즈소프트와 ‘미르의 전설2,3’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판호가 발급됐다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판호를 내줬어도 실제로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로서는 하반기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이 절실하다. 신작 출시가 다소 뜸해진 상황에서 기존에 흥행이 검증된 게임이 세계 최대 게임시장에서 다시 한번 흥행해 성공한다면 충분히 매출에 기여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게임이 강력한 파워를 보유했고, 한국에 비해 규모와 우위에 선 것도 사실이지만 신작의 냉정한 개별 평가를 하기보다 중국 고평가, 한국 저평가가 당연하다는 분위기로 흐르게 된다면 ‘억울한 악순환’을 낳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중국 게임시장은 정부 정책이나 외교 관계를 비롯한 정치적 이슈에 따라 시장 분위기 및 규제의 기준이 급격하게 변화한다면서 중국 게임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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