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반도체'
앞선 기술과 인프라로 미국 반도체 생태계 이끌 것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IBM은 한물갔다? 과거 IBM 명성을 떠올리며 사람들은 IBM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IBM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있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텔, AMD, 엔비디아 등과 비교해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도체 산업을 이끈 여러 혁신적인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어떤 기업이든 IBM의 특허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2나노 반도체 칩을 위한 웨이퍼 [사진=IBM]
2나노 반도체 칩을 위한 웨이퍼 [사진=IBM]

 

IBM의 기술로 돌아가는 파운드리 공장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반도체 기업들로 IBM은 늘 문전성시를 이룬다. IBM은 인텔, 애플, 글로벌파운드리 등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반도체 핵심적 기술을 개발해왔는데 이로 인해 IBM은 반도체 생산에 있어 중요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도 IBM의 반도체칩을 위탁 생산하는 주요 파트너사다. IBM의 서버 플랫폼에 들어가는 5나노미터 칩과 7나노미터 칩을 제조한 곳도 삼성전자였다. 현재 대부분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탑재된 7나노미터 기술은 IBM이 처음 고안한 기술로 삼성전자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기존 핀펫(finFET) 공정 칩 대비 전력 사용량을 85% 줄인 VTFET(Vertical Transport Field Effect Transistors) 공정을 함께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는 미국 IBM에 기술자를 보내 2나노급 반도체 양산기술을 이전 받아 2027년 대량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일본 훗카이도에 공장을 짓는 동안 IBM에 엔지니어를 파견해 2나노 대량생산 라인 구축과 개발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러 기업이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IBM을 찾아오지만 사실 IBM은 반도체 사업을 하지 않는다. 2014년 실적이 부진한 반도체 제조 분야를 매각한 후 반도체 연구개발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은 하지 않지만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인해 기업들은 IBM을 찾을 수밖에 없다.

VTFET 기술이 적용된 웨이퍼 근접샷 [사진=IBM]
VTFET 기술이 적용된 웨이퍼 근접샷 [사진=IBM]

 

컴퓨터에서도, 반도체에서도 앞선 IBM

IBM은 컴퓨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으로 1980년대 PC 아키텍처를 공개해 개인용 컴퓨터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우량 주식(블루 칩) 가운데서도 뛰어난 최우량주(블루)이라며 ‘빅 블루’로 불렸다. 별명만큼 IBM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DRAM을 처음 개발한 것도 IBM이다. 7나노미터 칩, 5나노미터 칩 설계 기술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5나노미터 기술을 발표한지 4년만인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2나노미터 나노시트 기술로 개발된 칩을 선보였다. 해당 공정은 기존의 수평 트랜지스터 구조를 3차원의 수직구조로 전환해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나노시트 기술은 반도체 공정 기술로 채널의 폭이 가느다란 구조의 나노와이어 형태 대신 채널 구조를 얇은 종이 모양의 나노시트로 만들어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실질적인 면적을 늘렸다. 공간효율을 높이고 전류량이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IBM은 2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및 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EUV(극자외선) 공정 관련한 핵심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EUV공정은 반도체 칩 제조 과정에서 웨이퍼 위에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기 위해 극자외선 파장을 가진 광원을 활용해 노광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EUV 기술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데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초미세공정 외 반도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AI와 칩렛 등 패키징 분야에서도 IBM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2021년 IBM AI 하드웨어 연구 센터는 AI 가속화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IBM은 AI 기술을 파트너사에 공급하고 칩렛 구현을 위한 IP를 제공할 계획이다. IBM은 칩렛 설계를 위한 3D 스태킹 기술을 생산하기 위해 도쿄 일렉트론과 협력하고 있으며 2.5D 및 3D 다이 스태킹과 레이저 디본딩과 같은 특수 공정을 처리해야 하는 공정개발을 위한 연구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IBM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반도체 지식 산업

IBM은 왜 반도체 기술 개발을 계속 하는 걸까?

우선 IBM이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 IBM의 메인프레임은 여전히 전세계에서 많이 쓰이고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서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IBM POWER 서버와 z 메인프레임은 IBM 엔지니어가 개발한 완전 맞춤형 반도체를 사용한다. 고객에게 최적화된 반도체를 제공하기 위해 R&D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 개발을 위한 산하기관 IBM 리서치도 설립했다. IBM 리서치는 업계 전반에 걸쳐 첨단 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IBM은 1993년부터 2021년까지 29년 동안 글로벌 특허 취득 건수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IBM이 1996년 이후 벌어들인 지식재산권(IP) 수입은 270억 달러(34조 원)를 넘는다. IBM은 반도체 배치설계 IP 라이선스 제공으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IBM 올바니 반도체 연구소 [사진=IBM]
IBM 올바니 반도체 연구소 [사진=IBM]

 

▶미국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에 서다

IBM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반도체법은 미국 기반 반도체 산업과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숙련된 인력의 성장을 위해 10년간 28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소비자향 제품으로 미국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기업이 애플이라면 하이엔드테크 부문에서는 IBM이 압도적이다. 지난 2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마샬우주비행선에 IBM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되기도 하는 등 우주항공·군사 기술 솔루션에서는 IBM을 따라올 기업이 없다. 5년 동안 500억 달러 이상을 국내 제조 부문에 투자할 계획인 미국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R&D에 110억 달러, 국내 칩 생산을 위해 390억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미국의 포브스는 이 혜택을 집중 수혜 받을 기업이 IBM이라고 밝혔다.

올바니(Albany) 단지와 IBM리서치는 이상적인 혁신 허브를 형성한다. IBM의 반도체 연구소 올바니 나노테크 콤플렉스에는 뉴욕 크리에이츠(NY CREATES)와 파트너십으로 구축된 시설이 있다. 이곳에는 삼성, 도쿄 일렉트론과 같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EDA 툴 공급업체 등 인프라, 전문지식, 학계 인맥이 모두 준비되어 있다. 포브스에서는 “이제 돈만 있으면 된다”고 전할 만큼 반도체 개발에 완전한 인프라를 갖췄다.

IBM 관계자는 “IBM은 반도체 업계의 파트너십과 에코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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