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협업으로 시작된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발전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품이 된 디스플레이
어느새 자동차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자동차가 급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폭은 자동차 외관보다 실내에서 더욱 극적이다. 대표적인 게 디스플레이다. 과거 자동차의 디스플레이는 극히 일부분에만 사용됐다. 그것도 아주 작은 크기로 말이다. 그러나 최신 자동차 대다수는 태블릿 PC 정도 되는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최소 1개’ 이상 적용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제공해야 할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이동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다수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는 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디스플레이는 각종 IT 및 디지털 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최신 자동차에서 실내 전체를 가득 메우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최신 자동차에서 실내 전체를 가득 메우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협업으로 시작된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발전

자동차 내부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곳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 테슬라가 최초다. [사진=테슬라]
자동차 내부에 대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곳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끈 테슬라가 최초다. [사진=테슬라]

오늘날처럼 자동차 실내에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다. 테슬라(Tesla)의 대형 전기 세단 모델 S에 적용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7인치 중앙 터치스크린이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비결은 엔비디아(nVidia)와의 협업 덕분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한 테그라 비주얼 컴퓨팅 모듈(Visual Computing Mordule, VCM)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엔비디아는 그 어떤 곳보다 빠르게 자동차 전장화 흐름을 파악하고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는 그 어떤 곳보다 빠르게 자동차 전장화 흐름을 파악하고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의 테그라 VCM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강력한 테그라 프로세서에 기반했다. 멀티코어 ARM CPU, 초저전력 엔비디아 지포스 GPU, 전용 음성, 영상 및 화상 프로세서를 통합해 세계 최초의 모바일 슈퍼칩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기술 덕분에 직관적이고 선명한 비주얼을 자동차에서 구현할 수 있었고 안정성도 뛰어났다. 그 결과, 당시로서는 가장 큰 자동차 디스플레이인 테슬라 모델 S의 17인치 터치스크린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엔터테인먼트를 구현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 제조사 모두에게 장점이 많은 자동차 디스플레이

대형 디스플레이의 탑재는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사진=테슬라]
대형 디스플레이의 탑재는 운전자와 탑승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사진=테슬라]

테슬라가 모델 S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던 2012년만 해도 자동차의 실내는 아날로그적이었다. 다시 말해 계기판은 바늘과 눈금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보여줬고, 실내 대부분은 물리 버튼이 적용되어 있었다. 그러나 테슬라를 통해 이런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디지털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현란한 그래픽으로 운전자에게 전달했다. 중앙 터치스크린도 마찬가지였다. 운전자로 하여금 자동차가 아닌 디지털화된 공간에 머무는 듯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제조사 입장에서 이 같은 자동차 디스플레이의 적용은 이점이 많았다. 일단, 운전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신생 자동차 기업이었던 테슬라가 단 기간 내에 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전기자동차라는 영역을 구축했던 것도 있지만, 화려한 그래픽을 더한 커다란 디스플레이의 영향도 컸다. 덕분에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는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고, 단 기간 내에 자동차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점은 생산 비용의 절감이다. 자동차의 계기판과 실내에 들어갈 각종 부품을 하나씩 만들고, 해당 부품의 조립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하우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는 이런 과정이 필요없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히 구축하기만 하면 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확산된 자동차 디스플레이 기술

테슬라 외 대형화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곳은 아우디가 처음이었다. [사진=아우디]
테슬라 외 대형화된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곳은 아우디가 처음이었다. [사진=아우디]

엔비디아가 기술력을 제공한 자동차 디스플레이 기술은 한동안 테슬라에만 적용되었다. 이후 관련 기술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아우디가 내놓은 3세대 TT의 계기판에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것이다. 아우디는 이 새로운 디지털 디스플레이 계기판을 버추얼 콕핏(Virtual Cockpit)이라 명명했으며, 이 안에 아우디만의 최신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Multi Media Interface, MMI)를 적용했다.

이후부터는 아우디가 소속된 폭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중심으로 비슷한 기술이 적용됐다. 이어서 다양한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기술이 확산됐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스웨덴 볼보, 이탈리아 페라리, 미국 캐딜락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에 필수품이 된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자동차 실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됐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자동차 실내 전체를 가득 채우는 디스플레이가 일반화됐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오늘날의 자동차 디스플레이는 관련 기술이 처음 등장한 10여 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발전했다. 이제는 계기판을 넘어 자동차 실내 중앙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자동차 실내에서 물리 버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실내 대부분을 크고 작은 디스플레이로 덮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트렌드가 빠르게 자리잡은 것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보급 때문이다. 이는 2012년 테슬라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모델 S에 17인치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것과 같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디스플레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BMW]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차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형 디스플레이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BMW]

전기차는 특성상 배터리 충전을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그 시간 동안 전기차의 실내에 머물게 되는데, 기존 자동차와 같은 구성이라면 그 시간 동안 운전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스스로 주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는 달리 할 게 없다. 

반면, 자동차 내부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면 배터리 충전 시간과 자율주행 과정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완벽한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은 반자율주행 기술이 보급된 상황에서도 이런 기술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에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어느새 자동차 디스플레이 기술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의 LG디스플레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현재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의 LG디스플레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10여 년 전,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을 연 곳이 엔비디아였다면 오늘날 시장과 기술을 이끄는 곳은 대한민국 기업들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차량용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는 LG디스플레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은 약 19.7%다.

범위를 고부부가가치 상품인 OLED로 좁히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지난해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 2위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다. 점유율은 각각 약 50%, 42.7%로, 두 업체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현대모비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진=현대모비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현대모비스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 6월 말 2023 미디어 테크 데이를 개최하고 현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OLEDL 패널을 적용한 차량용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1위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만큼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을 본격적으로 양산해 보급한다면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1위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0인치 크기의 대형 P-OLED 상용화할 계획이다. P-OLED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기판 소재로 하는 디스플레이로, 구부리거나 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는 차량 전면 대시보드를 채우는 50인치 OLED까지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 디스플레이를 공급 중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 디스플레이를 공급 중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객사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미 아우디, BMW 등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페라리에도 첨단 OLED를 공급하는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CES 2023에서 좌우가 구부러지는 펜더블 기술이 더해진 34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공개하는 등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어느새 자동차의 필수 부품이 된지 오래다. 그리고 이 같은 시장을 대한민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기술 개발과 시장 성장 가능성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성장이 지속된다면 수년 후, 미래 자동차의 모든 디스플레이에 대한민국 기술이 탑재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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