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첨단 반도체 설계 경쟁력 크게 높아져
韓 대중국 수출 170억 달러 감소

[테크월드뉴스=박규찬 기자] 중국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네덜란드, 일본이 가세함에 따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산업 무역제재가 점차 확산될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국산화 진행에 전력을 쏟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제조·설계 분야에서는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투자하고 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가 2~5년 수준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정부는 사실 지난 2014년부터 반도체를 국가전략화하고 핵심 반도체 기술과 장비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소재, 장비, 부품 기업에 대한 반도체 산업기금 투자 확대 ▲반도체 기업의 상장 지원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반도체 국산화 과정에서 나타난 해외 인력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반도체 인력 수급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산학 연계 강화를 추진하고 실무형 인재양성을 확대해 왔다.

중국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 전년비 14%p↑

지난해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35%로 전년 대비 14%p 상승했으며 이는 베이팡화창(NAURA), 중웨이반도체(AME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정부 투자, 연구 지원 등을 통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반도체 설계 분야에 대한 경쟁력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제재가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의 반도체 설계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일부 중국 기업의 첨단 반도체 설계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팹리스 수는 2014년 681개에서 2021년 2810개로 7년간 4.1배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도 4.3배 증가해 2021년 기준 4519억 위안을 기록했다.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특히 화웨이, 알리바바, 바이렌 등의 설계 기업은 고성능 첨단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 추이(2020~23년 4월) [사진=KIEP, Wind DB.]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 추이(2020~23년 4월) [사진=KIEP, Wind DB.]

일각에서는 미국, 네덜란드 등의 대중국 반도체 산업 무역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에 영향을 주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로컬기업 비중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정부지원금이 투입된 중점 기업을 중심으로 28나노 노드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 제조 기술과 노하우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중국의 국가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일부 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력양성에 있어서도 대학의 반도체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기술·산업혁신을 주도할 인력양성을 위해 산학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韓, 대중국 수출…170억 달러 감소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누적된 대 중국 무역적자는 170억 달러(22조 3000억 원)에 달하며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등 소수의 핵심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제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2013년 사상 최대 흑자 기록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해왔으며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52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 1월부터 현재까지 118억 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중국의 국산화 정책에 의한 중간재 자립도 향상 및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 약화 등 복합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진다.

“자동차·AI 등 차세대 반도체 제조에 집중 필요”

이런 중국의 국산화 전략으로 인해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 약 56%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 회복이 힘들다는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돼 있어 반도체 경기 변동성이 다른 국가들보다 크게 와닿는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모바일 의존도가 높아 세계 반도체 경기 변동성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작은 비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동차, AI 등 수요처를 다변화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내 기업 비메모리 반도체 용도별 비중 [사진=가트너]
국내 기업 비메모리 반도체 용도별 비중 [사진=가트너]

한경원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 대한 초격차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 흐름은 상당기간 동안 반전되기 힘들 것”이라며 “반도체, 2차 전지 등 한국이 비교우위를 지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오종혁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국가 간 생존에 있어 필수 산업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원팀이 돼 움직여야 한다”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현재 중국도 투자하고 있는 갈륨 반도체, SiC 반도체 등 차세대 전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며 “차세대 전력 반도체는 고압·고열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아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그리드 부분에 필수적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초기 시장에 있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도 결국 인력 경쟁이기 때문에 신진 인력들을 우리가 잘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쉽게 뺏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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