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는 8월 원자재 수출통제로 맞불
미국 반도체 기업들 중국 포기 못 해
美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 中 “기만적인 행위”
전문가들, ‘양 극단적 시각’ 피해야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싸움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일정 부분 관계 개선에 나서기도 했지만, 중국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오히려 중국은 내달 1일부터 일정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고수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이 ‘불확실성’으로 치닫고 있다며 양극단에 서는 전략은 도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칩4 동맹 속 감춰진 자국 이익 속내

칩4 동맹이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 간의 반도체 동맹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기술 및 장비, 한국은 메모리, 대만은 파운드리, 그리고 일본은 장비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칩(Chip)4’ 4개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장악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함으로 인해 미국은 반도체를 지원하는 반도체 육성법안을 마련해 2022년 7월 의회를 통과시켰고 8월 9일 바이든이 최종 서명해 발효됐다.

법안 핵심은 연방 기금을 지원받은 업체는 미국 안보에 위반하는 국가에 향후 10년간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 및 확장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심 의도는 반도체 기술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국 반도체 규제(디커플링)와 자국내 반도체 육성 및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다만 미국 혼자서는 대중 규제도 불가능하고 미국 내 반도체 육성도 불가능하기에 동맹 및 우방국과 연대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중 패권 경쟁 점입가경, 중국 원자재 수출통제로 맞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기술과 장비, 중국은 원자재를 무기화해 ‘수출 통제’라는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까지 떠안아 오도 가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7일 중국을 상대로 한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를 발동한 바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생산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로 중국이 자체적으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항해 중국은 오는 8월부터 희귀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 43만kg 중 42만kg, 게르마늄 생산 14만kg 가운데 9만 5천kg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사실상 독과점으로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갈륨이 질화갈륨(GaN) 전력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탓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 상당··· 美 기업들 “중국 포기 못 해”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각) ‘미국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이유는? 반도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서 사업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생존의 열쇠라고 말한다”며 “반도체 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양국의 긴장 관계가 모두에게 도전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반도체 기업 일부는 중국에서 전체 매출의 60~70%를 거둔다. 여기다 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 일부는 조립과 테스트를 위해 중국으로 보내진다. NYT는 “스위치를 끄듯이 갑자기 중국에서 모든 것을 철수하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를 활용해 인공지능(AI)과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고자 하지만,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떼어놓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마이크론이 중국 정부의 사이버 보안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며 마이크론 반도체 구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오히려 중국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반도체협회(SIA) 회장 존 노이퍼는 성명을 통해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으로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중국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美,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으로 말 바꿔··· 中 “기만적인 행위”

지난 6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기업들의 입장을 반영,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옐런 장관은 지난 3일 중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판하면서도 “디커플링은 미·중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실행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미국의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디리스킹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디리스킹'은 특정 국가, 즉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으로 인해 발생할 위험을 줄이자는 의미다.

중국은 ‘디리스킹’이나 ‘디커플링’ 둘 다 불만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기만적인 행위”라며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를 ‘디리스킹’으로 바꾸는 것은 “오래된 와인을 새 병에 담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상무부도 8월 1일부터 갈륨·게르마늄과 그들의 화합물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한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3박 4일에 걸친 옐런 장관의 중국 방문에도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엔 불확실성이 그대로 남게 됐다. 핵심 갈등 현안인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와 중국의 광물 수출제한 조치 등에서 기본적인 입장차만 재확인하며 우리 기업들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문제는 미·중 갈등이 언제든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는 지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은 이달 중 자국 기업 및 자본이 중국 첨단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가로막는 새로운 규제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이달 내로 중국 첨단산업 부문 해외투자 제한, 저사양 반도체에 대한 수출통제 등을 추가로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역시 희귀 금속·광물 수출 통제 대상을 최근 발표한 갈륨, 게르마늄에 그치지 않고 추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반도체 갈등 안갯속··· 양극단적 시각 지양해야

미중 갈등에서 비롯된 중국의 원자재 수출규제 불똥은 전략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산업계로 튀었다.

문제는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미국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미국이 펼쳤던 반도체 디커플링 정책의 핵심이었던 ‘칩(Chip)4’ 동맹을 겨냥했다는 데 있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비롯한 실리콘, 안티몬화 인듐 등 반도체 재료 광물의 최대 소비국이 대만, 중국, 한국인 까닭이다.

6월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세계 반도체 재료 소비시장 규모는 727억 달러였다. 대만이 200억 달러어치를 소비해 1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한국은 129억 달러로 3위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공급망 영향을 점검하고 단기간 수급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등에서도 수입하고 있고 재고도 확보돼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는 "영향을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이번 수출 통제로 미·중 갈등이 낳은 또 하나 ‘불확실성’이 추가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가 파괴적 긴장 관계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국과 전략적 대화 채널을 유지하면서 양극단적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