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을 바탕으로 급속 성장 중
ADAS 등은 선결 과제이나 국내 업체들에게는 위협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중국 전기차의 기세가 무섭다. 과거, 중국차는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기술력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타사의 기술과 디자인을 모방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수준에서 모두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중국 전기차의 이 같은 발전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다양한 부분에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최근 성장이 매섭다. [사진=BYD]
BYD를 필두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최근 성장이 매섭다. [사진=BYD]

 

▶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장악 중인 중국 전기차

최근 중국의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회사로 올라섰다. [사진=BYD]
최근 중국의 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회사로 올라섰다. [사진=BYD]

중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전기차 중 약 60%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2위인 유럽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약 24%, 3위 북미가 약 10%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다. 

이 같은 높은 점유율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제조사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파는 회사는 미국의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의 높은 판매량을 앞세워 수년 간 전기차 시장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런 흐름 마저도 지난해에는 바뀌고 말았다. SNE리서치의 분석 결과, 중국의 BYD가 2022년 185만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회사로 등극한 것이다. 2021년 대비 BYD의 성장률은 무려 204%에 달한다. 

쉽게 꺾이지 않을 것만 같던 테슬라의 기세는 중국산 전기차에 의해 무너졌다. [사진=테슬라]
쉽게 꺾이지 않을 것만 같던 테슬라의 기세는 중국산 전기차에 의해 무너졌다. [사진=테슬라]

이 때문에 만년 1위였던 테슬라는 2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그것도 큰 격차로 말이다. 실제 BYD와 테슬라의 판매 격차는 엄청나다. 지난해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전기차의 수는 131만여 대였다. BYD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3%였으며, 테슬라는 12.1%를 차지했다. 

인상적인 점은 단순히 중국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BYD 한 곳을 통해 진행 중인 게 아니란 사실이다. BYD 외에도 상해기차, 지리자동차그룹 등을 통해 중국은 60%가 넘는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보 중이다.

중국 전기차의 상승세는 단순히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수출량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실제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의 지난해 수출량은 사상 처음으로 50만 대를 넘어선 약 68만 대를 기록했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올해 상반기 이미 50만 대를 넘어선 중국 전기차의 수출량을 기반으로 올해에는 100만 대가 넘는 중국 전기차가 수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 생각보다 놀라운 중국의 전기차 경쟁력

중국 전기차는 해외 기업과의 인수, 합병, 자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사진=볼보자동차]
중국 전기차는 해외 기업과의 인수, 합병, 자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사진=볼보자동차]

중국 전기차가 전 세계 전기차의 각축장인 중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단순하다. 과거의 중국산 자동차와 달리 이제는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기술력이다. 국내에서 BYD보다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중국 지리자동차의 경우 2011년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하며 유명해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지리자동차가 볼보자동차의 기술력만 가져간 뒤 경영에는 소홀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기우였다. 지리자동차는 볼보자동차의 경영권을 존중하면서도 높은 기술력을 흡수해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과 기술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는 과거의 중국산 자동차와 달리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사진=NIO]
최근 중국 전기차는 과거의 중국산 자동차와 달리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사진=NIO]

BYD로 대변되는 중국 전기차의 기술력 중 핵심은 역시 넉넉한 주행거리다. 기본적으로 중국산 전기차는 500km 안팎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중국 전용 인증 기준이긴 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수준이다. 니오(NIO) 같은 신생 스타트업의 전기차의 경우 100kWh의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6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디자인 면에서도 과거의 전기차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어디서 본 듯한 모방형 디자인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실내에서도 이어져 품질이 낮고 조약하다는 과거 중국차의 이미지에서 많이 벗어났다.

중국 전기차의 인기가 높을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저렴한 가격이다. 가전제품에서 나타나는 가경 경쟁력이 전기차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탈 만한’ 중국 전기차는 한화 기준 평균 3,000만 원 정도의 가격을 자랑한다.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높은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전기차의 판매량이 높은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 아직 부족한 면도 많은 중국 전기차

중국 전기차는 국내 기업의 강점인 ADAS와 반자율주행 기술에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현대자동차]
중국 전기차는 국내 기업의 강점인 ADAS와 반자율주행 기술에서 뒤쳐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러나 중국 전기차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다. 전기차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배터리와 주행거리 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췄지만, 그 외 부분에서는 부족함도 많다. 대표적인 부분이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과 자율주행 기술에서의 경쟁력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의 테슬라다. 테슬라는 FSD(Full Self Driving)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 중이다. 물론 테슬라의 주장처럼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ADAS를 포함해 반자율주행 기술로만 한정한다면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의 경우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 면에서 테슬라를 넘어섰지만,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관련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한편,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각종 규제를 풀어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테스트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은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올해부터 전기차에 적용되던 구매보조금을 전면 폐지했다. 지난 2009년 전기차 보급 정책을 시행한 이후 14년 만이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편 데에는 자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기술 개발 대신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면에서는 전기차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중국 전기차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 그 여파는?

올해 4월 BYD가 전기 화물차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사진=GS Global]
올해 4월 BYD가 전기 화물차를 출시하며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사진=GS Global]

이처럼 생각 이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전기차들이 올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까지는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가 주력 제품이다. 앞서 여러번 언급한 BYD는 1톤 전기차인 T4K를 지난 4월초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의 공식 주행거리 211km를 뛰어넘는 246km의 주행거리를 인정 받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각종 보조금을 더할 경우 1,900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해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BYD는 이 외에도 전기 버스, 준중형 SUV 등 차종을 다양화해 국내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YD 뿐만이 아니다. 장링자동차와 체리자동차가 도심형 초소형 전기차 출시를 계획 중이다. 

물론 중국 전기차가 출시된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거나 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경우 가격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부분이 없다. 따라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장 점유율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중국 전기차는 규모와 기술 경쟁력에서 열세인 국내 중소형 제조사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사진=파워프라자]
중국 전기차는 규모와 기술 경쟁력에서 열세인 국내 중소형 제조사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사진=파워프라자]

그러나 그 외 중소 자동차 제조사들의 문제는 다르다. 마땅한 전기차 제품군이 없는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한국GM, 르노자동차코리아의 경우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지속된다면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기 화물차나 전기 버스를 만들고 있는 국내 기타 자동차 제조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 그리고 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혜택 강화 같은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처방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국산 전기차 제조사들의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는 한 결국 소비자들은 질 좋고 저렴한 전기차를 선택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산 전기차의 본격적인 공세가 시작되기 전, 이를 대비하는 정부와 제조사들의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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