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디지털 전환 가속은 우리 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생활TECH]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쉽게 접할 수 있는 IT 기술을 소개하고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그리고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향기는 그 사람을 기억나게 하는 요소로 불리고는 합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가운데,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방식으로 ‘향(Scent)’이라는 수단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향수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는 직접 커스텀 하면서까지 제품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이런 향기와 관련된 제품과 기술이 서비스와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알고 계셨나요? 이번 생활TECH에서는 향기와 디지털 기술이 합쳐진 ‘센테크(Scent-Tech)’에 대해 소개합니다.

 

디지털 기술과 성장한 ‘센테크’ 성장 가속화

지난 6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들의 경험 추구와 개인화 선호 트렌드에 힘입어 센테크 기반 맞춤형 향기 시장의 성장과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센테크에 대해 ‘향기와 디지털 기술이 결함됨으로써 향기의 단순 조절을 포함해 전송, 수신, 감지 및 조합, 분석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트도 2023년 기술 동향을 발표하며 디지털 향기 기술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CB 인사이트는 “향기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 기술은 식품, 소매, 의료 등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기술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팬데믹 영향으로 향수 시장이 성장한 것도 요인이지만, 최근 AI, IoT(사물인터넷), 후각 센서 등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에 찾아내지 못한 성분 조합의 발견과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센테크가 주목받게 된 이유라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향기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향기 기술 시장은 2021년 약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로 평가됩니다. 연평균 9.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6년 15억 달러(약 1조 9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보고서는 디지털 조향, 디지털 향기 제어, 디지털 센트케어 등 세 가지 영역에서 센테크가 주로 활용될 것이라고 분석하는데요. 단순한 향기 제어를 넘어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시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가 확장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AI·데이터 분석 통한 조향 과정 효율화

조향사의 감각은 제품의 향기와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다양한 원료를 코로 감별하고, 향기의 특성을 이해하며, 원료를 조합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코 관리에 유의하지 않으면 제품의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관된 제품 생산과 관련해 센테크의 가장 기본적인 활용 영역은 당연하게도 조향 과정과 관련된 것입니다. AI 및 디지털 후각 기술을 이용해 조향 과정에서 비용 최적화 및 제조 시간 단축을 통해 동일한 향의 상품을 일관성 있게 제작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향료 기업 심라이즈와 테크 기업 아리발레는 이 기술을 잘 활용한 예시로 꼽히기도 합니다. 심라이즈는 IBM의 연구·개발 부문 리서치 팀과 협력해 인구 통계 그룹별 선호하는 조합 데이터를 구축한 AI 모델 필리라(Philyra)를 개발하는 한편, 실제 제품화에 연동하기도 했습니다.

아리발레의 경우 조향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 디지털 조향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조향사들로 구성된 테스트 방식은 개인화된 향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긴 작업 시간과 주관적 평가라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후각 기술과 코어 센서 기술을 활용했는데요. 악취 샘플을 비교하고 유지 보수 과정을 간소화시켜 제조 공정 전반에 걸쳐 제품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이전 평균 15분이 걸리는 작업이, 평균 1분으로 단축되는 등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효율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단순 조향 넘어 몰입·서비스 분야 접목까지

AI, IoT의 발달은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으로 이어져 사용자 취향에 맞는 제품을 제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사용자 환경에 맞게 자동으로 발향을 조절하는 서비스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간단한 리모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를 할 수 있는데요.

국내 디지털 후각 솔루션 전문 기업 딥센트는 스마트폰 앱에서 발향 종류를 선택하고, 시간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디퓨저 서비스 ‘아롬’과 ‘딥센트 라운지’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전용 앱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발향이 되도록 예약 설정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사용한 향기에 대한 데이터 분석으로 고객 요구사항에 맞는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딥센트는 서울투자청이 주관하는 해외투자유치 유망기업 ‘CORE 100’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페인의 시청각·후각 통합기술 전문기업 오로라마(Olorama Technology)는 VR 기기나 영화관 등 몰입 경험과 시청각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에서 향기 서비스 제공에 나섰습니다. 각 장치는 최대 12가지의 향기를 구현하도록 설계됐으며, 화면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사용자가 향기를 인지하도록 1분가량의 시간만큼 발향이 지속됩니다.

딥센트 라운지 [사진=딥센트]
딥센트 라운지 [사진=딥센트]

 

▶ 헬스케어와 결합된 센테크, 의료 영역까지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결합돼 암 진단 및 질병 치료 등 의료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시장조사기관 GI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7년 5088억 달러(약 662조 원)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영역을 ‘디지털 센트케어(Scent-Care)’라고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멀미 완화,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방지, 수면의 질 향상 등 일상 속에서 향기의 치료적 특성을 통해 삶의 질을 제고”라며 “환자의 호흡 속 화합물을 분석해 초기 암의 진단을 보조하는 수단으로 활용”이라고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앱센 메디컬과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을 소개했습니다. 앱센 메디컬은 향기를 활용해 수면 장애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형 향기 디바이스를 개발 중입니다. 사람이 자는 동안에도 향기를 맡는다는 점과 뇌가 이것을 인지하면 코로 숨쉬기 시작하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이를 두고 야후 파이낸스는 “장치가 호흡기 개방을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수면 무호흡 징후가 나타나면 기도를 열어 문제를 예방한다”며 “이런 방식은 환자를 깨우지 않고 더 나은 수면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경우 전자 코를 활용해 암세포를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후각 세포 구조와 유사한 전자 코가 췌장암 및 난소암 세포를 95%의 정확도로 구별했는데요. 관련 업계에서는 전자 코의 정확도가 높아짐에 따라 초기 암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매체 더사이언티스트는 브루스 킴볼(Bruce Kimball) 연구 공동 책임자의 말을 인용하며 “점점 더 많은 연구에서 기기 또는 훈련된 후각을 사용해 특정 암을 건강한 대조군과 구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한편 하나금융경연구소는 센테크가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과 AI, IoT, 빅데이터, 센싱 기술, VR 등 디지털 기술이 결합하면서 다양한 산업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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