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과 앙코르와트, 진화하는 보존·복원 연구

[테크월드뉴스=김지혜 기자] 문화재청이 코로나19로 중단했던 문화유산 수리 현장 공개를 올해 6월부터 재개했다. 목조, 성곽, 고분 등 전국 문화유산 수리 현장 14개소가 그 대상이다. 최근 삼국시대 유적인 대구 구암동 발굴 고분을 비롯해 전북 익산 미륵산성 석축과 저수조 현장도 대중에 공개되어 새로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곳곳에서 다양한 IT 기술을 문화재 복원 현장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2020년 6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2020년 6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현실과 가상세계에 공존하는 노트르담 대성당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지어진 지 800여 년이 된 세기의 유산이 속수무책으로 타오르는 모습에 세계는 경악했다. 화재 진압은 적지 않은 난항을 겪었다. 첨탑은 부서지고 지붕은 무너져 내렸다. 초반에는 복원이 불가할 수도,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복원에 40여 년의 긴 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역사유적보존연구소(LRMH)와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과학자 다수의 참여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성당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 최신 IT 기술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게임 업체의 기존 데이터베이스가 성당 복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성당 내외부를 세부적으로 담아둔 3D 이미지가 상당수 보관되어 있어, 이를 활용하면 보다 원형에 가까운 내부 복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해당 기록물은 미술역사학자인 앤드루 탤론(Andrew Tallon) 미국 바사르대(Vassar College) 교수가 프랑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유비소프트의 게임 개발을 위해 마련한 1차 자료(Immaculate models)였다. 그는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레이저 장치를 이용해 성당 내부를 정밀하게 스캔해 10억 장에 달하는 자료를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의 복원 사업에 정식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유비소프트는 노트르담 화재 복구비용으로 50만 유로(한화 약 7억 원)을 기부하는가 하면 자사가 구축한 3D 모델링을 바탕으로 노트르담 대성장 화재 진압 VR용 게임 개발을 검토하기도 했다. 게임의 스토리는 6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장자크 아노 감독의 '노트르담 온 파이어(Notre Dame on Fire, Notre-Dame brûle, 2022)'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술적 접근이 이뤄진 덕분에 노트르담 대성당은 앞으로도 현실과 가상공간을 넘나드는 유서 깊은 문화유산으로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씨엠립에 위치한 앙코르 유적의 코끼리 테라스(Terrace of the elephants at Angkor Th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캄보디아 씨엠립에 위치한 앙코르 유적의 코끼리 테라스(Terrace of the elephants at Angkor Th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고대 유적 복원하는 건설연, 과학적 조사 방법에 근거한 기술 지원

12세기 크메르 왕국의 유적지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는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매년 66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캄보디아의 관광 산업은 국내 총생산(GDP)의 약 1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오랜 기간 전쟁과 약탈로 입은 훼손의 정도가 점차 심해졌고, 유네스코는 1983년 세계적인 문화유산의 복원을 위해 조사단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후 유네스코와 캄보디아 정부는 고대도시 앙코르 유적 보존 및 복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해당 지역의 고대 문화유산을 복원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 이하 건설연)은 기술적 대안 제시를 위해 KOICA 무상원조 ODA 사업에 공동수행기관 자격으로 참여해 프레아피투 사원과 코끼리 테라스 보존 및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끼리 테라스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내에 있는 300m에 달하는 규모로 코끼리 부조가 있는 석조 구조물이다. 해당 구역은 소재와 지반의 특성 상 지속적으로 침하 현상이 발생해 복원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건설연은 과학적인 조사 방법에 근거한 기술 지원을 통해 효과적으로 복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지반연구본부 정재형 박사와 이광우 박사 연구팀은 주요 기술 중 지반 및 지하수 처리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에서는 유적지의 지질 및 지층 분포상태를 조사하고 지반 안정성을 평가해 기울어진 구조물의 보강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지하수위계 및 강우량계를 설치해 시간 흐름에 따른 강우량과 지하수위를 파악해 합리적인 지표 배수 체계를 제시했다.

유적지라는 특성을 고려해 지반 비파괴 탐사법을 주로 이용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전기비저항탐사 기법과 지표투과레이더 기법을 활용했다. 전기비저항탐사 기법은 인공적으로 지하에 전류를 흘려주고, 이때 발생한 전위를 측정해 지하의 전기저항 분포를 알아내어 지반 상태를 추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표투과레이더 기법은 지하에 탄성파를 발사하고 그 반사되는 파를 분석해 지반의 상태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효과적인 지반보강 방안을 찾기 위해 기초지반의 지지력 및 침하량을 파악할 수 있는 동적콘관입시험(DCPT, Dynamic Cone Penetration Test)을 적용했다. 이는 시추조사와 달리 구멍을 뚫지 않고 기초지반의 지지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지반 조사를 바탕으로 복원공사 완료 후 구조물이 다시 침하하지 않도록 지반 다짐 방법을 제시해, 복원공사를 기술적으로 지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 가속질량분석기(AMS)와 방사성탄소연대측정팀
국립문화재연구원 가속질량분석기(AMS)와 방사성탄소연대측정팀

▶ 문화유산 보전 연구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교류 활발

문화유산의 보전 연구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연구기관의 교류도 활발하다. 국립문화재연구원(원장 김연수)은 가속질량분석기 도입 이래로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문화유산 연대측정을 위해 장비의 안정화와 함께 재질별 전처리법 개선과 분석 신뢰도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3년 4월 문화유산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첫 행보로 국내 가속질량분석기(AMS) 활용 기관(동국대학교 등 4개)과 함께 공동협의체를 구성했다.

가속질량분석기(AMS)는 연대측정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사용되는 장비로, 국립문화재연구원에는 지난 2021년 8월 문화유산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전용 시설과 함께 구축되었다. 해당 장비는 적은 양의 시료로 빠르고 신속하게 방사성탄소동위원소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비가 크고 고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운용·관리를 위해 통상 2~3년간의 안정화 기간이 필요하다.

공동협의체는 이러한 특수성을 지닌 가속질량분석기(AMS)를 보유한 국내 5곳의 연구기관이 서로의 연구 정보를 교류ㆍ협력하고자 구성되었다.향후 문화유산, 화학, 생활환경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한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국내 방사성탄소동위원소 연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협력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공동협의체는 이의 일환으로 ‘가속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방사성탄소동위원소 측정 활용 연구’를 주제로 학술발표회를 공동 주관해 개최하기도 했다. 이 자리는 △공동협의체 구성 및 상호 연계·협력 강화(동국대학교 김유석) △AMS를 활용한 바이오플라스틱 분석 및 활용(한국화학연구원, 전현열) △바이오탄소함량 시험 서비스 소개(한국의류시험연구원, 이준호) △문화유산 방사성탄소연대측정과 가속질량분석기 안정화 현황(국립문화재연구원, 박수진) △가속질량분석기를 이용한 화이트바이오 분야 바이오매스 함량 측정(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이세진) 등 총 5개의 주제발표와 종합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국제기구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사무총장 Webber Ndoro 웨버 은도로) 본부에서 문화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는 1959년 로마에서 설립된 기관으로, 세계유산센터(WHC)의 자문기구이자 문화유산 보존·복구에 대한 국제협력을 위한 상설 연구기관이다. 현재 문화유산 보존 분야의 다양하고 권위 있는 국제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137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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