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헤드셋 시장 점유율, 메타 81%…압도적 1위
애플, 비전 프로 ‘공간 컴퓨터’ 강조…높은 가격 변수
메타, 애플 대비 85% 저렴…가격 측면 우위

[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메타가 장악하고 있는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에 애플이 참전하며 미묘한 균열이 감지됐다. 애플은 몰입감 있는 성능을 특징으로 내세우며 관련 기업 인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높은 가격과 짧은 배터리 시간은 단점이다. 반면 메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 삼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려는 모양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타가 장악한 ‘메타버스 헤드셋’ 시장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2년 618억 달러(약 80조 원)로 평가된다. 연평균 47.2%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7년에는 4269억 달러(약 55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관련 헤드셋 시장은 메타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전 세계 XR 헤드셋 시장 점유율은 ▲메타 81% ▲DPVR 7% ▲피코 7%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메타와 애플이 각각 VR·MR 헤드셋을 공개한 가운데, 향후 메타버스 시장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MR 헤드셋 ‘비전 프로’…아직은 기대에 못미쳐

애플은 연례 개발자 회의 ‘WWDC 2023’에서 첫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지난 5일(현지시간) 선보였다. 눈으로 내부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선택하고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애플은 비전 프로를 ‘공간 컴퓨터’라고 부르며 사용자의 눈, 손, 음성 등 자연스럽고 직관적인 입력으로 제어되는 완전한 3차원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강조했다.

이날 팀 쿡 애플 CEO는 기조연설에서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있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며 “맥이 개인용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기업 인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애플은 AR 헤드셋 스타트업 ‘미라(Mira)’를 인수했다. 디지타임즈는 이번 인수를 두고 “애플이 대중 시장보다 엔터프라이즈 MR 부문에 더 집중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자와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가격과 배터리 용량에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는 까닭이다. 비전 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56만 원)이며 사용을 위해서는 유선 연결이 필요하다. 외장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지속 시간은 2시간에 불과하다. 애플이 대표적인 사용의 예시로 홍보한 영화를 고려했을 때, 아바타2와 같은 영화는 해당 배터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생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제품 공개 직후 애플의 주가는 전일 대비 0.76% 하락한 179달러(약 23만 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신제품 출시 이전에 주가가 상승하고 행사 이후 다소 하락이 관측된다고는 하지만 신제품에 대한 업계의 시각도 마냥 곱지만은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모건 스탠리의 분석을 인용하며 “비전 프로는 구매 촉진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큰 외장 배터리와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애플과 메타의 MR 기기 주요속성 비교 [그래픽=테크월드 장영석 팀장] 
 애플과 메타의 MR 기기 주요속성 비교 [그래픽=테크월드 장영석 팀장] 

업계 1위 메타, 왕좌 유지할 수 있을까

메타는 VR 헤드셋 ‘퀘스트3’을 지난 2일 애플보다 앞서 공개하며 견제에 나섰다. 퀘스트3의 가격은 499달러(약 65만 원)부터 시작된다. 전작에 비해 200달러(약 37만 원) 비싸졌지만, 애플의 비전 프로 가격과 비교했을 때 장점을 가진다.

메타는 시장 주도권 수성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앞서 2021년 10월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난 2014년 VR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2020년 ‘오큘러스 퀘스트2’, 2021년 ‘메타 퀘스트 프로’ 등 VR 헤드셋 퀘스트 시리즈를 지속해서 출시하는 중이다.

다만 실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메타에서 VR·MR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 부서는 지난해 137억 2000만 달러(약 17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 1분기에만 39억 9000만 달러(약 5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과 구글 경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의 헤드셋 출시는 의심할 여지없이 올해 XR 영역에서 가장 큰 뉴스가 될 것이지만, 애플이 시장을 독식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15년 동안 싸워온 것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애플이 고급 헤드셋 시장을 장악하겠지만, 메타는 저가 부문에서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퀘스트3은 이전 제품 ‘퀘스트2’ 보다 안면부 두께가 40% 얇아졌고, 두 배의 그래픽 성능을 제공하는 퀄컴의 차세대 칩셋이 탑재되며 게임을 위한 그래픽 개선이 이루어졌다.

(2020년 12월~현재) 전 세계 '메타버스' 관심도 변화  [사진=구글 트렌드 갈무리]
(2020년 12월~현재) 전 세계 '메타버스' 관심도 변화  [사진=구글 트렌드 갈무리]

챗GPT 인기에…시들어가는 ‘메타버스’ 시장

애플, 메타가 헤드셋 시장에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소비자의 반응은 아직 미지수다. 엔데믹 시대 돌입과 최근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 AI 시장이 커지면서 메타버스의 관심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구글 검색 키워드의 인기도를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고점의 15% 수준으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공간 컴퓨팅'이라는 키워드로 포지셔닝을 지향한 데에는 차별화를 위한 포석도 있겠으나, 시들어가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돌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의 메타버스 사업 감축도 이어지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월 1만명 규모의 정리 대상으로 산업용 메타버스 부서를 4개월 만에 해고했다. 디즈니의 경우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메타버스 사업부를 해체한 바 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
[생활TECH] XR 핵심은 ‘마이크로디스플레이’…애플 MR 헤드셋에도 쓰였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는 메타버스 내 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위한 필수 기술입니다.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애플 '비전 프로'에도 사용됐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