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가치 산업,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 잡아라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IT 부품 및 소비자 제품을 공급하면서 전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제품은 품질이 뒤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제조시설 투자와 해외기업을 인수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비롯해 중저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카메라모듈 및 이미지센서에 집중함으로써 업계 우위인 한국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다.

본지는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공격에 따른 국내 기업의 위기에 대해 ‘1부 - 고부가가치 산업,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을 잡아라’, ‘2부 - 중국 합류로 더욱 심해진 스마트폰 및 부품 시장 경쟁’을 총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신흥강자로 부상한 ‘중국’, 국내 IT 기업을 위협하다.

메모리 반도체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52.7%)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서버용 D램(DRAM)의 기술력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상당히 앞서나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4년 D램 시장에서 186억6100만달러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26억6600만달러, 마이크론은 113억95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선두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정부의 주도 아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신규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내 기업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시작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T)는 2014년 10월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으로 1200억 위안(약 21조2000억원)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마련해 본격 지원에 나섰다.

이와 관련 IC인사이트는 2008년 8.7%였던 중국 내 반도체 자급률이 2018년에는 16%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확보에 나섰다. 2015년 3월에는 중국 투자펀드 서밋뷰캐피털컨소시엄이 미국 메모리(D램) 설계업체인 ISSI를 약 7000억원에 인수했고 국내 중소업체인 피델릭스, 제주반도체 등도 중국 자본에 인수된 상태다.

▲ 샌디스크 본사

지난해 7월에는 중국의 국영 기업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D램 기업인 마이크론을 230억달러에 인수하기 위해 시도했으나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우려한 미국 정부에 의해 바로 기각됐다.

하지만 칭화유니그룹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고 곧이어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10월 미국의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기업 확보에 성공했다. 샌디스크는 낸드플래시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 웨스턴디지털의 기업 인수 연혁

칭화유니그룹은 국내 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11월 초 칭화유니그룹은 SK하이닉스 지분 15∼20%를 인수하고 중국에 공장을 신설해 낸드 플래시 제품을 생산하는 안을 SK하이닉스에게 제안했으나 SK하이닉스는 이를 거절했다.

이 외에도 중국 내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Beijing Opto-Electronics Technology)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패널 내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사업으로 영역 확장 계획을 표명하면서 업계의 이슈가 됐다.
메모리 반도체는 영상 신호를 처리하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중에서 상대적으로 생산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BOE가 진출하려던 것으로 분석된다.

▲ 칭화유니그룹 삼성전자나 인텔보다 높은 점유율 기록


중국, 왜 메모리 반도체 관심 보일까?

중국 기업이 D램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D램은 비메모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달리 고수익 사업이고 중국에서 모바일 D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D램 수요에서 모바일이 38%로 가장 높은데 중국은 글로벌 평균보다 더 높은 58%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에서 스마트폰 출하 증가율이 둔화되더라도 스마트폰의 D램 탑재량이 고·중·저가 구분 없이 증가하고 있어 모바일 D램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1월19일에 발표한 반도체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 기기당 D램 탑재량(Gigabyte)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가 계속되기 때문에 중국이 D램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D램 양산을 준비해야 하는 기간은 매우 길기 때문에 중국이 아무리 신속하게 대규모로 투자한다 하더라도 한국 기업과 최소 7년의 시간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산 소요기간이 3년이고 한국 기업이 보유한 20나노미터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중국이 확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최소한 4년으로 고려했을 때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D램 시장보다 진입이 용이한 낸드(NAND) 플래시 저장장치 시장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낸드 시장은 기술력과 제조시설 부분에서 D램 시장 대비 진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나 공급과잉 문제와 함께 낮은 영업이익률, 가격 변동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낸드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해외 기업과의 협력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당장 2016년 반도체 산업 수요 공급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며 고객 점유율을 늘린 다음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점차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기업, 기술력으로 승부건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용 원칩 솔루션, 바이오 프로세서 원칩 솔루션을 개발해 비메모리 부문에서 중국과의 초격차를 확대하며 장기 성장 동력을 꾸준하게 확보하고 있다.

▲ 삼성 128GB 서버용 D램 모듈

삼성전자는 TSV(실리콘관통전극, Through Silicon Via)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모듈의 양산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차별화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TSV 기술을 적용한 128GB 서버용 D램 모듈을 세계 최초로 본격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8월 64GB 제품을 내놓은 뒤 15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소재업체인 OCI머티리얼즈를 지분 49.1%를 4819억원에 전격 인수했다. 이로써 SK는 반도체 소재에서 완성품 제조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게 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OCI 머티리얼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및 태양광 등의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를 제조·판매하는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는 가격이 중요한 부분인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중국이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체 메모리 가격을 다운시킬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국내 기업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최근 신성장사업포럼에서 “중국은 정부지원과 거대자본을 토대로 위협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도 균형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광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한국 팹리스 기업들의 전체 매출은 2014년 1.9조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특히 2000년 국내 팹리스 기업수는 150개에서 지난 10년 동안 동일한 수를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 창업이 활성화 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며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2010년 이후 팹리스 창업이 급감하고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 경향으로 인해 핵심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반도체가 수출효자이자 산업의 쌀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반도체 투자를 둘러싼 각종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중국처럼 전방위 지원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의견이다.

디스플레이

국내 기업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15년 3분기에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 28.9%로 1위를 지켰고 연이어 재팬디스플레이가 17%로 2위, LG디스플레이가 13.8%로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은 중소형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점유율 95.8%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시장조사기관 IHS 2015년 12월)

▲ 2016년 한·중·일 주요 기업 OLED 투자 계획

최근 디스플레이 시장은 TV와 PC 출하량 감소와 더불어 재고량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상 저가 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던 중국이 패널 제조시설을 늘려나가면서 국내 기업을 위협해오고 있다.

LCD에서는 대형 TV 패널 생산에 적합한 8/8.5세대 공장의 증설여부가 중요한데 2015년에 중국의 빅3 기업인 BOE, 차이나스타(CSOT), CEC-Panda가 8.5세대 공장을 250K 증설했다.

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패널 평균판매단가(ASP)의 하락에도 아랑곳없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물량 공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디스플레이 업체인 차이나스타는 지난 10월에만 250만장의 패널을 출하하면서 글로벌 업계 순위 5위로 진입했다.

▲ 중국기업 BOE 8K LCD TV

그동안 톱5 안에 굳건히 버텨온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를 단숨에 밀어낸 것이다. AUO는 같은 기간 패널 출하량이 전월 대비 5.1%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중앙·지방 정부의 지원을 동시에 받고 있어 지속적으로 투자가 가능한 것”이라며 “중국은 자국에서 제조하는 TV 패널의 80%를 자국산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IHS는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삼성과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 합계는 2010년 절반에 가까운 46%에 달했지만 2018년에는 3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 양대 업체인 BOE와 차이나스타의 점유율 합계는 2010년까지는 실적이 미미했지만 2018년에는 21%까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 새로운 경쟁 시작

2015년 초까지는 TV 신제품 수요는 고해상도 UHD를 적용한 LED TV에 집중됐었다. 그러나 2015년 9월 IFA 행사를 계기로 OLED TV 완제품을 전시하는 TV 세트업체가 늘어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OLED는 무한대의 명암비, 풍부하고 정확한 색표현력, LCD보다 1000배 빠른 응답속도가 장점이다. 또 백라이트가 없어 두께가 수밀리미터 단위까지 얇아지며 휘거나 구부리기 쉬워 다양한 디자인 설계가 가능하고 LCD 패널과 달리 BLU 광원(Back Light Unit)을 별도로 조립할 필요가 없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이 독식해왔던 OLED시장을 두고 최근 중국과 일본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는 2015년 12월 5.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에 이어 2016년 3월부터 6세대 OLED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차이나스타는 2016년 10월부터 8세대 OLED 라인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CPT도 내년 5월경부터 6세대 OLED 라인 확보에 나서고 에버디스플레이, 티안마 등도 내년 상반기 안에 6세대 OLED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애플의 디스플레이 공급사 중 하나인 일본업체 재팬디스플레이(JDI)도 2016년부터 OLED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JDI는 이르면 2016년 또는 2017년부터 모바라 공장에 4.5세대, 6세대 OLED 투자를 시작해 오는 2018년부터는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도했다. 

▲ 삼성전자 UHD TV

한국, 아직까지 OELD 기술력은 우위! 정부도 적극 나섰다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인 OLED 라인 투자를 하고 있더라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여전히 독보적이다. 삼성과 LG는 시장 우위를 지키기 위해 OLED, 플렉서블(커브드), UHD 등의 기술력을 더 향상시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최근 노후화된 LCD 생산설비인 L5라인을 폐쇄했으며 향후 7세대 캡파로 L6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중소형 패널의 경우 이미 올레드 라인으로 특화한 상태이고 대형 LCD 패널의 경우 후속 라인에 설비를 보완 증설하는 방향으로 양산 체제를 지속할 방침이다.

정윤성 IHS코리아 상무는 “삼성은 향후 10세대 혹은 OLED 중 어떤 곳에 집중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두 곳 모두 투자하면 좋겠지만 비용적인 면에서 어렵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이 OLED에 더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LG전자 구미공장 올레드 TV 생산라인

LG는 OLED사업에 1조8400억원을 투자한다고 지난해 11월 이사회를 통해 밝혔다. 이에 연장선으로 구미공장에 1조500억원 규모의 6세대 플렉시블 OLED 신규라인 P10공장을 구축하고 월 7500장 생산규모(원장기판 투입기준)의 6세대 라인을 2017년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신증권 디스플레이 산업보고서(2015년 11월)에 따르면 OLED TV 패널이 빠르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 절감이 선행돼야 한다. OLED TV의 장점에 대한 홍보는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결국 소비자들이 TV를 구매할 때 지갑을 열게 만드는 요인은 합리적인 제품 가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OLED 패널을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업체는 UHD OLED TV 패널의 수율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년간 White-OLED 증착방식을 적용한 OLED 패널의 수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FHD OLED TV 패널의 수율은 이미 80% 이상의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55인치 UHD OLED TV 패널에 이어 65, 77인치 수율 개선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국가 유망 산업인 디스플레이 품목을 지키기 위해 한국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2015년 7월 OLED를 차세대 수출 유망품목으로 선정했고 선제적 투자를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OLED 제조장비 할당관세 지원’, ‘AMOLED 원천기술 R&D 세액공제 일몰연장’ 등의 정책과 내수진작을 위한 ‘OLED TV 개별소비세 폐지’ 등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다음 호에서는 2부 중국 합류로 더욱 심해진 스마트폰 및 부품 시장 경쟁에 대해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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