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업체 '수리권' 인정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앞으로는 고장 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트북을 고쳐 쓰지 못한 채 버리는 경우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MS가 그동안 막아왔던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백악관과 주주 단체가 빅 테크(거대 기술 기업)의 불공정한 관행을 문제 삼자 MS가 다른 업체서도 자사의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8일 미국 IT(정보 기술)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MS는 내년부터 자사와 계약하지 않은 수리점에도 제품의 부품과 설계도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MS는 제품의 안전한 사용과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이유로 ‘공식 센터’만 이용하게 하며, 특정 대리점들에 한해 수리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해왔다. 

또 소비자가 직접 기기를 뜯어 수리하거나 일반 업체에서 중고·호환 부품으로 수리하면 품질 보증과 사후 관리를 거부했다. 업체에 자사의 정품 부품을 제공하지 않고, 법적 조처를 하기도 했다. 이에 공식 센터에 기기를 맡기면 수리비가 비싸거나 부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신제품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자 지난 7월 백악관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행정 명령 문서에서 이런 관행을 모두 없애겠다고 밝혔다. 구매자의 수리권을 보장하면서 기업 간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다수의 빅 테크를 회원사로 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에선 반발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같은 달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행정명령은 기업이 어렵게 이뤄낸 성과와 글로벌 리더십을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뒤에서는 소비자 그룹 '오픈리페어얼라이언스(Open Repair Alliance)'가 청원한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를 백악관 인사들에게 해왔다. 수리권이 인정되면 자사에서 판매된 제품에 관한 주도권을 사설 업체에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나눠지면 수리점 간 경쟁이 치열해져 부품이나 가격을 이유로 고장 난 제품을 못 고치는 사례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 업체의 수리권을 인정한 데는 백악관의 행정명령에 앞서 주주 권익 단체인 '애즈유소우(As You Sow∙당신이 씨를 뿌리면)'가 MS에 제출한 주주 결의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일 미 투자분석업체 모닝스타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해당 단체가 MS에 소비자의 수리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같은 권리가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켈리 맥비 애즈유소우 코디네이터(전담자)는 이날 모닝스타와의 인터뷰에서 "6월에 결의안을 제출한 뒤 MS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에게 연락을 해 3개월 간 관련 논의를 해왔다"며 "만약 동의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MS는 회사의 신뢰성과 평판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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