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가입자들 집단소송 제기
5G 단독모드 아직까지는 ‘글쎄’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시작했다. 이는 2017년 말부터 준비된 성과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2021년 4월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약 1514만 명으로 집계됐다. 5G 가입자 수가 늘어나면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1~2분기 연속 1조 원을 돌파했다.

통신 3사는 5G 덕분에 웃었으나, 정작 5G 가입자들은 분노를 넘어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30일 통신 3사를 상대로 5G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걸었다. 가입자들은 ▲LTE(4세대 이동통신)와 큰 차이가 없는 속도 ▲LTE 대비 비싼 요금제 ▲끊김 현상 ▲빠른 배터리 소진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 가능 등 5G의 문제점을 주장했다. 이어 “통신 3사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으며,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많은 민원과 항의에도 불구하고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다.
‘세계 최초’ 타이틀 무색...형편없는 5G 서비스
통신 3사는 공통적으로 5G에 대해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해왔다. LTE보다 20배 빠른 5G는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에서 가능하다. 최대 1Gbps(기가비피에스) 속도를 내는 LTE보다 20배 빠르려면 속도는 20Gbps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입자가 사용하고 있는 5G는 28㎓ 대역이 아닌 3.5㎓ 대역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3.5㎓ 대역은 이론상 최대 다운로드 속도는 1.5Gbps이며, LTE와 함께 활용하면 최대 2.75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과기부의 5G 품질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기준 통신 3사의 현재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90Mbps다. 이는 통신 3사가 광고한 속도인 20Gbps에 20분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전국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153Mbps)와 비교하면 4.5배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건 LTE보다 20배 빠른 20Gbps를 구현하는 28㎓ 기지국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G 기지국 중 28㎓ 기지국은 125곳뿐이다. 통신 3사는 올해 말까지 28㎓ 기지국 4만 5000곳을 구축하겠다고 했으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통신 3사는 28㎓ 대역이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촘촘하게 기지국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만 서비스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28㎓ 기지국은 기업용(B2B)으로만 선별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5G 단독모드, 가입자들 마음 돌릴 수 있을까
KT가 성난 가입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먼저 나섰다. KT는 지난 7월 15일 통신 3사 최초로 ‘5G 단독모드(SA, Standalone)’ 상용화를 발표했다. 갤럭시 S20 시리즈부터 우선 적용되며, 범위는 순차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5G는 LTE와 장비를 일부 공유하는 비단독모드(NSA, Non-standalone) 방식이다. NSA는 LTE 기지국이 메인 기지국으로서 제어 처리를 담당하면 5G 기지국이 전송속도를 향상시킨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끝단인 기지국에 5G를 추가한 셈이라 5G망과 LTE망 연동이 필수적이다.
반면 SA는 데이터와 제어를 모두 5G망으로 처리한다. LTE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NSA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단축되고, 배터리 소모도 줄일 수 있다. SA를 통해 LTE는 LTE 시스템에서, 5G는 5G 시스템에서 각각 동작하게 되며, 이를 ‘SA 옵션2’라 부른다. KT가 상용화한 5G SA는 옵션2를 적용했다.

KT의 행보에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견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SA 전환을 서두르기보다는 ‘SA 옵션4’를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SA 옵션4는 5G 코어망에 5G 및 LTE 기지국을 연결해 5G 기지국이 메인 역할을 하고, LTE 기지국은 전송속도를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NSA 방식을 반대로 한 것으로, SA 전환 대비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다. SK텔레콤은 2년 내에 옵션4 상용화를 목표로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영국의 BT 등 글로벌 통신기업과 함께 시범 검증을 실시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SA 옵션2의 기술은 준비가 돼있으며, 시장의 요구가 있으면 바로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SK텔레콤과 비슷한 방향으로 SA 진화 방식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사람을 기다리지 않듯이 ‘진짜 5G’를 기다리던 고객들은 하나둘씩 떠날 것이다. 통신 3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5G 요금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스스로 광고했던 5G의 속도와 품질을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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