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문제는 과제로 남아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MBC VR(가상현실)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2가 지난 2월 4일 종영했다. 2020년 2월에 방영된 시즌1은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린 딸과 VR을 통해 재회하는 과정을 담아 안방 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방송 클립 조회수는 유튜브와 SNS 등에서 1000만 뷰를 넘겼고,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상 TV 다큐멘터리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시즌2는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남편이 VR로 아내와 다시 만나는 ‘로망스’ 편과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스물넷 청년 김용균 씨가 일했던 노동 현장을 VR로 경험한 ‘용균이를 만났다’ 편이 방송됐다.

출처 : MBC life 유튜브
출처 : MBC life 유튜브

다양한 기술로 생전 모습과 유사성 높여

제작진은 국내 최고의 VR과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비브스튜디오스와 협업했다. 주인공들의 생전 모습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가족들이 건네 준 사진과 동영상에 담긴 다양한 표정, 목소리, 말투, 움직임 등을 분석했다. 이때 3D스캐닝과 모션캡처 등의 작업이 이뤄졌다. 3D 스캐닝은 여러 대의 카메라를 원형으로 배치한 3D 스캔부스에서 주인공의 얼굴과 몸을 동시에 촬영해 3D모델을 만드는 작업이다. 제작진은 주인공과 비슷하게 생긴 인물을 섭외해 160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후 이를 본떠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주인공의 움직임은 모션캡처로 재현해냈다. 이 기술은 몸에 센서를 부착시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이다. 제작진은 주인공의 표정과 움직임을 표현할 연기자를 섭외해 움직임을 캡처한 후 이를 캐릭터에 적용했다.

주인공의 음성을 복원하는 작업은 주인공의 목소리 샘플이 1분 밖에 되질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진은 비슷한 나이대의 인물을 섭외해 800문장씩 녹음하고, 10시간 분량의 데이터를 만들어 딥러닝을 적용했다. 딥러닝이란 데이터의 분류, 식별 기준을 사람이 가르치지 않아도 데이터를 해석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기법이다. 아울러 AI 음성합성기술로 근사치를 찾아 목소리의 유사성을 높였다.

출처 : MBC life 유튜브
출처 : MBC life 유튜브

방송에는 프리 렌더링과 리얼타임 엔진 기술이 쓰였다. 프리 렌더링은 주변을 360도 시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로 CG(컴퓨터 그래픽스) 영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은 주로 VR 게임에 많이 쓰이며 초당 방송에는 프리 렌더링과 리얼타임 엔진 기술이 쓰였다. 프리 렌더링은 주변을 360도 시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술로 CG(컴퓨터 그래픽스) 영상을 예로 들 수 있다.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은 주로 VR 게임에 많이 쓰이며 초당 수십개의 화면을 새로 그리는 기술로 상대방과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위해 최첨단 3차원 게임 엔진 언리얼도 활용됐다.

출처 : MBC life 유튜브
출처 : MBC life 유튜브

프로그램에 대한 엇갈린 평가

제작진은 VR 속에서 타인의 시·공간을 경험하고, 타인의 추억에 공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족의 의사를 반영해 제작했기 때문에 유족에게 큰 위안이 됐을 것이라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VR은 의료계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에 활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국내 VR 콘텐츠의 대중화를 알리며 오락 요소가 강했던 VR 분야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슬픔을 상업 방송의 소재로 활용한 것과 고인을 미디어로 소환한 것에 대해 윤리적 측면에서 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유족의 의사와는 다른 고인의 잊힐 권리 차원에서 개인의 초상권을 복원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족이 VR을 통해 고인과 재회하면서 일시적으로 슬픔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겠지만, 향후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어느새 일상 속으로 스며든 VR. 대척점에 선 신기술과 윤리를 서로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