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유기적 주파수 활용 필요

[테크월드뉴스=김경한 기자] 5G 서비스는 정체된 세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지난 2019년 4월 3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그 덕분에 지난해 국내 5G 가입자수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도 12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객 사이에는 예상보다 전송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5G의 속도는 전문가들이 그토록 떠든 것처럼 ‘20배’에 이르지 못하는 걸까. 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5G 주파수 구축 현황을 살펴본다. 

5G의 특징

5G는 초광대역(eMBB, Enhanced Mobile Broadband), 초저지연(URLLC, Ultra-reliable and Low Latency Communication), 초연결(mMTC,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의 특징을 갖는다. 초광대역(초고속·대용량) 서비스는 4G보다 더 큰 주파수 대역폭을 사용하고 더 많은 안테나를 사용해 사용자당 100Mbps에서 최대 20Gpbs까지 훨씬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4G 대비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의미한다. 15GB 사이즈의 고화질 영화 1편을 다운로드할 경우, 500Mbps 속도의 4G는 4분이 소요되는 반면 20Gbps 속도의 5G에서는 6초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5G는 기지국에서 떨어져 신호가 약한 지역에서도 100Mbps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한 장소에 수만 명이 몰리는 경기장에서도 끊김 없는 고화질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초저지연 통신은 기존에 10ms(1ms=1/1000초) 걸리던 지연 시간을 1ms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것이다. 찰나의 순간에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량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만약 시속 100km의 자율 주행 차량이 긴급 제동 명령을 내린다면, 4G에서는 50ms 지연돼 1.4m 전진 후 명령을 수신하는 반면 5G에서는 1ms 지연돼 2.8cm 이동 후 정지신호를 수신하게 된다. 

초연결은 각종 가정용, 산업용 1㎢ 면적당 100만 개의 연결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수많은 IoT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표 1]. 

5G 대역폭에 따른 차이점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동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하며, 단위는 Hz(헤르츠)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주파수 1GHz 이하를 저대역, 1~6GHz를 중대역(6GHz 이하), 24GHz 이상을 고대역(밀리미터파, mmWave)으로 칭한다. 대역폭은 최고 주파수와 최저주파수의 차이로, 대역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폭이 좁은 국도보다 넓은 고속도로에서 더 많은 화물 전송이 가능한 점을 생각하면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018년 5월 4일, 우리나라의 5G 주파수를 3.5GHz(3420~3700MHz)와 28GHz(26.5~28.9GHz)로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6월 18일 결정된 이동통신(이통) 3사별 주파수 경매 결과를 살펴보면 [표 2]와 같이, 3.5GHz 대역은 LG유플러스가 80MHz, SKT가 100MHz, KT가 100MHz를, 28GHz 대역은 이통 3사 모두 800MHz씩 할당받았다. 앞서 설명한 바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의 5G 통신은 중대역인 3.5GHz보다 고대역인 28GHz가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고대역 주파수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직진성과 회절성이라는 전파의 2가지 성질때문이다. 직진성은 전파가 직진하는 성질로, 하나의 점에서 또 다른 점으로 최단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다. 회절성은 전파가 산, 건물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전파의 일부가 휘어져 수신되는 현상을 뜻한다. 저·중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약해서 속도가 느린 반면, 회절성이 강해 장애물을 만나도 휘어지며 전송할 수 있어 전송 범위가 넓다. 고대역 주파수는 직진성이 강해 대용량의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는 반면, 회절성이 약해 전송 범위가 짧다. 

따라서, 현재 이통 3사의 5G 구축망 사업은 우선 커버리지 확대를 위해 중대역인 3.5GHz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과기부는 2018년 이통 3사에 5G 주파수를 할당할 당시 연차별 망 구축 의무 기준을 지정했다. 3.5GHz 대역은 기준 기지국 수를 각 사별 15만 국으로 하고, 3년 15%(2만 2500국), 5년 30%(4만 5000국), 28GHz 대역은 기준 기지국 수를 각 사별 10만 대로 하고 3년 15% 구축 의무를 부여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의무 구축기간 말까지 15만 국의 무선국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지난해 11월 과기부는 12만 국으로 대폭 축소했다. 

28GHz 고대역 서비스가 최선일까?

4G 대비 5G가 20배의 전송속도를 갖는다고 설명할 때 거론되는 주파수는 28GHz를 의미한다. 하지만 28GHz 대역의 기지국 구축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과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의 28GHz 대역의 기지국 수는 3.5GHz의 0.027%에 불과하다. 이통 3사 모두 합쳐 3.5GHz 기지국은 16만 9343개에 이르렀지만, 28GHz 대역의 기지국은 45개만 구축됐기 때문이다. 물론 28GHz의 경우, 기지국 내 장비 기준이라 한 기지국마다 수 개의 장비가 포함돼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기지국 자체가 45개에 불과해 여기에서 수십 배를 곱하더라도 각 사별 1만 5000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박성중 의원은 “28GHz 주파수 특성상 속도는 빠르지만 도달거리가 짧아 설치비가 3.5GHz 대비 4~8배 높고 기업들은 자체 5G 특화망을 설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28GHz 기지국 구축을 꺼린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차라리 28GHz 할당대가 6322억 원을 돌려줘서 3.5GHz 전국망 조기 구축에 투자하고, 28GHz는 5G 특화망을 통해 원하는 기업에 직접 할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과기부 장관의 결단을 촉구했다. 

5G 특화망이란 특정지역(건물, 공장 등)에 한해 사용 가능한 5G망으로, 해당지역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네트워크를 말한다. 원래 국내 5G 주파수는 이통 3사만 가능했으나, 5G 통신망의 시장경쟁 촉진과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지역(로컬) 5G 사업자(수요기업, 제3자 등)로 확대한 구축망이 5G 특화망이다. 특화망의 주파수는 28GHz 대역 주파수와 인접한 28.9~29.5GHz 대역(600MHz폭)에서 우선 공급된다. 

이현우 5G포럼 집행위원회 부집행위원장(국제부문)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 부집행위원장은 “밀리미티파 구축이 늦어진다기보다는 3.5GHz 망 구축이 워낙 급해서, 지금은 3.5GHz 망 구축이 계획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5GHz로 5G 전국망을 구축하는 것이 쉽고 빠르기 때문에 5G 서비스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이 대역폭을 적극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현우 부집행위원장은 “고대역은 애초부터 전국망을 염두에 둔 망이 아니다. 핫스팟 구역, 즉 큰 건물이나 쇼핑몰, 공장과 같은 특정 구역에 집중해서 구축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28GHz는 공장이나 정부기관, 병원, 학교 등 B2B 환경을 중심으로 구축이 본격화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집행위원장에 따르면, 5G 통신에서 중대역과 고대역 서비스는 병행 사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장애물이 없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에서는 28GHz를 활용하지만, 가로등이나 가로수와 같은 장애물이 많은 시내 도로에서는 3.5GHz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두 대역폭을 적절히 조합하는 융통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5G 기지국에 28GHz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미국 버라이즌(Verison)의 경우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이현우 부집행위원장은 “버라이즌의 경우, 위성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AT&T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방송 서비스를 28GHz로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광케이블이 잘 갖춰져 방송 송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넓다 보니 고품질 방송 송출을 위해선 위성방송이나 고대역 통신을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이통 3사의 5G 서비스는 모바일 중심인 반면, 미국 버라이즌의 5G 서비스는 가정용 고정형인 고객 댁내 장치(Customer Premises Equipment, CPE) 중심이다. 

5G 생태계 활성화할 킬러 콘텐츠 개발 급선무

고대역폭을 포함한 5G 서비스가 소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이런 특징을 끌어올릴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4G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스마트기기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고객들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5G 시대에는 그 이상의 서비스가 요구된다. 단순히 4K, 혹은 8K UHD 해상도로 보여질 수 있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영상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최근 페이스북이 ‘호라이즌’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정도로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가 한 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meta)’와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이 안에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측면이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질 수 있다.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했던 아이돌 그룹 BTS는 지난해 8월 신곡 다이너마이트 신곡 무대를 메타버스 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메타버스 내에서 아바타(가상 세계의 분신)을 통해 BTS 무대를 관람한 참석자들은 BTS의 의상이나 춤을 사서 아바타에게 적용하기도 했다. 전 세계 유튜브 구독자수 6020만 명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제페토라는 네이버의 메타버스 내에서 팬사인회를 열었는데, 이 행사에만 4600만 명의 팬이 참석했다. 루이비통이나 구찌 등은 이미 메타버스에서 몇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아바타용 명품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 단 아직 메타버스가 엔터테인먼트나 문화사업에 국한됐다는 한계점은 있다. 또한 3D로 구현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전송해야 할 데이터량이 많은 점도 걸림돌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와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은 메타버스에서 유용한 화폐와 거래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현재 수많은 가상화폐가 난립하고 있지만, 언젠가 메타버스 내에서 가상화폐 간 시세에 따라 환율이 적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투기적인 화폐가 아닌 실질적인 거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NFT는 메타버스 내 아바타의 의상이나 건물, 미술품 등을 개인이 소장하거나 사고팔 수 있는 고유의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다.

HMD(Head Mounted Device)와 같은 가상현실(VR)용 영상표시장치는 메타버스를 더욱 즐겁고 몰입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무겁고 커서 사용이 불편한 점은 있다. 더군다나 HMD를 사용하다 보면 발열이 일어나는데, 이 열이 고스란히 사용자의 눈에 들어가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문에 HMD를 오래 사용할 수도 없고 보급도 더딘 편이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더라도, 메타버스, 가상화폐, NFT, HMD 등이 융복합적으로 발전해 간다면, 고화질의 영상 서비스를 뛰어넘는 양방향 서비스가 5G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통신사업자들은 깔지 말라고 해도 더 빠른 서비스와 더 많은 데이터의 전송을 위해 28GHz 대역의 통신망을 곳곳에 깔게 될 것이다. 즉 킬러 콘텐츠의 성장은 5G의 생태계를 활성화해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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