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조명의 기자]

요즘 전자 소자는 접거나, 늘리거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폼 팩터(Form factor)를 추구하고 있다. 형태가 변하거나 신축성이 높은 전자 소자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큰 변형이나 기계적인 손상 시에도 전기적 특성이 변하지 않는 전극과 배선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포스텍은 연세대 공동연구팀과 함께 액체금속 잉크를 개발해 마음대로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전자기기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정운룡 교수와 비라판디안 셀바라지 박사,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알로이시우스 순 교수와 장우순 박사 공동연구팀은 고전도성과 점소성을 갖는 액체 금속 마이크로입자 잉크를 개발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에 1월 4일자로 게재됐다.

일반적으로 전자 소자에는 금, 은, 구리와 같은 단단한 금속을 전극이나 배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금속 기판은 조그만 외력이 가해져도 재료에 금이 가서 전기 전도성을 잃기 때문에 형태 변형을 필요로 하는 소자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그와 달리 상온에서 액체처럼 흐를 수 있는 액체금속은 쉽게 변형이 가능하면서도 높은 전기 전도성을 갖기 때문에 연신성 배선에의 활용 가능성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액체금속을 잉크로 만들 경우, 표면에 산화막이 형성돼 프린팅 이후 전도성을 잃기 때문에 배선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액체금속 마이크로입자의 산화막에 수소 이온을 도핑해 산화막을 전도체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수소 도핑에 의한 산화막의 전도성을 이론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양자역학 기반 재료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소 도핑된 인듐 산화물이나 갈륨 산화물은 현재 투명전극에 활용되고 있는 투명전도성 필름(Indium Tin Oxide, ITO) 전극과 비슷한 전기 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수소 도핑되고 고분자가 표면에 붙은 산화막은 300% 정도의 높은 연신을 가해도 깨지지 않고 늘어날 수 있는 점소성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개발된 액체 금속 잉크는 수소가 도핑돼 고전도성을 가지면서 형태가 변할 수 있는 액체 금속 마이크로입자로서 연신이 가능한 다양한 기판에 3차원 회로의 직접 프린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쇄된 전극과 배선은 500% 이상의 연신 시에도 저항의 변화가 거의 없고, 심각한 기계적 손상이나 높은 습도와 고온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전기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차세대 소자 개발에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 알로이시우스 순 교수는 “금속 산화물의 높은 점소성은 지금까지 연구된 적이 없다. 본 연구는 전도성 산화막의 점소성에 대한 연구였으나, 점소성이 있는 반도체나 부도체 금속 산화물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운룡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잉크와 인쇄 기술을 활용해 고연신성 배선의 실용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프린팅 기술만으로 누설전류의 걱정이 없는 3차원의 복잡한 배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로봇공학이나 인공 피부, 3차원 프린팅과 접목해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운룡 교수는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연신 가능하고 접을 수 있으며, 기계적 손상,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도 전기적 특성을 유지하는 3D 전자 소자를 개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부의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이 지원하는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이 지원하는 인공 공감각 일렉트로닉스 소재 디스커버리 사업단, 그리고 한국화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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