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조명의 기자]

2차원 반도체 물질을 빛만으로 도핑할 수 있게 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 조문호 부연구단장(포스텍 신소재공학과 무은재 석좌교수)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이용해 도핑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실시간·자유자재로 반도체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원자층 집적회로 소자를 구현했다. 이는 빛이 일으키는 결함을 역이용해 n형과 p형 도핑 모두를 가장 간편하게 구현한 연구다.

2차원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특성이 전혀 다르다. 얇고 유연한 전자기기, 극초소형 컴퓨터 등을 구현할 차세대 반도체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리콘 반도체처럼 내부 불순물 종류와 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는 도핑하는 불순물 따라 전자가 많은 n형과 양공이 많은 p형으로 나뉘는데, n형과 p형을 접합시켜야 트랜지스터가 돼 비로소 단일 집적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는 표면에 화합물을 도포하거나 물질 합성 단계에서 도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n, p형 도핑에 각각 다른 처리가 필요하고 도핑 후에는 성질을 바꿀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을 활용했다. 원래 빛은 얇은 반도체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빛 노출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연구진은 빛이 세기와 파장에 따라 다양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에 원자 수준 분해능을 갖는 투과전자현미경과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이용해 빛이 2차원 반도체 이텔루륨화몰리브덴(MoTe2)에 미치는 여러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자외선은 형, 가시광선은 p형으로 2차원 반도체를 도핑함을 확인했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은 강한 에너지를 가져 반도체의 텔루륨-몰리브덴 간 원자 결합을 끊었다. 이는 표면에 있는 몰리브덴 원자 일부를 탈락시키는 데, 이 때문에 전자가 더 많아져 n형 반도체로 변하는 원리다. 반면, 가시광선은 텔루륨 원자가 있던 자리를 산소로 치환함으로써 물질 전체에 양공이 많아졌다. 연구진은 해당 이텔루륨화몰리브덴뿐 아니라 이셀레늄화텅스텐(WSe2) 등 다른 2차원 반도체도 빛으로 도핑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집적회로 소자를 구현했다. 먼저 2차원 반도체에 레이저를 쏘아 n형과 p형 반도체로 만들어 논리회로의 대표 부품인 인버터를 제작했다. 이어 제작된 인버터에 다시 빛을 가해 정반대 기능을 갖는 부품인 스위치로 바꿀 수 있음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문호 부연구단장은 “2차원 반도체 집적회로 구현에 필수적인 도핑 과정이 빛과 물질의 광화학반응으로 간단히 이해될 수 있음을 보였다”며 “이런 기초과학-응용기술 순환 일체형 연구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의 이상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전자 소자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네이처 일렉트로닉스(IF 27.500)’에 12월 15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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