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월드뉴스=양승갑 기자] 통신서비스에 대한 처리 속도, 데이터 용량 확대 등 요구가 증가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오픈랜이 주목받고 있다. 기지국 건설 시 필요한 장비의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해 통신망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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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리포터링커에 따르면 글로벌 오픈랜 시장 규모는 연평균 64.4% 성장해 2028년 231억 달러(29조 8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랜은 기지국 구축에 필요한 통신장비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연동되도록 소프트웨어를 표준화하는 기술이다.

이동통신(통신) 3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KT, LG유플러스는 국내 중소 통신장비 제조사와 오픈랜 구축을 위한 협력을, KT는 일본 통신사와 손을 잡았다. 통신3사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관련 시장의 경쟁도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중소 제조사의 시장 참여도 기대되고 있다.

반면 화웨이, 에릭슨 등 메이저 통신장비 제조사는 오픈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오픈랜 구축시 통신장비 종속성이 낮아지는 이유에서다. 장비 간 성능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 시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 성능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적극성을 보이면서 메이저 제조사도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SKT 연구원들이 트래픽 혼잡 상황에 활용하는 솔루션을 테스트 하는 모습. [사진=SKT]
SKT 연구원들이 트래픽 혼잡 상황에 활용하는 솔루션을 테스트 하는 모습. [사진=SKT]

◆ 이동통신 3사, 중소 제조사와 ‘오픈랜’ 기술 확보

통신업계에서는 오픈랜 상용화로 통신장비 표준화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네트워크 운용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드웨어 중심의 통신망 관리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환해 통신장비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특히 통신장비의 규격의 표준화로 장비 생산·수급에도 이점을 가져올 수 있고 기지국 구축 시 발생하는 비용 최적화도 가능하다. 하드웨어는 전파를 송수신하는 장치의 역할만 하기 때문에 통신망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발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는 국내외 기업과 오픈랜 연구를 통해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상용망 검증 등 오픈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 중소 제조사들은 시장 영향력 확대 및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기회로 여겨진다.

SKT는 지난 22일 사옥 내 5G 오픈랜 인빌딩 실증망을 구축하며 안정적인 서비스 연동 품질을 확인했다. 국내 기업 에치에프알과 협력하며 오픈랜 장비 전력 소모·용량 개선 및 소형화에 나섰다.

이에 앞서 KT는 지난 2월 MWC 2023에서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와 소프트웨어 기반 가상화 기지국 등 오픈랜 확장 방안에 논의했다. ▲가상화 기지국 성능 검증 ▲오픈랜 시스템 검증 ▲오픈랜 생태계 확장 등에서 협력 내용 구체화했다.

LG유플러스도 글로벌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와 RAN 가상화를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노키아, 삼지전자 등과는 상용망에서 이종 사업자의 장비가 연동될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배드’를 구축하기로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용화 단계로 기술 수준은 개발됐으며,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실증하고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 여러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는 단계이며 오픈랜 기술을 통해 통신 장비에 있어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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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 제조사, 경쟁은 부담 상용화는 지지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과 같은 주요 통신장비 제조사의 소극적인 대응이 우려된다. 통신사가 특정 기업의 장비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까닭이다. 제조사 간 경쟁 구도의 변화도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28.7% ▲에릭슨 15.0% ▲노키아 14.9% ▲ZTE 10.5% ▲시스코 5.6% ▲삼성전자 3.1% 등이다.

지난 27일 진행된 오픈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헌 LG유플러스 NW선행개발담당은 “아무래도 기존 제조사들은 약간 수성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며 “오픈랜이라는 부분 자체에 굉장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된 장비에서도 처음에는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 장비 라인업들이 만들어졌는데, 결국은 현재 대세가 되면서 대형 제조사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대형 제조사는 누구보다 (오픈랜) 관련 연구·투자 준비하고 있으며, 시장이 성숙했다고 판단됐을 때 메이저 장비업체들도 관련된 제품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신장비 관련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표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쟁은 부담이지만, 오픈랜 상용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상용화 시점은 알 수 없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시장 도입은 당연하다는 시각에서다.

메이저 제조사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제조사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오픈랜 관련 연구·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통신장비 제조업계 관계자는 “오픈랜 상용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많은 제조사가 ‘O-RAN Alliance’에 등록된 만큼 오픈랜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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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발생 시 책임소재 명확해야…성능 하향평준화 우려도

다만 오픈랜 상용화에 따른 문제 발생 시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더라도 장비 간 성능 차이가 있는 까닭이다. 장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다투면서 문제 해결에도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견해에서다.

최대 성능이 다른 장비를 활용해 기지국을 구축할 경우, 성능의 하향평준화라는 문제가 발생도 우려된다. 최대한 비슷한 성능을 내는 각 통신장비를 다른 제조사로부터 구매하면 좋지만, 장비 성능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동일한 통신 품질을 보장할 수도 없다.

통신장비 제조업계 관계자는 “우려되는 부분은 장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고장에 대한 원인 파악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기술적 문제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장비가 100%만큼의 성능을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시, 성능이 안 좋은 장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픈랜 상용화 이후 통신사에서 성능을 우선한 장비를 선택한다는 예상도 나온다. 경쟁사보다 우수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바라보자면 지금까지 가장 좋은 장비는 국내 중소장비 제조사보다는 다른 대기업일 확률이 더 높다”며 “규모가 큰 제조사 간에도 성능과 품질에 따른 차이가 생기는데, (오픈랜 상용화 이후) 가장 좋은 성능과 품질을 만드는 1등 장비사의 독점 구조가 더 심해져 우수 장비에 대한 통신사들의 의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사, 제조사는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의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받게끔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통신사 간 국내 제조사의 다른 장비를 사용했는데 품질이 서로 다르게 측정된다면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케이-네트워크 2030 전략’을 발표하며 차세대 네트워크 실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오픈랜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핵심 장비와 부품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국제인증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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