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되면서 전자기기의 중심축 역할
LCD→OLED→?...차세대 디스플레이를 향해

[테크월드뉴스=이재민 기자] 디스플레이의 어원은 라틴어인 Displico 혹은 Displicare로 의미는 보이다, 펼치다, 진열하다 등이다. 가장 흔히 쓰이는 의미는 ‘전시 및 진열’이지만, 전자공학에서는 ‘표시장치’라는 뜻으로 각종 전자기기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출력장치를 의미한다. 보여줘야 할 정보가 디스플레이를 거쳐 우리 눈을 통해 인지되는 것이다.

TV, 컴퓨터에만 국한되던 초기의 디스플레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으로 진화돼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은 오랫동안 반도체와 함께 ‘IT산업의 꽃’으로 불렸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약 20년 전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선제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반도체와 함께 눈부신 고속 성장을 이뤘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수출 규모는 2006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7년에는 275억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까지 갖춘 국산 디스플레이는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쟁쟁한 일본 기업들을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브라운관 시장을 평정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LCD를 꼽았다. 당시 부피가 컸던 브라운관을 대체할 제품으로 얇고 가벼운 평판 디스플레이 중 LCD가 각광을 받고 있었다.

LCD 1위는 옛말…시장 삼킨 중국

한국은 1995년 LCD 산업에 뛰어들었다. 2005년부터는 세계 1위 LCD 생산국이라는 영광을 안았으며, 2012년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 50.7%에 이르렀다. 한국의 독무대였던 글로벌 LCD 시장에서 2018년 중국이 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급성장은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대부분 수입해오던 전자부품을 국내에서 자급자족하겠다는 ‘중국 굴기’ 전략의 일환으로 BOE, 티안마, CSOT 등 주요 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저가 공세와 박리다매 전략을 펼쳤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이를 버티지 못했고,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LCD 생산량을 줄이거나 생산 라인을 매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철수를 선언했었으나,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하자 당분간은 생산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CD 패널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과 재택 근무가 늘어나 전자기기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OLED로 옮겨간 2차 전쟁

한국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2004년 이후 17년 연속 1위를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에서 한국은 36.9%, 중국은 36.2%를 기록했다. 한때 3배 이상의 점유율 격차를 보였던 중국과 고작 0.7% 차이다. 당장 내년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점유율은 2012년만 하더라도 8.2%로 두 자릿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꾸준한 성장으로 일본, 대만을 차례로 제치며 2인자 자리까지 올라왔다. LCD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OLED 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이 수년간 90% 이상의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던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OLED는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다. LCD는 패널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하지만, OLED는 스스로 빛을 낸다. 또한 LCD에 비해 반응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며, 가볍고 얇아 변형이 자유롭다.

세계 OLED 시장에서 한국의 금액 기준 점유율은 2020년 85.8%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2015년 98.5%와 비교하면 12.7%나 하락한 것이다. 한국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동안 중국은 서서히 힘을 키우고 있다. 2015년 0.5%에 그쳤던 중국의 OLED 시장 점유율은 2018년 3.2%, 2019년 9.8%를 거쳐 2020년 13.2%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 출처: 옴디아, KDIA
▲ 출처: 옴디아, KDIA

KDIA에 따르면 2020년 543만 1000㎡였던 중국의 OLED 생산 능력은 2025년 2701만㎡까지 늘어나 연평균 38.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의 OLED 생산 능력은 2020년 약 1928만㎡에서 2025년 약 4292만㎡로 연평균 1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국은 LCD 시장을 장악했던 것처럼 OLED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노골적인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 및 인력 유출 시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 현황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은 ▲전자기기 및 TV 패널 수요 증가 ▲스마트폰 수요 회복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LCD 시장은 노트북, PC 모니터 등의 수요 증가와 LCD 패널 가격 상승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뛰어오른 LCD 패널 가격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부 활동 재개에 따른 수요 둔화로 패널 가격 상승폭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또한 “4분기부터 패널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OLED 시장은 스마트폰과 TV 수요 호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매출 비중의 8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용 OLED는 전년 동기 대비 57%의 성장률을 보였다. TV용 OLED 시장은 ▲LCD와 OLED TV 패널 가격 격차 축소 ▲LCD TV 패널 부품 공급 부족 등으로 TV 제조업체들의 OLED TV 패널 구매가 늘어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1%나 성장했다. OLED TV 패널의 평균 판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대세는 OLED…스마트폰·TV에서 폭발적 수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OLED 패널 매출은 380억 달러로 예측된다. 이는 2020년 297억 달러보다 약 28% 증가한 수치다. OLED 재료 시장규모도 전년 대비 40% 성장한 17억 54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IT 기기에 쓰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출하량은 2022년 8억 1200만 장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OLED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110종 이상 출시되는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OLED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TV에 쓰이는 대형 OLED 패널 출하량은 올해 830만 대로 예상된다. 2020년 출하량 450만 대보다 86%나 늘어난 규모다.

▲ 출처: KDIA
▲ 출처: KDIA

OLED 수요가 늘어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DIA에 따르면 2020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가 차지한 비중은 31%였으나, 2025년에는 44.3%까지 차지할 전망이다.

현재 중·소형과 대형 OLED 패널 시장 모두 한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1분기 9인치 이하 스마트폰용 OLED 출하량 1억 3800만 개를 기록하며 스마트폰용 OLED 시장 점유율 1위(80.2%) 자리를 이어갔다. 2위는 LG디스플레이가 8.8%로, 국내 업체가 전체 시장 점유율 약 90%를 차지했다.

대형 OLED 패널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99%를 생산하고 있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 패널은 공정의 어려움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양산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중국 업체들은 시장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OLED 기술 격차를 적게는 1~2년, 많게는 3년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BOE와 CSOT는 TV용 OLED 패널 양산을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 합작사인 JOLED 역시 대형 OLED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창청 BOE 부총재는 2020년 9월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차세대 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5년 내에 OLED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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