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과정 단순화하기 위해 지분 늘린 뒤 폐업하는 듯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카카오가 내달 1일 기업가치 7조원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세우는 가운데 관련 계열사인 이앤티스토리를 폐업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엠(M)으로부터 지분이 추가로 매입된지 두 달 만에 나온 결정이다. 청산 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 이미 폐업을 결정한 후임에도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엠은 청산 후 남은 금액을 이앤티스토리의 투자자들에게 나눌 계획이다. 

26일 카카오에 따르면 회사는 이달 초 주주총회를 열어 배우 매니지먼트 전문 회사인 이앤티스토리를 계열사에서 청산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다수의 매니지먼트와 음악 레이블 자회사의 경영 효율화를 추진해왔다"며 "이번 건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9년 9월 이엔티스토리의 대표 배우인 김소현씨는 카카오엠의 유상 증자에 참여하며 815주 규모의 주식을 확보한 바 있다. 유상 증자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박찬우 이앤티스토리 대표는 지난해 말 카카오에 40%의 지분을 처분하는 대가로 3억원을 취득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앤티스토리의 기업 가치는 7억5000만원 가량에 그친다.

이는 업계에서 작년부터 김 씨의 이적이 유력시돼 그의 맨파워가 기업 가치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씨는 카카오엠이 회사의 지분 40%를 추가로 매입한지 9일 만인 지난달 16일 회사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현재 당시 취득한 주식의 전량을 갖고 있지만 카카오와 별개의 회사로 옮긴 만큼 그가 아직도 카카오와 한 배를 탔다고 보긴 어렵다. 

회사 관계자는 "(양측이 작년에) 재계약 여부를 논의하던 중 (이앤티스토리에서 회사를) 청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며 "이후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다른 소속 배우들도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계열사에서 청산을 결정한 후 자연스럽게 폐업 절차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카카오엠이) 김 씨가 (회사를) 나가기로 해서 이앤티스토리를 폐업하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카카오엠은) 이앤티스토리를 인수한 후 (카카오의 계열사인) 여러 매니지먼트사들과 시너지를 내며 경영 효율화의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최근 '내수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김범수 이사회 의장의 주도 아래 매니지먼트∙콘텐츠 계열사들의 역량을 카카오엔터로 모으고 있다. 엔터사 출범은 지난달 25일 카카오엠과 카카오페이지가 각자 이사회를 열어 양사 합병을 결의하며 결정됐다.  

계열사를 청산하기로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의 지분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선 "절차상 편의"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앤티스토리는 비상장사인데다 박 대표가 김 의장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가 아니므로, 청산 결정 후 지분을 매입한 것이 상장사들의 전형적인 꼼수일 가능성은 낮다. 과거 일부 상장사들은 폐업 후 특수 관계자에게 돈을 더 떼어주기 위해 청산 결정 후 적정 기업 가치보다 주식을 비싸게 산 다음 폐업한 바 있다.   

카카오엠은 폐업 후 남은 금액은 분배금으로 계열사의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앤티스토리가) 갖고있는 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해 (이앤티스토리의) 주주들이 갖고있는 주식의 지분만큼 (그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엔터에 카카오엠과 카카오페이지 외 다른 계열사의 편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합병 법인은 새로운 사업 비전을 갖고 사업을 확장할 것이므로 (추가적으로) 다른 회사들도 계열(사)에 편입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계열사를) 조정하거나 하는 식으로 계획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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