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무선융합플랫폼연구실 민봉기 책임연구원

[테크월드=신동윤 기자] 실생활과 관련된 응용프로그램에서 주변 공간과 장애물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런 목적으로 다양한 센서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들 중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는 초음파 센서, 비전 센서, 레이더 센서 등 다른 센서에 비해 특별한 기술적인 특징을 제공한다. 하지만 최초의 응용은 상당히 이른 시기에 이뤄진 반면, 대중적인 사용은 상대적으로 늦게 이뤄졌다.

최초의 라이다로 분류되는 기술은 레이저가 개발되기 전부터 이용됐는데, 대기의 공기 밀도를 파악하기 위해 탐조등과 같은 빛을 이용해 산란강도를 원격 측정하는데 사용됐다. 1960년대에 레이저(LASER)가 발명된 이후 보다 많이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라이다, 라다(LADAR, LAser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레이다(Laser Radar) 등의 약자로 불리며 원격 탐지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적인 특징을 제공하는 센서 기술로 점차 주목받게 됐다.

라이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빛 또는 레이저를 활용한다. 조사되는 빛과 레이저의 파장과 응용방식에 따라 특성이 크게 변하고, 이런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원격 탐지에 활용돼 왔다. 그러나 주변 장애물에 대한 높은 해상도를 제공하는 3차원 장애물 탐지와 같은 센서로의 라이다 활용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저가격화, 고성능화, 응용분야 최적화 등의 이슈로 아직도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장애물 탐지 라이다 기술의 파장대역별 분류에 따른 산업적 특징

주변의 장애물을 탐지하는 상용 라이다 기술은, 주로 집적화와 저가격 구현에 유리한 실리콘 광 검출기를 활용할 수 있는 905nm 파장대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크게 보면 라이다 송수광부 구현 방식에 있어, 비록 해상도는 상대적으로 낮고 부피가 큰 경향이 있지만, 저가격화에 유리한 회전형 라이다가 주요 트렌드였다.

잘 알려져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키넥트(Kinect), 애플(Apple)의 프라임센스(PrimeSense), 구글(Google)의 탱고(Tango)를 예로 들어보자. 짧은 거리에서 고해상도의 삼차원영상을 제공하는 이 센서들은, 905nm 파장으로 송광된 빛의 패턴(구조광)을 만든 후 이를 일반 실리콘 이미지 센서를 통해 인식하게 한다. 이렇게 깊이 방향을 계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905nm를 이용한 장애물 탐지용 라이다 기술이다.

이 기술은 초기에는 많이 사용됐지만, 조도가 높은 실내나 주광이 밝는 실외에서는 조사한 빛보다 더 큰 빛이 존재해 장애물 탐지 성능이 크게 떨어졌고, 장거리나 실외에서의 사용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구조광이 아닌 빔을 진폭 변조하는 방식을 이용했는데, 대표적으로 MESA, 파나소닉(Panasonic), PMDTec 등의 회사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PMDTec의 3D Time of Flight 개발자 킷.

구조광 방식이 2~3미터의 탐지성능을 보인다면, 이런 방식은 탐지거리를 10미터 내외로 크게 늘렸다. 하지만 결국은 태양광 등 기타 노이즈 원인을 충분히 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야외 장거리 장애물 탐지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탐지거리를 최대로 늘이는 방법은 결국 조사되는 빔을 넓은 공간에 퍼트리지 않고 최대한 모아 송광하는 방식을 채택한 회전형 라이다 방식이다. 벨로다인(Velodyne), 시크(Sick), 쿼너지(Quarnergy) 등에서 이 방식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회전형 라이다는 송광빔을 모아서 보내기 때문에 한 번의 레이저 조사로 탐지할 수 있는 영역이 아주 좁다. 따라서 여러 채널을 동시에 구동해야 하고, 다수의 채널이 다양한 공간을 순차적으로 검출할 수 있도록 송수광부를 탑재한 센서부를 빠르게 회전을 하는 등의 기계적인 움직임을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처럼 905nm 파장 대역을 활용한 라이다 기술 분야에 있어서도 응용분야, 요구되는 탐지 성능과 특징들로 인해 꾸준히 새로운 방식의 라이다 기술이 도입되고, 제품화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대표 응용파장인 1550nm는 확실히 대비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905nm 파장에 기반을 둔 라이다에 비해 100만 배 이상의 높은 광출력 수준에도 시각에 안전하므로, 시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출력 광원 파워를 높여 라이다의 탐지성능을 매우 높일 수 있는 기술적인 장점을 제공한다.

반면 905nm 파장에서 최대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실리콘 기반의 광검출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아, 반사되는 광신호 검출을 위해 화합물 광검출기를 도입해야 한다. 동시에 검출된 신호에 대한 아날로그 증폭디지털 신호처리는 실리콘 기반 집적회로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실리콘 칩도 여전히 필요하게 된다. 결국 이런 기술적 특징은 전체적으로 집적화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비용 또한 크게 상승시킨다.

하지만 905nm 파장을 응용한 라이다 기술은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레이저 파워를 높일 때 시각 안전 이슈로 한계가 있다. 때문에 요구되는 해상도나 탐지성능을 더욱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시각안전파장인 1550nm를 기반으로 한 라이다 기술에 대한 투자와 제품 개발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라이다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

이처럼 기존의 비전 센서, 레이다 센서만으로는 복잡한 환경 속에 근거리 장애물 탐지성능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방식의 장애물 탐지용 라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특히 자율이동체 기술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주 응용분야인 자율주행차, 무인대중교통, 드론, 농업기계 등에서 점점 높아져가는 안전에 대한 요구 수준과 응용 환경의 복잡도 증가가 라이다 기술 발전의 중요한 모티브라 볼 수 있다.

법의 최종 목적이 법의 소멸이듯, 자율주행 자동차의 최종 목적은 운전석의 소멸이다.

자율주행 기술 기업 중 미국의 테슬라(Tesla)는 유일하게 라이다를 이용하지 않고,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인 오토파일럿을 자사의 상용차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트레일러 트럭과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당시 큰 이슈가 됐다. 테슬라가 제공하고 있는 오토파일럿 기능의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기술적 논쟁이 있었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이 결함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도 진행됐다. 이후 올해 3월에도 도로분기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며, 다시 한 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안정성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사고가 이어지며 비전 센서만으로는 다양한 조건에서 완전한 안정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어떤 센서도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동작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조도의 변화 등은 비전 센서 성능에 확실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센서가 가진 한계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이 한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적인 기능성능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다.

안정성은 편의나 저가 등의 요소로 타협할 수 없는 점에서 볼 때, 우수한 장애물 탐지 성능을 제공하는 라이다 센서의 활용은 더욱 필요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나아가 비전 센서를 포함한 기존의 다른 센서와 라이다 센서의 융합은 미래 자율주행자동차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라이다 센서의 적용방식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무인승객이동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우버(Uber)는 64채널 수직해상도로 높은 수준의 거리 해상도를 제공하는 라이다 센서를 장착했지만, 시험 운행 도중 보행자를 치여 숨지게 하는 첫 보행자 인명사고를 낸 바 있다. 장착된 라이다 센서를 7개에서 1개로 줄인 이후 발생한 점으로 볼 때, 단순히 센서 부족으로 인한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라이다 센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런 사례들은 무인이동 기술이 실제 생활에 접목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라이다 센서의 발전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무인이동체의 자율주행기술은 라이다 기술의 고성능화와 동시에 라이다 센서의 성능을 최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보인다. 지금까지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회사가 구글이다.

구글은 2010년 세계 최초로 무인자율주행차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관련 기술을 이어받은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Waymo)는 2018년 2월까지 총 운행거리 500만 마일을 공식 운행한 것으로 보고했고, 지금까지 경미한 사고 이외에 특별한 인명사고 없이 운행되고 있다. 테슬라나 우버의 경우와 비교하면, 라이다 센서와 이를 응용하는 방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자율주행 지원을 위한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 경향

초창기 자율이동체를 위한 라이다 센서는 공장자동화 등에 활용되는 로봇에 적용되는 형태로, 사람이나 장애물의 접근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고안된 1점 회전식 센서였다. 당시 다른 센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였고 애플리케이션에서 요구되는 기능도 단순했다. 2010년 구글에서 자율주행 차량에 수직 방향으로 형성된 64채널 구성으로 회전하는 방식의 고분해능 라이다 기술을 활용하는 무인자율주행자동차를 선보였고, 이후 라이다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과 상업적 확대가 이뤄졌다. 회전식 라이다 기술 선두주자 벨로다인은 보다 작은 32채널 라이다 센서 제품을 출시했고, 몇 년 뒤에는 부피를 줄인 16채널 라이다 제품도 출시했다.

하지만 2018년 초 열렸던 CES 2018 전시회를 기점으로, 회전형 방식 전문의 벨로다인도 최대 64채널이었던 기존 제품을 128채널로 2배 증가시킨 제품을 출시했고, 기존에 성능 상의 제약을 두며 소형화를 했던 16채널 라이다도 크기를 좀 더 키운 32채널 회전형 라이다 제품을 출시했다. 

벨로다인의 128채널 라이다 센서

일반적으로 회전형 라이다 방식은 수직해상도가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부피와 무게가 상당히 커져서 불리해짐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회전형 라이다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벨로다인이 채널 숫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라이다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라이다 기업들도 50픽셀 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직해상도 기술을 발표하고 있다. 이런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 기술의 트렌드는 응용분야에서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해상도 라이다 기술 트렌드 이외에, 레이저의 응용파장에 대한 트렌드의 큰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기존의 905nm 파장대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1550nm 파장의 시각안전 라이다 기술에 대한 재평가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사실 ETRI에서 연구 프로토타입 형태로 2012년 세계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3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루미나테크놀로지(Luminar Technologies)가 이 분야의 투자를 선도하고 있다.

905nm 파장대역 기반의 라이다는, 실제 도로를 활용한 필드테스트를 통해 비와 안개 등의 일부 특정상황에서 확인되는 성능 상의 한계점이 있다. 최근 발생한 자율주행차량 인명사고 등으로 인해 요구되는 라이다 탐지 성능이 높아지는 추세다. 아직 국내 기업에서는 낮은 해상도의 회전형 라이다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전 세계 라이다 시장은 이미 고해상도 고성능 라이다 기술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쿼너지는 VRCO가 설계한 전기 수직이착륙 비행기 ‘네오 엑스크래프트(NeoXcraft) XP2’에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 센서를 장착하기로 협의했다. 비행 주변지점을 실시간 스캔해 이착륙과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장애물을 감지, 회피할 수 있다. XP2는 오는 2020년 출시 예정이다.

라이다 기술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우리의 자세

초기 시장에서는 고분해능 라이다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포인트 클라우드의 처리에 어려움이 있어, 고해상도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처리 방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성능 하드웨어의 발전과 함께 딥러닝(Deep Learning)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대용량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가 용이해졌다. 고분해능 고성능 라이다 기술이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물 탐지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완벽한 지능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라이다는 다양한 센서 중 하나가 아니라 자율주행의 핵심 센서가 되고 있다. 또한, 기존 센서들과의 융합으로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능력이 요구된다.

현재의 라이다 센서는 고해상도와 탐지성능 개선 이외에도 저가격화, 고집적화, 내구성, 그리고 기계적인 움직임 제거 등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이런 트렌드나 상황 변화들은 라이다 센서 응용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라이다 센서 자체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함을 의미한다. 해당 응용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최적화된 라이다 기술 개발과 동시에 현존하는 라이다 기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응용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결국 라이다 센서와 주변 응용 기술이 하나로 융합할 때, 진정한 자율주행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관련 기업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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