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베디드 산업이 원자력부터 의료기기, 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보안, 재난관리, u-city, 우주, 항공…등과 우리의 생활과 문화에 급속적으로 적용돼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조할 것이며, 더 이상 독자적인 임베디드가 아니라 임베디드와 비즈니스인텔리전트가 결합된 산업에 많은 투자와 이러한 전략을 어떻게 세워서 가느냐가 국가 산업과 미래가 결정지어 질 것이다"

본지에서는 국내 임베디드 산업의 시조[姓祖]이자 현 임베디드 산업을 리드해 가는 유인경 박사(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전기공학과)를 만나 국내 임베디드 산업의 전반전인 흐름과 정부의 정책, 개발자들, 산업, 교육… 등 국내 임베디드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았다.

유박사는 삼성전자, 미국 Unisys, HP, Alticast사 등 국내외 유명 대기업에서 소프트웨어 부분을 담당해온 소프트웨어 개발 및 컨설팅 분야의 전문가로 LG전자 기술원장/부사장을 걸쳐 현재 임베디드소프트웨어산업협의회 회장이며, LG전자의 고문을 맡고  있다.

-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셨던 소프트웨어 산업을 평가하자면?

그 동안 소프트웨어 산업에 정부가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투자 대비 효과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인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과 같은 이 산업의 선진 국가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하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훌륭하게 잘 해냈습니다. 피 땀 흘려 노력한 결과물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이 스마트폰 때문에 다소 어려운 기로에 서 있긴 하지만, 한국만큼 휴대폰 기술이 뛰어난 나라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휴대폰 산업은 개발자의 70%가 소프트웨어 종사자들이며 또한 셋톱 박스나 TV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동안의 발전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더 잘 하는 것이 앞으로의 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더 잘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느냐?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관한 전략에 대해 지경부에서 작성한 자료가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소프트웨어 하면 대부분 패키지 소프트웨어 위주로 생각하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성공한 회사는 오라클이나 어도비 이외는 별로 없습니다. 이들의 기술은 오랜 역사가 밑바탕이 된 것입니다.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 시장 규모가 썩 크지 않을 뿐 더러 이제는 대부분의 산업이 SaaS(Software as a Service)라 불리는 소프트웨어 서비스입니다. 하나의 제품에 들어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지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앞으로 커지지도 않을 뿐 더러 많지도 않습니다.

빠른 패러다임의 변화가 IT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미 유무선 통신과 정보 가전 등 IT 분야는 한국이 선두주자라고 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크면서도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조선·항공·의료기기 등 비 IT 분야와의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더 이상 SW를 하나의 산업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나라 전체 산업, 전체 문화의 인프라 스트럭처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인 사업으로 보면 너무 난감합니다. 따로 계산하는 생각을 버렸으면 합니다.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데 거기서 만들어 쓰면 따로 계산을 어떻게 합니까? 제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파는 것입니다. 현 정권에서도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레드오션이고 너무 어려운 분야라고 말합니다.

통상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항상 얘기하는 것이 정부에서 대기업이 독주 하지 않게 해달라, 정부에서 구매하는 소프트웨어에 제대로 된 값을 쳐주라, 시장 질서를 꾀하게 해달라 합니다. 그런데 기술에 경쟁력이 없으면 안됩니다. 국내 수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수출도 이루어져야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겁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만을 가지고 수출을 바라는 것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IT 융합. 무엇을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 것인지?

최근 정부며, 산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말이 IT융합 입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의 일부에서는 불만이 많다고 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독립적으로 보지 못하니까…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는 분야, 앞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 소프트웨어가 점점 중요해져서 소프트웨어를 잘하지 못하면 어려워지는 그런 분야에 IT를 접목 시켜서 그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입니다. 자동차에도 IT 기술이 많이 필요한데, 자체 개발이 많이 힘들어 외부에서 사다 쓰고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의 차별화된 기능의 절반 정도가 IT와 소프트웨어에서 나오거든요. 외국에서 잘 나간다는 제품 사다 쓰는 것으로는 안됩니다. 앞서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 참 잘하잖아요. 근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의 관리를 위해 외부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략적인 분야는 보안과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국산화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 자립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입니다. 국방 전투기, 항공 등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힘도 없으면서 다 책임지려 한다면 힘들겠지만 반드시 국내 기술로 이룩해 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임베디드가 휴대폰, 텔레비전과 같이 소품종 다량 생산 제품 등에서 많이 팔린다고 인식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적은 양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산업에서 이용 될 것입니다. 앞서 말한 원자력부터 의료기기, 에너지, 스마트그리드, 재난관리, u-city, 빌딩 관리 등에 임베디드 기술이 쓰일 것입니다.

독자적으로 임베디드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임베디드와 비즈니스 인텔리전트가 결합된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일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어떻게 세워서 가느냐가 국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IT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이쪽으로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스마트폰 산업의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요즘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저와 같이 나이든 사람이 걱정하는 것이 뭐냐 하면, 한창 잘나가던 PC 비즈니스. 이것도 아직은 국내에서는 조립 사업입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외에 우리나라는 하드웨어를 개발하여 조립해서 파는 식으로 되어 있지 않습니까? 스마트폰도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겁니다. 물론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랜 시간 동안 시장의 흐름을 지켜오면서 알게 된 지혜이고, 우려 섞인 안타까움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안드로이드도 그 플랫폼 솔루션이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냥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강화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버그도 있고 속도도 느려서 빠르게도 해야 하고 많은 작업을 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현재 이 기술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중국이나 대만의 HTC보다 약합니다. 조금만 세월이 지나면 이 기술이 안정화되어 나올 텐데 그렇게 되면 과거 PC 사업을 운영하던 식으로 단순 포팅해서 파는 비지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하나의 이슈라고 봅니다.

한편, 현재 많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휴대폰 시장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산업용 소프트웨어 쪽으로 많이 옮겨갔으면 합니다. 이 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하잖습니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저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과거의 경험을 보면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당장도 중요하지만 몇 년을 내다보고 변화를 읽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면에서 IT융합의 화두를 잘 꺼낸 것 같습니다.

물론 산업용 임베디드가 참 어렵습니다. 나로호를 봐도 그렇고 전투기가 추락하는 사고들을 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평생 안 할꺼냐? 산업계가 얼마나 중요한 임무입니까? 상당히 우수한 인력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원전을 수출하게 된 것도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한 끝에 이뤄낸 것입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전략적인 분야의 산업은 사(私)기업이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에너지, 국방, 항공 등 특수 분야는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이 주로 하던 비즈니스가 다량 소품종입니다. 휴대폰처럼. 앞으로는 한국이 이 사업을 계속 가져가는 것이 어렵다고 봅니다.

중국 때문에 이제는 B2B도 굉장히 큰 비즈니스를 해야 합니다. 선박, 에너지 솔루션, 항공기, 복합빌딩 같은 사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는 아주 비싼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하나를 지원하면 오래 지속됩니다. 이를 유지 및 보수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 임베디드 산업 종사자들과 정부에 제언해 주십시오.

IT 융합을 위해서는 기술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먼저 융합을 해야 합니다. 기술자와 기획자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는 실무자뿐만 아니라 결정권을 가진 임원급에서도 서로 앉아서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들이 초석이 다져지는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사람과 환경 구축이 절실합니다. 우수한 인력을 IT로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또한 자본집약 분야에서 지식 집약 분야 산업으로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갈 것인지를 고민하며,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고객 관점에서 솔루션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급속적으로 변하는… IT패러다임이 바뀐 것을 탓하지 말고 어떤 기술을 써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야 합니다. 회사도 프로세스, 조직을 보완해야 할 점이 많고, SW 개발자 스스로도 개인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패키지 소프트웨어도 중요하지만 여러 산업에 필요한 인프라 구조적 차원에서 중요성을 더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임베디드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필요하지만 도메인날리지도 아주 중요합니다. 한 손에는 IT, 한 손은 도메인날리지를 쥐고 일어나야 합니다. 근데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교육에서 양쪽을 커버하는 것이 힘듭니다. 자기 분야도 잘해야 하지만 파트너의 것도 배워야 하거든요. IT 융합을 위해서는 도메인날리지에 있는 사람이 IT를 배우고 IT 분야의 사람이 도메인날리지를 서로 배우는 환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교육이 학생들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학생 교육이 아무리 효과적이라 하더라도 언제 그 기술들을 다 가르치겠습니까? 그것보다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 현직에 종사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한국의 평생 교육 중 엔지니어 분야가 참 약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버클리대학처럼 기업들이 몰려 있는 곳에 대학의 캠퍼스가 들어와야 합니다. 이는 급변하는 산업과 시장, 정보와 기술을 유기적으로 교육과 접목·공유해야 합니다.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일괄된 정책과 인재 양성 그리고 양성된 인재가 필요한 시장에 가는 과정이 이어져야 합니다. 현재의 정부 교육은 초급자 위주로 되어 있는데, 초급이 아니라 중급, 고급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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