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 중국 직접구매↑
쿠팡 초조··· 네이버 카카오 관망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조준, 전방위적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초저가로 무장한 이들 업체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물류 인프라 등을 가진 한국을 이커머스 사업을 위한 최적의 환경으로 보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들 업체의 적극적인 공세에 국내 토종 관련 업체들이 고사당할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흐름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흐름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알리·테무 날개 달아준 한국 소비자, 중국 직접구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2018년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지난해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려 지난 1년간 이용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앱 월간 사용자 수는 무려 818만 명이다. 이는 지난해 2월(355만 명)과 비교해 130% 급증했다.

종합 몰 이용자 수 순위에서도 2위인 11번가(736만 명)를 제치고 쿠팡(3천10만 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 서비스를 개시한 중국 이커머스 테무도 7개월 만에 581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 종합 몰 이용자 순위 4위에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흐름은 전년 대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 규모는 6조 75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9%나 증가했다. 특히 중국(3조 2873억 원)에서 온라인 해외 직구는 121.2%나 급증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온라인쇼핑 앱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시작한 창립 기념 세일에서는 달걀·딸기 등의 신선식품을 1000원에 팔아 서버가 마비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가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3월 18일 시작한 창립 기념 세일에서는 달걀·딸기 등의 신선식품을 1000원에 팔아 서버가 마비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알리·테무 초저가 가능한 까닭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무기는 낮은 가격이다. 이들 업체가 초저가의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점유율을 높여 종합적으로 이윤을 내면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이들이 보유한 높은 가격 협상력과 국제 배송 시스템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저렴한 배송비용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불어닥친 경기 침체 속에서 이들은 역설적으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초저가 정책을 내세워 위축된 소비심리를 어루만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시장에 불어닥친 경기 침체 속에서 이들은 역설적으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초저가 정책을 내세워 위축된 소비심리를 어루만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중국 내수 불황...헐값에 재고 처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상품 중 한국 이커머스에서 팔리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이 최대 10배 이상 저렴한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중국의 경기 불황에 있다. 중국 내 팔리지 않은 재고가 넘쳐나 헐값에 팔 수 있는 것이다.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는 규모를 바탕으로 한 가격 협상력도 가지고 있다. 특히 테무의 경우 상품의 가격 책정 권한이 입점 업체가 아닌 테무에 있다. 아울러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해외 직접구매 방식이라 통관·관세 면제와 KC 인증(전기용품안전인증) 의무 면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알리바바그룹은 2억 달러(2600억 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 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리바바그룹은 2억 달러(2600억 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 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UPU 우편체계 中 유리... 무료배송 상시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자국에 유리한 UN 산하 기구 만국우편연합(UPU)의 우편체계를 이용한다. UPU는 UN 산하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다. 1874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UPU 협약은 국영이든 민영이든 각 나라 우체국 간 국제 우편물 거래 시 적용된다. 발송 우체국(발송국)은 목적지 우체국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만 부담하고, 실제 목적지까지의 배송비용은 도착국 우체국(도착국)이 지불한다.

다만 이런 방식이면 배달국 우체국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이 ‘배달국 취급비’다. 상대국 우체국의 손실 비용을 보전해 준다는 취지다. 거래 당사국 간 주기적으로 발송·도착량에 따라 상호 정산해야 한다.

문제는 정산 비율이 서로 다르다는 점인데,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회원국을 4가지 등급으로 구분해 정산 요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우편 발전지수가 높은 미국과 호주, 일본, 프랑스는 1그룹, 우리나라는 헝가리, 체코와 함께 2그룹, 중국, 브라질, 멕시코, 태국 등은 3그룹에 포함돼 있다.

3그룹에 속한 중국의 경우 1그룹에 속한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국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UPU 협약이 보편적 우편요금으로 회원국 간 자유롭게 우편물을 거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최근 해외 직구 등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 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3일 BC카드가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알리‧테무의 이용 고객과 매출액은 다섯 달 만에 각각 90%·79.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일 BC카드가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알리‧테무의 이용 고객과 매출액은 다섯 달 만에 각각 90%·79.4%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알리익스프레스 쿠팡 정조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특히 한국을 넘보는 이유는 지리적 이점 외에 탄탄한 물류 인프라, 서비스에 필요한 IT,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 성향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엔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내 물류센터 설립 등 3년간 11억 달러(약 1조 4천471억 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세워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을 정조준하고 있다.

UPU 협약에 따라 3그룹에 속한 중국의 경우 1그룹에 속한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국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UPU 협약에 따라 3그룹에 속한 중국의 경우 1그룹에 속한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싸게 국제 우편물을 발송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알리바바 그룹 통합물류센터 구축··· 쿠팡 로켓배송 넘보나

알리바바그룹은 2억 달러(2600억 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면적은 18만㎡(약 5만 4450평)로, 축구장 25개 규모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단계는 중국 현지 집화 → 웨이하이 항 물류센터 입고 → 중국 통관 → 한국통관(평택, 인천 등) → 한국 내 배송으로 최소 5일에서 최대 3~4주까지도 소요된다. 하지만 한국 내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기간은 1~2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물류센터를 갖추면 항공·선박을 이용해 기존 직구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물건을 직매입해 판매할 수도 있다. 사업 영역이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와 직접적으로 맞닿게 된다. 알리가 물류센터 확장을 통해 쿠팡의 로켓배송처럼 익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품 정보나 가격대 부분에서 (중국 플랫폼 사업자에 비해)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상품 커버리지(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다”며 “아직 네이버쇼핑에 영향의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상품 정보나 가격대 부분에서 (중국 플랫폼 사업자에 비해)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상품 커버리지(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다”며 “아직 네이버쇼핑에 영향의 규모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쿠팡 초조··· 네이버 카카오도 안심할 수 없어

알리익스프레스 공세에 국내 온라인 시장 내 토종 플랫폼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초조해하는 곳은 쿠팡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더이상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까닭이다.

다만 네이버, 카카오 최고경영자들은 알리, 테무 등이 광고 파트너로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체 전망한 바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카카오는 커머스 비중이 약하고 네이버도 커머스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어 알리 테무를 이용한 광고 비즈니스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은 할 수 있다면서도 알리, 테무 경쟁력이 강화되면 직접 자사 플랫폼 안에서 광고도 할 수 있는 만큼 네이버, 카카오가 이들 경쟁력을 키워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며 토종 플랫폼과 공정경쟁이 될 수 있도록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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