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증·명품인증·전자투표 등 적용 확대
일본·중동 블록체인 산업 선도… 국내 기업도 중동으로 눈 돌려

블록체인 시대가 온다 [사진=삼성SDS]
블록체인 시대가 온다 [사진=삼성SDS]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첫 비트코인 거래소가 등장한 2010년에 1개당 0.39달러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7만 달러를 웃돌고 있으니 14년 만에 약 18만배 폭등한 셈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한동안 투기의 대상으로 경시되던 블록체인 산업의 현재와 미래도 재조명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1차 코인 광풍이 불던 당시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을 활용한다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정적인 높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하다.

 

위변조 불가능한 블록체인, 핵심은 비용 절감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한 일종의 보안 기술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예를들어 A와 B가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경우 거래 내역이 담긴 것을 '블록'이라고 한다. 이 블록은 다른 블록과 모두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 '블록체인'이라 부른다.

블록에 담긴 정보는 체인에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단순히 공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블록의 내용을 수정하려면 체인에 연결된 모든 사람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즉, 특정 블록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할 수 없으므로 데이터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고,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 때문에 해킹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에 보통 블록체인 기술을 말할 때 '탈중앙화'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기존에는 진위 여부를 가리는 역할을 정부나 공인 기관 등이 도맡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누구나 진위 여부를 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블록체인 기술만 있으면 정부의 역할이 필요 없다는 것이 부각되면서 '무정부주의'를 지향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또,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투자로 인한 피해자들이 급증하면서 블록체인 기술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조금씩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블록체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기대가 컸던 부분은 국제 송금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캐나다 탭스콧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돈 탭스콧은 저서 '블록체인 혁명'에서 "(국제금융 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 네크워크는 하루에 1만 개의 글로벌 금융기관 사이에서 1500만 건의 지급 명령을 수행하지만 이를 결제하고 정산하려면 몇일이 걸린다"며 "하지만 비트코인 네트워크 상에서는 10분이면 충분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가치가 고정되는 가상화폐)을 활용해 실시간 해외 송금 기술을 검증했다. 신한은행이 블록체인 플랫폼 헤데라해시그래프를 통해 송금 내용을 확인 후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소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전체 송금 시간은 35초에 불과했다. 별도의 수수료 없이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용료만 건당 100원 이하로 발생했으며, 해외 송금 진행 상황도 실시간 확인이 가능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됐으나 각국의 이해관계와 규제 장벽에 부딪혀 상용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내부 프로세스를 상당 부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신한은행 내부에선 특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출 서비스가 우수 사례로 꼽힌다. 이전까지는 반드시 영업점을 방문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블록체인 덕에 비대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신한은행의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블록체인 활용 해외송금 [사진=신한은행]

전자공증·명품인증·전자투표 등 활용 범위 다양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을 살려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증 분야이다.

블록체인 혁신 기술 기업 리드포인트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중 블록체인 기반 전자공증시스템을 선보인다.

기존의 전자공증시스템은 오프라인에 비해 공증 가능한 문서가 제한적이고, 위조나 변조 가능성 때문에 신뢰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는 리드포인트시스템과 손잡고 전자공증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리드포인트시스템의 블록체인 기반 전자공증 시스템은 블록체인 인프라 내에서 공문서 생성과 유통, 검증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과거에 사서증서에서만 활용하던 전자공증을 공정증서에까지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촉탁인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공증시스템을 활용해 공증인을 직접 대면할 필요 없이 공정증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블록체인은 명품과 같은 고가의 물품을 거래할 때도 유용하다.

명품 플랫폼 '구하다'는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명품의 유통 이력을 블록체인상에 기록해 관리자나 소비자와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당 제품이 진품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중고 명품 시계 플랫폼 바이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을 이용해 과거 소유자와 같은 히스토리를 담아내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재계 인사가 직접 소유했던 시계라는 정보가 확인 된다면 똑같은 시계라도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만간 전자투표제가 전면 도입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이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국가가 부담하는 비용이 최소 3000억원, 최대 8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개표 과정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선거 불복이 반복해서 발생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면서 개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자투표제가 고려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전자투표제는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에서 투표를 시행하면 투표 데이터가 유권자 개개인의 전자기기에 분산 저장된다. 따라서 투표조작이 불가능하며, 투표 결과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는 2011년 국회의원 선거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를 수행한 결과 2007년 5.5%에 불과했던 전자투표율이 약 5배 오른 25%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유타주·텍사스주, 프랑스, 스페인, 호주 등에서도 일부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 선관위도 지난 2013년 블록체인 기반의 온라인 투표 지원 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을 도입했다. 지금은 정당이 당내 투표를 위해 선관위에 별도로 케이보팅 사용을 신청하면 활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는 '지크립토'가 블록체인 투표 기술 지케이보팅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지케이보팅은 블록체인 기반의 '영지식증명(Zero-Knowledge Proof)' 기술을 활용해 유권자의 신분과 투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투표 내용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영지식 증명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해당 내용이 참이면 유효한 증명임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즉,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시하지 않아도 신원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밀투표가 보장되는 것이다. 

 

지크립토의 전자투표 플랫폼 지케이보팅 [사진=지크립토]
지크립토의 전자투표 플랫폼 지케이보팅 [사진=지크립토]

일본·중동 블록체인 산업 선도… 국내 기업도 중동으로 눈 돌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나 대중화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보다는 코인으로 대변되는 투기 광풍의 부작용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도화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들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일본을 꼽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이후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2년 7월 블록체인 등을 총괄하는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했고, 지난해 4월에는 NFT를 포함한 웹3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와 정책 제안을 담은 '웹3 백서'를 승인했다.

일본 의회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확대, 자금 세탁 방지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부의 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7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국 최대 웹 3.0 콘퍼런스 웹엑스(WEBX)에서 "블록체인이 기존 인터넷 세상에서 새로운 사회로의 사회변혁을 이끌어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 차원에서도 웹 3.0 도래에 맞춰 환경정비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중동 국가들도 '친 블록체인'을 내세우며 디지털 혁신 산업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아시아의 싱가포르와 함께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 중심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2018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를 도입하는 등 아부다비 마켓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국내 IT기업들도 규제에 막힌 국내 보다 UAE를 기반으로 중동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네오위즈 그룹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맡고 있는 네오핀은 세계 최초 '규제 인증 디파이'가 되겠다는 목표로 UAE의 국제금융센터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과 디파이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네오핀 관계자는 "아부다비가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의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H랩은 향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현지의 규제 혜택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은 UAE 아부다비에 블록체인 사업 재단 '핀시아'를 설립했으며, 웹3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글로벌 NFT 플랫폼 '도시'를 필두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 지식재산권(IP), 멤버십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부산의 B-스페이스 [사진=부산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부산의 B-스페이스 [사진=부산시]

 

국내 블록체인 산업도 성장세… 규제자유 특구 부산, 블록체인 중심 될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여러 차례 '친(親)블록체인' 행보를 보였다.

당시 윤 대통령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가상자산 전담부처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신설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가상자산 투자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활성화 등 공약했으나 정부 출범 후 약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행된 것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산업 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은 지금껏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블록체인 산업은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블록체인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726억원 규모였던 블록체인 산업은 2019년 2085억원으로 3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이후에도 급속도로 커져 2020년 2754억원, 2021년 2925억원, 2022년 4026억원에 이어 작년 추정치는 4338억원에 달한다.

블록체인 공급기업도 해마다 급증했다. 지난 2018년 265곳에 불과했으나 2019년 296곳, 2020년 328곳, 2021년 354곳, 2022년 410곳을 거쳐 작년 추정치는 436곳이다. 종사자 수도 2020년 이후 매년 늘어 2022년 3403명, 2023년 3455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인 부산에 '블록체인 산업 특화 클러스터'가 조성될 것으로 알려지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업무 협의에 돌입했다. 올해 과기부와 시가 각각 31억 원을 투입해 클러스터 조성을 시작하며 2026년까지 과기부 100억 원, 부산시 100억 원 등 총 200억 원의 예산이 클러스터 조성에 투입된다.

클러스터에서는 지역 특화 산업인 항만물류 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하는 프로젝트 사업이 핵심 사업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는 개별 기업이 특정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방식이 아닌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2019년 블록체인 특구로 부산이 지정된 이후 정책적으로 기업 간 협업이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시와 정부는 향후 항만 분야 이외의 산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사업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클러스터에서는 개별 기업의 블록체인 기술 양성도 지원한다. 2019년 블록체인 특구 지정 이후 부산에는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 블록체인 창업 공간 'B-Space', 역외기업육성센터 등에 약 50개 입주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가운데 최소 13개 회사에 11억 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글로벌 기업들도 한국을 블록체인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국가로 보고 있다.

일본의 대표 게임 특화 블록체인 오아시스(Oasys)는 최근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걸고, 다양한 분야의 국내 기업들과 협력에 나섰다. 전 세계 4위 규모인 한국 게임 산업은 블록체인 사업을 위해 놓칠 수 없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현재 컴투스, 넥슨, 네오위즈, 위메이드를 비롯한 다수 게임사들은 오아시스 블록체인의 노드 밸리데이터(검증인)로 참여 중이다. 오아시스는 블록체인 게임에 국내 이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기업들과 활발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본격적으로 한국팀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 대표 블록체인 프로젝트 '아스타 네트워크'는 지난 10월 이상현 아스타 네트워크 한국 총괄을 선임하고, 국내의 웹3.0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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