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 AP 중국 스마트폰의 수준 올려
미·중 반도체 갈등 미디어텍엔 기회로
대만과 중국의 밀월 속... 삼성전자에도 눈짓

[테크월드뉴스=서용하 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중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은 1%대로 떨어졌고, 최근 상승가도를 달렸던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도 지난해 4분기에 크게 꺾였다. 전문가들은 2020년 미·중 반도체 갈등 이후 대만의 미디어텍 AP 경쟁력 급상승이 중국 스마트폰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워런 버핏은 지난 4분기, 회사의 주식 포트폴리오 중 애플 주식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분쟁 패배, 중국 판매 부진 등 지난해 애플에 겹친 연이은 악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워런 버핏은 지난 4분기, 회사의 주식 포트폴리오 중 애플 주식 일부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분쟁 패배, 중국 판매 부진 등 지난해 애플에 겹친 연이은 악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삼성전자 존재감 1%··· 잘 나가던 애플도 中에선 맥 못펴

업계에선 애플과 삼성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으로 중국 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스마트폰 업체의 성장과 애국 소비 열풍을 꼽는다.

시장조사업체 BC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샤오미(16.5%)가 차지했다. 룽야오(15.9%), 비보(15.5%), 오포(15.3%), 화웨이(14.0%)까지 합치면 중국 업체 점유율은 77.2%에 달한다.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중국 매출은 208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4분기(239억 달러) 대비 무려 13% 줄었다.

점유율도 하락세다. 지난해 4분기 애플 점유율은 20.2%로 전년 동기(23.7%) 대비 낮아졌다.

애플 전문 분석가 대만의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최근 애플의 중국 내 주간 출하량이 최근 몇 주간 1년 전보다 30∼40% 감소했다며 이런 하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3%를 기록한 이후 현재는 시장조사업체 자료에 ‘기타업체’로 분류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1% 안팎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 내 애국 소비도 자국 스마트폰 업체의 기술 발전을 전제로 움직인다며 그 중심엔 대만의 미디어텍이 있다고 분석한다. 미디어텍 AP가 중국 스마트폰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애플, 삼성의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2019~2020년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내 자체 AP 개발이 어려워지자 ,미디어텍이 프리미엄 AP ‘디멘시티’를 앞세워 샤오미 등에 대한 납품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칩4 동맹 압박속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칩4동맹의 하나인 대만의 미디어텍과 TSMC와의 협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 대한 칩4 동맹 압박속에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점유율 상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칩4동맹의 하나인 대만의 미디어텍과 TSMC와의 협력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미디어텍 미·중 반도체 갈등을 기회로 전방위 영향력 행사

미디어텍은 1997년 설립된 팹리스로 사업 초기엔 TV용 반도체를 주로 개발했다. 이후 미디어텍은 2010년대에 3G·4G 스마트폰용 AP를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미디어텍의 운신의 폭은 칩4동맹을 넘나든다. 미디어텍은 중국 업체를 비롯해 삼성전자 중저가 모델에도 AP를 판매,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아울러 지난 2022년에는 미국의 인텔과 첨단 공정 기술을 사용해 칩을 제조하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 미디어텍은 퍼듀대학교와 손잡고 인디애나주에 디자인 센터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AP 출하량 점유율은 1위 미디어텍(33%), 2위 퀄컴(28%), 3위 애플(18%), 4위 유니SOC(13%), 5위 삼성전자(5%)가 차지했다.

[대만은 미디어텍 등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가지지 못한 반도체 기술은 물론 우수 인력과 자본을 겸비해 중국 정부의 관심을 항상 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만은 미디어텍 등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가지지 못한 반도체 기술은 물론 우수 인력과 자본을 겸비해 중국 정부의 관심을 항상 받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대만과 중국의 밀월 속··· 삼성전자에도 눈길

대만 기업들의 높은 중국 의존도와 함께 중국 기업들도 대만 제품을 선호한다. 같은 중화권이고 한국 일본에 비해 대만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큰 까닭이다. 화웨이 비보 등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는 대만산 모바일 AP에 크게 의존한다. 미디어텍이 중국에 제공하는 모바일 AP가 전체 물량의 40%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로 AI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프리미엄폰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로 AI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프리미엄폰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① 미디어텍 샤오미 오포와 상부상조

미디어텍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와 오포 등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작년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면서 미디어텍 실적도 훈풍 세를 탔다.

최근 중국에서 출시된 파인드 X7(오포)', X100 프로(비보) 등 최신 스마트폰엔 미디어텍의 AP가 탑재됐다. 특히 오포와 비보가 잇따라 플래그십 신제품에 미디어텍의 생성형 AI 모바일 칩 '디멘시티 9300'를 탑재했다.

미디어텍 차이 CEO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12억대로 한 자릿수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생성형 AI가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수요를 높이고, 고급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5G기술이 발전하고 주력 스마트폰 칩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함에 따라 올해 미디어텍의 휴대전화 사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대만 기업들은 미·중 안보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면서 중국 정부의 대만기업에 대한 간섭이 더 커질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만큼 계속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해 모바일 AP 업체는 보다 수익성이 높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급을 더 확대하려 한다. 이 시장에서 퀄컴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저가용에 주력하던 미디어텍이 점유율을 넓히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인지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해 모바일 AP 업체는 보다 수익성이 높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공급을 더 확대하려 한다. 이 시장에서 퀄컴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중저가용에 주력하던 미디어텍이 점유율을 넓히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인지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② 미디어텍 삼성전자에도 손길 뻗어

업계에 따르면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모바일용 칩셋 공급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저가 정책에 나섰다.

미디어텍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퀄컴의 물량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삼성에 특별 할인을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요 타깃은 중저가형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출시되는 제품 스펙과 관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플레그십 스마트폰 S 시리즈, 중저가형 A 시리즈로 나뉜다. S시리즈에는 주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최상 칩이 사용되고, A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스냅드래곤, 미디어텍의 칩이 탑재돼 왔다.

중저가용 AP는 플레그십용 AP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전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A 시리즈의 비중이 70%를 차지해 수량 측면에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계열사 시스템LSI의 엑시노스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텍이 갤럭시S 시리즈에 AP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갤럭시 맞춤형 스냅드래곤 칩셋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에 삼성전자가 퀄컴과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아직까진 높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대만의 미디어텍이 미국과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도 미·중 반도체 갈등을 이용해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대상 납품을 늘려 온 것도 사실이라면서 정치적인 사안과 별개로 철저한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IT 업체들의 움직임도 눈여겨 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AI폰 ‘갤럭시 S24’을 앞세워 선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중국 업체도 보급형 AI폰으로 공세에 나설 수 있다며 그 중심엔 미디어텍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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