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성능과 효율성을 책임진 대한민국 배터리 기술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빠른 시장 침투
국산 배터리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하기 시작한 자동차 제조사들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대한민국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주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산 제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중국산 배터리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미래다. 중국산 배터리가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기존에 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던 전기차 제조사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국산 배터리가 전성기는 이미 지났다는 뜻이다. 

BMW 등 고성능 전기차에 널리 쓰였던 대한민국 배터리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사진=BMW]
BMW 등 고성능 전기차에 널리 쓰였던 대한민국 배터리의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사진=BMW]

 

▶ 전기차 태동기와 함께 했던 대한민국 배터리

대한민국의 배터리는 BMW i3 등의 초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때 여러 제조사들의 선택을 받았다. [사진=BMW]
대한민국의 배터리는 BMW i3 등의 초기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때 여러 제조사들의 선택을 받았다. [사진=BMW]

2010년대 초 자동차 업계에 본격적으로 전동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테슬라라는 절대 강자가 등장하기 전, 전기차 업계는 무주공산이었다. 일본 닛산의 리프가 유럽 시장에서 대중 전기차 시장을 연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의 SLS AMG 전기차, BMW i3, 르노 조에 등 여러 형태의 전기차가 등장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초기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다. 리프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초기 전기차에는 대한민국 배터리가 탑재됐다. 예컨대 고성능 슈퍼카인 벤츠의 SLS AMG를 전기차로 개조한 SLS AMG 전기차에는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BMW 최초의 대량생산형 전기차인 i3에는 삼성SDI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됐다. 르노 조에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신인 LG화학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더해졌다.

즉, 전 세계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배터리 제조사 3대장이 초기 전기차의 발전과 함께 한 것이다. 이후로도 대한민국의 배터리 제조사는 전기차 발전과 함께 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고성능 프리미엄으로 이동했을 때, 대한민국 배터리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 됐다. 수많은 종류의 배터리 중 대한민국이 강점을 보인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기 모터의 출력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 전기차의 성능과 효율성을 책임진 대한민국 배터리 기술

성능이 탁월한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을 축적한 덕분에 대한민국 배터리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사진=폴스타]
성능이 탁월한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을 축적한 덕분에 대한민국 배터리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사진=폴스타]

전기차가 빠르게 자동차 시장에서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친환경적인 면모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고 내연기관 자동차의 단계적인 퇴출을 예고하면서 자동차 기업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기차를 보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했다. 특히, 니켈과 코발트를 기반으로 망간을 더한 NCM(니켈, 코발트, 망간) 계열의 삼원계 배터리 관련 기술에서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NCM 삼원계 배터리가 주목을 받은 것은 니켈 덕분에 다른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충전 속도가 월등히 빨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차별화된 고출력과 고성능 기반의 전기차를 선보여야 했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국산 배터리 제조사의 삼원계 배터리를 쓰는 게 당연했다. 주행거리 향상이라는 측면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배터리 사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물론, 국산 배터리 제조사들의 배터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싼 가격이다. 삼원계 배터리 주요 소재들이 희토류인 탓에 생단 단가를 낮추는 게 어려웠고 원자재 수급 상황에 따라 원가는 널을 뛰었다. 물론, 전기차가 막 개발된 초기와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가격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삼원계 배터리의 절대적인 가격은 비싼 편이다. 전기차 전체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47%인 점을 감안하면, 삼원계 배터리의 낮은 가격 경쟁력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요소다. 

 

▶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빠른 시장 침투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순식간에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테슬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순식간에 전기차 배터리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테슬라]

대한민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전성기는 생각보다 오래 가지 못했다. 이유는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이 훨씬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바탕으로 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세다. 이런 모습은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글로벌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2023년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판매된 모든 종류의 전기차(EV, PHEV, 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78.5GWh로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CATL과의 차이는 0.1GWh에 불과했다. 따라서 업계는 공개되지 않았던 12월의 데이터까지 반영이 된다면 지난해 배터리 총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에게 1위 자리를 내줬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 제조사들의 시장 침투 사례는 전기차 제조사들의 전략에서도 잘 드러난다. 전기차 태동기에 국산 배터리를 적극 사용했던 업체들이 최근에는 중국의 CATL이 개발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속속 탑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다수 전기차 구매자들이 전기차의 비싼 가격 때문에 가격을 망설이고 있는 상황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리튬인산철 배터리 탑재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 국산 배터리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선택하기 시작한 자동차 제조사들

포르쉐의 두 번째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에는 중국 CATL의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더해진다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두 번째 전기차 마칸 일렉트릭에는 중국 CATL의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가 더해진다 [사진=포르쉐]

이런 이유로 2018년 자사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EQC, EQA, EQB 등에 LG화학과 SK온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포르쉐의 변화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는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 시절의 고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때문에 자사 최초의 전기차인 타이칸에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한 두 번째 전기차인 마칸 일렉트릭에는 CATL이 새롭게 개발한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국산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던 포르쉐가 새로운 전기차에 중국산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결정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포르쉐]
국산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던 포르쉐가 새로운 전기차에 중국산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결정은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선택이 업계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그동안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주로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포르쉐의 선택으로 인해 중국산 삼원계 배터리의 경쟁력이 국산 배터리 못지않은 수준에 도달했음이 전 세계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 업계 전문가는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인해 사실상 대한민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짧은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봐도 무방하다”며 “뒤늦게 국내 제조사들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그 사이 중국 업체들의 삼원계 배터리 기술 개발 수준도 높아진 상황이라 앞으로의 전망이 썩 밝지 못한 상황이다”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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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동차 기업, 배터리 산업 직접 나선다
이런 상황 속에서 CATL 외에도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도 직접 배터리 산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시장에 진입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