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DA 기업, 시스템 분석 시장까지 확대
중국, 생태계 형성 및 상용화 어려움 겪어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중국은 다양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반도체설계자동화(EDA)다. 그러나 최근에는 EDA 국산화 노력이 생태계 형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만 언론 매체 디지타임스는 중국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100여 개의 국내 EDA 공급업체가 등장했지만 그 중 살아남은 업체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美 지배력 강한 EDA, 국산화 들어간 중국

반도체설계자동화(EDA)는 반도체 집적회로(IC) 디자인을 설계·검증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칩을 만들기 전에 다양한 회로 설계를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10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적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EDA는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SEMI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EDA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145억 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DA 분야는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시높시스(Synopsys)를 비롯해 KLA, 케이던스(Cadence) 등 미국 기업이 시장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독일 지멘스, 네덜란드 ASML 등 유럽 기업도 일부를 담당해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회사의 경우 시높시스, 케이던스, 지멘스의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 기술 전문 매체인 티엠티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EDA 업체는 지난 5년 동안 10개에서 120개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전 화웨이 부사장인 아브라함 장(Abraham Zhang)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가 2021년에 EDA 소프트웨어 산업 혁신에 초점을 맞춘 국가 지원 정책을 발표한 후 단기간 내에 중국의 EDA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 컨설팅 업체인 인텔리전스 리서치 그룹은 2023년 중국 EDA 기업의 매출이 18억 4천만 달러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 점유율의 12.7%에 해당한다고 보고했다.

[사진=Synopsys]
[사진=Synopsys]

 

▶위기 직면한 중국 EDA 기업

그러나 중국의 수많은 정부 지원 EDA 기업이 퇴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중국 로컬 EDA 업체들은 기존 외산 EDA 제품을 국내에서 대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아브라함 장은 “여전히 여러 중국 EDA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급자족을 위한 정부의 지원 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EDA 산업은 아직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는 “EDA를 제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쉽지만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푸단대학교 마이크로전자공학연구소의 장 웨이(Zhang Wei) 소장 또한 중국은 초기에 국내 EDA 생태계를 구축했지만 이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높시스와 케이던스 등 여러 기업은 지난 몇 년 동안 전통적인 칩 EDA 분야 외에도 시스템 분석 EDA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 시높시스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앤시스(Ansys)를 인수하면서 기존 반도체 설계 중심이었던 EDA 업계 경쟁이 시뮬레이션까지 확대됐다. 이는 급성장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EDA 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이와 달리 중국의 EDA 기업들은 시스템 시뮬레이션과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EDA 업계에서는 시높시스와 앤시스의 경우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자국내 EDA 기업이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브라함 장은 “각 업계 플레이어가 기술 측면에서 ‘필수 불가결한 지위’를 확보하고 성숙한 상용화 모델을 개발하지 못하면 통합은 꿈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기존 EDA 기업의 대부분은 결국 시장 경쟁에 의해 단계적으로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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