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반도체 혹한기 이겨 낸 비결은 'HBM'
연구개발 비중 늘리며 차세대 기술 개발 노력도 지속
삼성,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3차원(3D) 패키징 사업도 본격화

[사진=AMD]
[사진=AMD]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치고 내년에 다시 회복세에 들어선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6천259억 달러(814조2천333억원)로 예상했던 내년 반도체 연간 매출 전망치를 6천328억 달러(823조2천95억원)로 약 1.1% 상향조정했다. 이는 올해 매출 전망치 보다 20.2%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PC와 스마트폰 시장에 쌓여 있던 재고가 상당 부분 정리되고 있으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도 하반기 초 바닥에서 반등을 시작한 만큼 반도체 업황 회복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내년 인공지능(AI) PC 및 AI 스마트폰 출시와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및 D램 비트 출하량 개선 등 다른 호재도 풍성하다.

최근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의 웨이저쟈 CEO도 지난달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PC, 스마트폰 등 최종 시장 수요 안정화의 초기 징후가 관찰되고 있다"며 "내년에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길고 길었던 '반도체 혹한기'가 지나고 맞이하는 '반도체의 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어떤 '꽃길'을 걷게 될까?

SK하이닉스는 DDR5,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으로 올해 이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에도 HBM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도 HBM, DDR5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추격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 AI 산업의 급부상으로 메모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기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파운드리 수요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반도체 혹한기 이겨 낸 비결은 'HBM'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혹한기에 강력한 버팀목은 HBM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 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AI 연산 반도체에 필수적인 요소다. 생성형 AI 열풍에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고 있다.

HBM 개발은 SK하이닉스가 성공했으나 이후 삼성전자가 2세대인 HBM2에 이어 3세대 HBM2E까지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해 나갔고,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4세대 HBM3 시장을 선점하면서 양사의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초창기부터 엔비디아와 협력하며 HBM을 개발한 덕분에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로 이어지는 독점적인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 D램보다 훨씬 비싼 HBM을 주력으로 삼으며 지난 3분기에는 D램 사업 영업이익률이 삼성전자를 앞지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한발짝 뒤쳐져 있지만 40~50조원을 HBM 설비에 투자하면서 격차를 단숨에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이 유력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이 엇비슷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38.2%였고, SK하이닉스는 31.9%로 집계됐다. 양사가 글로벌 D램 시장 전체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AI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면서 내년에 HBM 수요가 10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과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스란히 나눠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이닉스가 개발한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하이닉스가 개발한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연구개발 비중 늘리며 차세대 기술 개발 노력도 지속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부진 속에서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늘리며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의 3분기 누계 연구개발비용은 20조7899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9%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 기간 3조1356억원의 연구개발비용을 투입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무려 14.6%다. 반도체 혹한기임에도 연구개발 비중을 늘린 것은 첨단 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최근 삼성전자는 휴대용 SSD로는 가장 큰 용량을 자랑하는 8TB 'T5 EVO'를 출시했으며, 지난 9월에는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모듈은 So-DIMM 대비 탑재 면적을 최대 60% 이상 감소시켜 PC나 노트북의 부품 구성 자유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AI, 고성능 컴퓨팅(HPC), 서버,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응용처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12나노급 32GB DDR5 D램 개발 소식도 알리며 미세 공정 경쟁에서 앞선 기술력을 과시했다. 32GB는 D램 단일 칩 기준으로 역대 최대 용량이다. 삼성은 이 제품을 연내 양산할 계획으로 데이터센터 등 전력 효율을 중시하는 IT 기업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AI용 초고성능 D램인 HBM3e을 선보였다. HBM3e는 4세대 HBM3의 확장 버전으로 어드밴드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열 방출 성능을 기존 제품 보다 10% 높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HBM3e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D램 최고속도인 초당 9.6Gbps(9.6기가비트)를 구현한 'LPDDR5T'도 기술 성과 중 하나다. 올 1월 개발을 완료한 이후 퀄컴과 호환성 검증 작업을 진행했으며 최근 16GB 패키지를 고객사에 공급했다. SK LPDDR5T는 스마트폰 성능을 극대화할 최적의 메모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3D패키징 [사진=삼성전자]
3D패키징 [사진=삼성전자]

삼성,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3차원(3D) 패키징 사업도 본격화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TSMC에게 HBM은 SK하이닉스에게 주도권을 내주면서 도전자의 위치에 놓여 있으나 새로운 첨단 반도체 시장만큼은 선두로 치고나가겠다는 의지다.

그 중 하나는 차량용 반도체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가 예상보다 저조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주춤한 상태지만 삼성전자는 전력 반도체와 차량용 고대역폭 메모리 등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모델 차량 확대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자율주행 차량 한대당 평균 D램 탑재량이 10기가바이트(Gb)에서 2030년에는 60Gb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즉, 지금보다 시장이 6배 커진다는 의미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자율주행 3단계 모델 출시를 예고하면서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2나노 전장 솔루션 양산 준비를 2026년 완료하고 전장용 메모리인 eM램(내장형 M램) 포트폴리오를 2026년 8나노, 2027년 5나노까지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차량에 쓰일 전력 반도체 포트폴리오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에서도 차량용 디테처블 오토SSD와 더불어 차량용 고대역폭 GDDR7 및 LPDDR5X 등을 선보였다.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을 통해 2025년 전장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도 밝혔다.

포드, 폭스바겐, 도요타, 현대차 등도 클라우드를 활용한 커넥티드카 및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하면서 대용량 데이터 연산 및 처리를 위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여러 고객사별로 특화된 성능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기존 메모리 반도체처럼 차량용 반도체도 범용화 한다면 향후 압도적인 시장 점유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후공정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해 3D패키징 사업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3D 패키징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을 규정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를 수평으로 배열하면 2.5D 패키지, 수직으로 쌓는 적층 방식을 쓰면 3D 패키지로 분류된다.

칩을 수직으로 쌓으면 전자 이동 거리가 짧아져 전류의 이동 속도가 개선되고 이는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파운드리 업계는 3D 패키징으로 전환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3D 패키징 수요는 생성형 AI, 온디바이스 AI 등에 적용되는 최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SAINT 기술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용 AP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3D 패키징은 SAINT(Samsung Advanced INterconnection Technology) 기술이 바탕이 된다. 임시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하는 S램을 중앙처리장치(CPU) 등 프로세서 위에 쌓는 SAINT-S의 기술 검증을 완료했으며, 내년엔 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의 프로세서 위에 데이터 저장용 D램을 올리는 SAINT-D,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프로세서를 위아래로 배치하는 SAINT-L의 기술 검증도 마칠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첨단 패키징 시장 규모는 지난해 443억달러에서 2028년 786억달러로 2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3D 패키징도 TSMC가 삼성에 비해 상당 부분 앞서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파운드리와 HBM, 3D 패키징 전 과정을 직접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만업체도 견제하고 있는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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