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남자' 배재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주주가치 보호 못하고 골목상권 철수는 2개 뿐
'국민메신저'에서 '국민기업'으로 인식 전환 필요한 때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 카카오가 위기에 빠졌다 [사진=카카오]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 카카오가 위기에 빠졌다 [사진=카카오]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단기간에 국내를 대표하는 IT 기업이 된 카카오가 위기다. 그간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카카오가 이제는 국민의 질타를 받는 자리로 추락했다. 카카오가 이전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해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인도의 '국민기업'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 매출 규모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타타

인도에는 '타타'라는 국민기업이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광범위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타타는 그보다 스케일이 크다.

섬유 무역업으로 시작한 타타는 철강, 항공, 자동차 등 인도의 중후장대형 산업화를 선도했고 이후 IT, 전기, 유통, 통신 등 전 분야에 걸쳐 인도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타타그룹이 손대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이니 경쟁 기업들 입장에서는 타타의 존재가 예뻐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타는 인도인들에게 '국민기업'으로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그 이유는 타타그룹이 걸어 온 행보 때문이다. 타타그룹은 기업의 이익보다는 사회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계열사는 매년 이익의 4%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매년 사회에 환원되는 금액은 1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또, 지주회사인 타타손즈는 주식의 3분의 2를 기부해 자선재단을 만들어 과학과 기술, 의료연구 등을 위한 국가기관을 설립했다.

타타그룹은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늘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요즘은 우리나라 기업들도 직원 복지의 중요성을 느끼고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나 타타그룹은 지난 1886년부터 1937년 사이에 직원을 위한 연금기금 설립, 노동자 상해보상 실시, 8시간 근무제 확립, 직원 무상의료, 직원 자녀를 위한 학교 설립, 유급휴가 도입, 출산수당 지급, 이익공유제 실시, 퇴직금 설립 등을 이뤄냈다.

1등 기업이 하면 다른 기업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타타의 선제적인 복지정책은 인도의 기업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연매출 3400만원 → 7조원

우리나라에는 타타와 같은 국민적 사랑을 받는 '국민기업'이 있을까? 이제 우리나라도 삼성, LG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하게 됐고 이들을 '국민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서비스 이용자 수와 시장 점유율만으로 따지자면 카카오톡을 서비스 하는 카카오만한 국민기업이 없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인 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앱이 등장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카카오톡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 앱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래서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라 불리게 됐다.

지난 2010년 카카오톡을 세상에 선보인 '카카오'는 1998년 인터넷 게임포털 한게임을 설립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도전에서 시작됐다. 한게임과 NHN(현 네이버)의 합병을 성사시킨 후 2008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을 창업했다. 그리고 그의 도전은 '국민 메신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재계 순위 10위권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 매출은 34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2022년 매출은 7조원이 넘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선보인 다양한 비즈니스들이 연이어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2023년 카카오는 국민적 사랑 보다는 지탄을 받으며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져 있다. 몇 년 사이 주가조작, 골목상권 침탈 등의 이슈가 잇따르면서 어느새 부도덕한 기업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게 됐기 때문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질타하는데 까지 이르렀다.

카카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카카오의 위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 2021년 10월 김 센터장은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4번이나 국정감사장을 찾았다.

당시 그는 인수·합병(M&A)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골목상권 침해, 계열사 신고 누락, 높은 수수료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를 받았다.

김 센터장은 "(골목상권) 일부는 철수를 시작했고,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으며 카카오가 초기 투자한 회사가 많지만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치권이 기업을 길들인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요 계열사인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게임, 금융 등의 분야에서 연달아 악재가 터지면서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SM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으로 카카오 고위 임원이 구속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카카오]
SM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으로 카카오 고위 임원이 구속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카카오]

▶ '김범수의 남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SM인수 과정서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가장 큰 사건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로 인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배재현 대표는 카카오그룹 전체 투자를 총괄한 핵심 인물로 일명 '김범수의 남자'로도 불린다.

배 대표는 2016년 음원 플랫폼 멜론 인수부터 올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1조2000억원 해외 투자 유치까지 카카오그룹 미래를 좌우하는 '빅딜'을 이끌었다.

올해 초 엔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SM 인수전도 배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SM 인수전은 SM 경영진이 당시 최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를 경영에서 배제하면서 카카오에 SM 지분 9%가량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는 SM 인수전에 뛰어든 하이브와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보유하던 SM 지분의 80%가량인 14.8%를 인수하고, 당시 9만8500원이었던 SM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2월 16일 SM 주가는 전날보다 7.5% 올라 13만 1900원까지 뛰었다. 하이브 측은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의문의 기타법인이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주식을 비정상적으로 대량 매입하는 등 시세를 조종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은 배 대표가 2400억여원을 투입해 SM 주식 가격을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 매수 가격(12만원)보다 높였다고 보고 있다.

 

▶ "스톡옵션 행사 안할 것" "계열사 줄일 것".. '약속 지키지 않는 기업' 인식 확산

여기에 카카오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라는 인식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퇴직한 남궁훈 전 대표는 주주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로 재직하며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대표로 선임된 지난해 2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를 15만원 아래로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내 게시판에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일체를 보류하며 주가 15만원이 되는 그날까지 최저임금만 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남궁 전 대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취임 6개월 만에 사임했다. 사임과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원의 차익을 챙겼고, 대표 사임 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2억50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대표를 사임하면서 결론적으로 공개적인 약속을 모두 어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2년에 걸친 국정감사장에서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카카오는 계열사를 줄이고 골목상권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계열사 수는 늘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카카오 계열 변동·골목상권 철수 업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총 144개로 2021년 2월(105개)과 비교하면 무려 37.1% 증가했다.

골목상권 철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범수 센터장은 2021년 국감에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부분이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골목상권 관련 사업을 접은 분야는 카카오모빌리티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2개뿐이다.

카카오는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기존 업계의 중소사업자들과 충돌을 일으켜 왔다. 중소사업자들은 생존권과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카카오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의 골프 사업 계열사 카카오VX는 기술탈취 의혹을 받고 있고, 카카오헬스케어는 경쟁사 닥터다이어리 서비스 도용 의혹이 제기된 후 현재는 중재된 상태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카카오는 국내 시장을 무대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하는 당장 돈 되는 사업 위주로 진출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하던 영역에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 뛰어드니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 [사진=카카오]
카카오 김범수 센터장 [사진=카카오]

▶ '국민메신저'에서 '국민기업'으로 인식 전환 필요한 때

카카오가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는 것은 어쩌면 쉬울 수 있다. 문제가 있는 인사나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앉히면 어느 정도 수습이 될 것이다. 그러면 카카오는 그저그런 대기업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카카오가 거기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면 '국민메신저'를 만든 기업에 걸맞는 '국민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범수 센터장도 지난 2020년 3월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전 직원에게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카카오의 10년이 '좋은 기업(Good company)'이었다면 향후 10년은 '위대한 기업(Great company)'으로 이끌고 싶다"라고 했다.

김 센터장이 그리는 '위대한 기업'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그 해법은 타타그룹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태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카카오에 정부기관 수준의 사회적 책무를 지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카카오는 사실상 '준 정부' 내지 '유사 정부' 수준"이라며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환원하려는 사회적 공헌 등이 부족하다보니 카카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꾸준히 나오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추진하는 당국과 소통하고 협조하며 꾸준하게 사회적 자본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카카오에게 있다"며 "실적 위주의 경영을 넘어서 사회적 후생과 공공거버넌스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해 신뢰자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센터장은 지난 6일 2차 공동체 경영회의를 열고 카카오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경영쇄신위를 출범하기로 결정했다. 위원장은 김 센터장이 직접 맡고, 주요 계열사 CEO가 참여한다.

김 센터장은 이날 회의에서 "카카오는 이제 전 국민 플랫폼이자 국민 기업이기에,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카오와 관계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감시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설치한다.초대 위원장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국민 기업'을 언급한 김 센터장이 향후 카카오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갈지 지켜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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