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새로운 리소그래피 시스템 출시
아직 ASML 따라잡기는 어려워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캐논이 새로운 반도체 제조 시스템을 공개하며 ASML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SML은 세계 최대 노광장비 생산업체로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ASML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가운데 최근 캐논이 나노임프린트(NIL) 장비를 출시해 ASML과 대등한 경쟁 구도를 만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사진=ASML]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사진=ASML]

 

▶ASML 타격 가능성 제기돼

ASML은 미세 반도체 회로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슈퍼을로도 유명하다. 반도체에 그려지는 집적회로가 나노 시대로 들어오면서 EUV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연간 생산량이 적고 대기 물량이 많아 파운드리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ASML의 아성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ASML은 저가형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통해 중국 수출을 지속했다. 이로 인해 최근 네덜란드 규제 당국은 정부 허가 없이 중국 칩 제조업체에 최신 DUV 시스템 판매를 금지하는 추가 수출 제한을 승인했다. ASML의 중국 수출을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캐논은 최근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출시했다. 이 장비는 비교적 저렴한 UV를 이용하고 공정이 단순해 대당 약 2억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하는 ASML의 EUV보다 낮은 가격이 예상된다. 특히 비싼 EUV 장비를 구매하기 어려운 글로벌파운드리, UMC, 타워 세미컨덕터 같은 파운드리 후발주자들에게 또다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캐논이 NIL 시스템을 통해 리소그래피 시스템 시장에서 ASML과 경쟁할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AI 시장의 확대로 데이터센터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하고 있어 반도체 리소그래피 사업 또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ASML]
AI 시장의 확대로 데이터센터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하고 있어 반도체 리소그래피 사업 또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ASML]

 

▶NIL로 재기 목표하는 캐논

한때 전 세계 반도체 노광장비 시장을 선점했던 캐논과 니콘은 반도체 공정 초미세화가 진행됨에 따라 10나노 이하 EUV 경쟁에서 ASML에 크게 뒤처졌다. 현재 캐논은 산업 사업부를 통해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으며 2023년 상반기 매출의 7%만을 차지해 캐논에서 가장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로 남아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캐논은 2004년부터 EUV의 대안으로 NIL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이 기술은 레이저로 회로 패턴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패턴이 그려진 스탬프로 회로를 찍어내는 방식이다. 캐논은 이번에 출시한 NIL 시스템으로 5나노에서 2나노에 해당하는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며 EUV와 같은 특수 광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 소비를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은 AI 시장의 확대로 데이터센터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리소그래피 시스템 사업 또한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캐논의 신제품 출시는 반도체 리소그래피 부문을 확장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로 보인다.

캐논의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장비 [사진=캐논]
캐논의 나노임프린트 리소그래피(NIL) 장비 [사진=캐논]

 

▶ASML 따라잡기 어려워

그럼에도 캐논이 ASML을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NIL 시스템을 도입하기에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발생할 결함에 대한 우려가 크다. 웨이퍼에 접촉하지 않고 빛으로 회로 패턴을 그리는 EUV 시스템과 달리 NIL 시스템은 스탬프를 웨이퍼에 직접 접촉해야 한다. 이런 물리적 접촉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미세한 결함은 칩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점점 미세화 되고 있는 칩에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ASML의 주요 고객인 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과 삼성, 인텔 등이 갑자기 EUV에서 NIL 시스템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없다. 이미 이 기업들은 EUV 시스템에 최적화된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으며 팹리스 고객들 또한 검증되지 않은 NIL 시스템보다 이미 검증된 ASML의 시스템으로 칩을 제조하는 것을 바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파운드리 업체들이 장비 도입을 고민하게 된다면 NIL 시스템은 ASML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NIL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해당 기술이 실행 가능한지와 제조 공정 중 결함을 일으키지 않는지를 입증할 목적으로 소량만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대안인 중국 진출도 확실치 않다. 중국의 칭화대학교 연구팀은 입자가속기를 새로운 레이저 소스로 사용해 DUV 혹은 EUV 시스템보다 효율적인 비용으로 더 작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며 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정치·경제적 이유로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 또한 진출이 어려운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