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
대표적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현대차그룹의 E-GMP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또 다른 미래, CTB

[테크월드뉴스=김준혁 기자] 대표적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는 다양한 부분에서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구조에 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에서 만들어진 힘을 변속기, 구동축 등을 거쳐 바퀴에 전달한다. 때문에 부품이 많고 구조가 복잡하다. 

반면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다. 동력 전달 과정이 전기모터, 감속기, 바퀴 뿐이다. 대신 전기차는 차체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처럼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대다수 전기차는 별도의 전용 플랫폼을 쓴다. 전기차로서의 효율과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의 중심이 된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미래 자동차의 중심이 된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빠르게 진화 중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전기차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용 플랫폼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기차의 특성이 극대화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전용 플랫폼을 활용하면 전기차의 특성이 극대화된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플랫폼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엔진과 변속기 등의 파워트레인, 구동축, 서스펜션 등 자동차의 핵심 요소를 구성하는 구조물이 바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랫폼 없이 자동차는 존재할 수 없고, 플랫폼 하나만 잘 만들어도 자동차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최근 들어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플랫폼 개발에 공을 들여 여러 차종에 공유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플랫폼의 이 같은 특성은 전기차라고 해서 예외일 리 없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전기차에 필요없는 내연기관 부품과 그 부품이 들어갈 자리를 없애 전기차의 특징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에 따라 전기차에서 가장 큰 부품인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낮고 넓게 위치할 수 있다. 또한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은 전기모터의 장점을 극대화해 공기 효율을 극대화한 디자인은 만들 수 있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 덕분에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는 장점도 생긴다. 운동 성능에 이점도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겁다. 그러나 부피가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차체 바닥에 낮게 위치해 무게 중심이 비교적 낮다. 그래서 승차감이 안정적이고 무게에 비해 코너링도 훌륭하다. 전기차의 이 모든 장점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할 때 극대화된다.

 

▶ 대표적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현대차그룹의 E-GMP

E-GMP와 함께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시도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GMP와 함께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시도한 현대차그룹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 자동차의 성장 동력원이 전기차에 있다는 사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용 플랫폼 개발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E-GMP는 모듈식 구성을 자랑한다. 배터리 탑재 부분, 전륜 구동 모터, 후륜 구동 모터 등을 차종별로 다르게 배치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중형 전기차부터 대형 전기차, 전기 SUV까지 E-GMP 하나로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E-GMP의 장점은 모듈식 구성 외에 또 있다. 800V 전력 시스템 기반의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충전 속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이와 함께 고밀도 배터리 셀을 사용해 비슷한 크기의 배터리 팩 대비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다. 그 외에도 E-GMP에는 고성능 전기모터가 더해져 전반적인 성능도 우수한 편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6는 E-GMP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전기차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아이오닉 6는 E-GMP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전기차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이처럼 E-GMP의 완성으로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E-GMP 기반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기아 EV6와 EV9, 제네시스 GV60 등이 완성도 면에서 타사의 전기차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에 빠르게 대응하며 E-GMP를 개발한 현대차그룹의 선견지명은 성공적이라 볼 수 있다.

 

▶ 자체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들

폭스바겐그룹은 일찌감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여러 차에 적용 중이다. [사진=폭스바겐그룹]
폭스바겐그룹은 일찌감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여러 차에 적용 중이다. [사진=폭스바겐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유명한 또 다른 제조사는 폭스바겐그룹이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자동차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로 전환될 것을 일찍이 파악했다. 그룹 내에 포함된 브랜드가 많았던 만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들 경우 활용도가 높았던 것도 알았다. 때문에 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고, 지난 2018년 MEB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공개했다. 

다만, MEB는 E-GMP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 여기에 800V 전력 시스템도 탑재되지 않아 배터리 충전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대신 폭스바겐그룹은 프리미엄 중대형 전기차를 위한 또 다른 전용 플랫폼도 갖고 있다. 바로 PPE다. 포르쉐의 신형 마칸 전기차와 아우디 A6 e-트론에 적용 예정인 플랫폼으로, MEB의 장점을 해소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MEB와 PPE를 통합한 개념의 완전히 새로운 전용 플랫폼인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오는 2026년 선보일 에정이다. 

GM은 다양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대형 전기 픽업트럭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GM]
GM은 다양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대형 전기 픽업트럭에 적용하고 있다. [사진=GM]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또 다른 사례는 GM이다. GM의 전기차 전욜 플랫폼 개발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 무려 1996년 BEV1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물론, 당시에는 대량 생산 목적은 아니었고, 실험적인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다른 제조사보다 수십 년 이상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했던 게 이점이 됐다. 쉐보레 볼트 등의 기반이 된 BEV2에 이어 2020년 BEV3라는 이름의 최신 전용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대형 전기 SUV 및 픽업트럭을 위한 전용 플랫폼 BT1도 개발했다. 

BEV3와 BT1은 국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현재 GM의 BEV3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로는 캐딜락 리릭, 쉐보레 블레이저 EV 등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년 내에 BEV3 기반의 전기차가 7종 이상 등장할 예정이다. BT1 기반의 전기차는 주로 픽업트럭이다. 허머 EV를 시작으로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등이 있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또 다른 미래, CTB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한 테슬라는 CTB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양산화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한 테슬라는 CTB라는 새로운 개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해 양산화했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지금까지 설명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제조사가 모두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케이트보드 형태라는 점이다. 스케이트보드 형태란 앞뒤 차축 사이에 배터리를 위치시킨다. 그 모습이 마치 스케이트보드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미래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형태는 다르게 진화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게 바로 CTB(Cell to Body)다. CTB는 여러 면에서 스케이트보드 형태 플랫폼과 다르다. 결정적인 차이는 배터리가 차체 중앙에 배치되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 차체 구조물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차체 앞부분 또는 일부분에 배터리 셀이 내장된다. 항공기의 연료 탱크가 날개에 적용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CTB가 이 같은 구조를 채택한 것은 스케이트보드 형태에 비해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CTB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제조사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가 차체 일부로 활용되는 CTB 개념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몇 년 뒤 모델 Y에 적용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밝힌 CTB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배터리 구조의 최적화로 인한 무게 감소, 그로 인한 주행거리 향상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제조사 BYD도 CTB 방식의 플랫폼을 활영 중이다. [사진=BYD 홈페이지]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제조사 BYD도 CTB 방식의 플랫폼을 활영 중이다. [사진=BYD 홈페이지]

물론 CTB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배터리가 차체 일부화된 탓에 사고가 났을 경우 배터리만 교체하기 어렵다. 또한, 기존 방식에 비해 여러 부분에서 차이가 많기 때문에 차종 개발과 대량 생산에 초기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그리고 중국 최대의 전기차 제조사 BYD는 CTB를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이 이뤄지는 모습에 대해 언계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자동차 시장의 흐름이 전기차로 전환됐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적극적인 경쟁과 기술 개발이 이뤄지는 만큼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전기차의 가격이 낮아지는 한편, 성능 향상이 이뤄지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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