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에 영어 능통한 인도계,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 장악
2000년대 초반, 대만계가 아시안 파워 주도… 엔비디아·AMD에서 새로운 표준 제시
'K-리더십' 관건은 네트워킹 능력 보완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최근 EPL의 간판 스타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장이 된 후 팀이 시즌 초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면서 'K-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22 시즌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손흥민은 실력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으나 팀의 주장은 늘 '해리 케인'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케인이 독일 리그로 이적을 하면서 손흥민은 토트넘 141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유럽권 출신 주장이 됐다.

그리고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케인의 공백으로 인한 부진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토트넘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10월 1일 리버풀과 경기에서도 2-1로 승리하며 5승 2무로 개막 7경기 무패행진 중이다.

그러자 현지에서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고 있다. 손흥민이 보여주는 공감능력과 배려, 희생, 화합, 협력 등이 'K-리더십'으로 정의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K-리더십'이 어쩌면 조만간 글로벌 IT 기업에서도 나타날지 모른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MD, 엔비디아 등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IT 기업에서 아시안 파워가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인도, 중국, 대만 등의 아시아계가 주요 기업의 CEO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깜짝 발표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진=연합뉴스]

 

고학력에 영어 능통한 인도계, 구글·IBM·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 장악
현재 미국 내 주요 IT 기업의 CEO는 인도계가 장악을 하고 있다.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트위터의 직전 CEO도 인도계 퍼라그 아그라왈이었다.

순다르 피차이는 2015년부터 구글의 CEO를 맡은 후 2019년 모기업 알파벳의 CEO로도 재직하며 구글 왕국을 이끌고 있다. 피차이가 구글의 CEO에 오르게 된 것은 구글 크롬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플로러 독점 시대를 끝낸 공로 덕분이다. 지난 2011년 구글 크롬 수석부사장을 시작으로 2014년 구글 수석부사장을 거쳐 CEO까지 이르렀다. 그가 구글을 이끈 뒤 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1992년 클라우딩 컴퓨팅 전문가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다.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지난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제3대 CEO로 취임했다.

그는 기존 컴퓨터 OS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클라우드로 전환시키며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바꿨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기는 기업이 됐다.

이처럼 인도계 CEO들의 활약은 인도인 특유의 총명함과 성실함 덕분이라는 평가다.

비벡 와드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공대 교수는 “인도인은 지난 수십 년간 부패와 열악한 인프라, 제한된 기회와 싸우면서 생존력·회복력을 길렀으며 인도 가정에선 겸손함과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계 미국인들의 학력 수준이 대체로 높은데다 영어에도 능통하고, 미국 문화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것도 인도계가 활약하는 이유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 대만계가 아시안 파워 주도… 엔비디아·AMD 새로운 표준 제시

미국 IT 기업의 아시안 파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그 중심에는 대만계 중국인들이 있었다.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과 지난 2006년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한 유튜브 CTO 스티브 첸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CEO 제럴드 수도 대만계 중국인이었다.

지금도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인공지능(AI) 분야의 핵심 산업에서 두 명의 강력한 대만계 리더가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한 명은 엔비디아의 창업자인 젠슨 황이고, 다른 한 명은 망해가던 AMD를 일으켜 세운 리사 수이다. 두 사람 모두 기존의 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젠슨 황은 초창기 사무용으로 쓰이던 PC가 멀티미디어 기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1993년 세계 최초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 업체 엔비디아(NVIDIA)를 설립했다.

엔비디아도 처음에는 멀티미디어 처리에 특화된 CPU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CPU 시장을 인텔이 독점하고 있다 보니 엔비디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젠슨 황은 CPU 개발의 꿈을 접고 GPU 시장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1995년 9월 'NV1'이라는 GPU를 개발했지만 비싼 가격에 호환성에도 약점을 보이며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다행히 일본 게임개발사 '세가'가 차세대 게임기용 그래픽 칩셋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면서 NV1의 후속인 NV2를 개발로 이어졌다.

그러나 NV2도 결국 실패했다. 이제 NV3에 회사의 명운이 걸린 상황. 그런데 1997년 시장에 등장한 NV3가 소위 대박을 치며 경쟁사를 앞서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1999년 최초의 지포스 제품군인 '지포스 256(NV10)'을 공개하게 된다.

지포스 256은 처음으로 CPU의 도움 없이 GPU 자체적으로 3D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GPU가 CPU에 부속된 부품이 아니라 별도의 능력을 갖춘 기기로 거듭난 것이다.

이때부터 엔비디아는 자사의 제품을 '그래픽 처리 장치(GPU – Graphic Processing Unit)'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GPU는 생성형 AI의 핵심 요소로 자리 매김하면서 엔비디아는 미래 산업의 핵심 기업이 됐다.

 실리콘 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명의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엔비디아)과 리사수 (AMD)

AMD CEO 리사 수는 1986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입학 후 석사와 박사 과정을 통해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는데 AMD가 그녀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면서 내놓은 AMD의 애슬론 프로세서가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를 성능면에서 능가하기도 했다.

또, 리사 수는 1995년 IBM의 반도체 연구 개발 부서에 이사로 합류해 기존 반도체 금속 배선의 표준이었던 알루미늄 배선을 구리 배선으로 교체하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배선 재료의 재질을 교체해 반도체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20% 가까이 향상되었다. 리사 수와 IBM이 1998년 선보인 구리 배선재료는 지금까지도 업계 표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후 리사 수는 2007년까지 12년 동안 IBM 연구 개발 부서에 재직하면서 40개 이상의 반도체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SCE(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해 비디오 게임기 뿐만 아니라 모든 가전기기에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을 지휘했다.

이를 통해 훗날 '셀(CELL)'이라고 이름 붙여진 플레이 스테이션 3용 CPU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리사 수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셀'과 셀에서 파생된 기술로 만들어진 '제논'은 플레이 스테이션 3와 엑스박스 360에 탑재되며 비디오 게임용 CPU 시장을 장악했다.

그녀는 IBM 시절의 스승인 도노프리오로부터 위기의 AMD를 구할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현재 리사 수의 AMD는 고성능 CPU와 GPU를 둘 다 만들 수 있는 세계 유일의 회사로 꼽힌다. 특히 '가성비' 전략이 성공하면서 CPU 시장에서는 인텔,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동시에 싸우는 유일한 기업이 됐다.

 

'K-리더십' 관건은 네트워킹 능력 보완

그간 실리콘밸리에서 이름을 날리던 한국계들은 주로 국내에 들어와 스타트업을 설립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기업을 발굴해내는 VC 업계에 몸을 담아왔다. 하지만, 향후 대만계와 인도계를 이을 다음 주자는 한국계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도 좋을 것 같다.

미국 IT업계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언어와 네트워킹 기술면에서 인도계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의 경우 영어가 공용어다 보니 고학력자는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가 가능하다. 또, 동료들과 업무 외적으로 취미 생활을 함께 하거나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는데도 인도계가 대체로 능해 인간적 유대감도 쉽게 형성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계는 업무 능력은 탁월하지만 업무에 관련된 이야기 외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다 보니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구글 HR 비즈니스파트너인 황성현 퀀텀인사이트 대표는 “미국계나 인도계들은 보통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다가 스포츠, 영화, 정치이야기를 거쳐 자신의 실패담이나 일탈했던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며 웃는다”며 “하지만 한국계는 그런 대화의 흐름과 스킬 부분에서 약하다”고 말했다.

즉, 다소 아쉬운 점만 보완된다면 글로벌 IT기업에서 한국계 CEO가 자리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특유의 성실함과 똑똑함을 바탕으로 하고 네트워킹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인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것이다.

핏빗 차지3 [사진=핏빗]
핏빗 차지3 [사진=핏빗]

한국계 CEO, 과거 성공 사례도 충분해

미국 IT 업계에서 한국계 CEO의 성공 사례도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 준 SHI의 CEO인 타이 리와 혁신을 주도한 핏빗(Fitbit)의 제임스박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포브스는 타이 리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는 그녀가 부도 직전의 기업을 100만달러에 인수해 25년 만에 매출 60억달러의 기업으로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소프트웨어 판매·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SHI가 일반인에게 생소한 기업이지만 AT&T와 보잉, 존슨앤드존슨 등 1만7500여개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며 1달러만 가격이 낮아도 거래회사를 바꾸는 글로벌 아웃소싱 풍토 속에서도 고객 유지율이 99%를 넘는다고 소개했다.

당시 포브스는 SHI의 성공비결로 경영진과 직원 간 차별을 두지 않는 타이 리의 경영 스타일을 꼽았다. 타이 리는 포브스에 “달러로 표시되는 회사의 가치는 내가 직원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며 “회사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직원이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한다”고 강조했다.

핏빗의 CEO인 제임스 박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제임스 박 CEO가 핏빗을 설립할 때만 해도 웨어러블 기기라는 시장 자체가 없었는데 지난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에릭 프리드먼 CTO와 핏빗을 공동 창업해 2000억달러가 넘는 시장을 만들어냈다.

핏빗은 이용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알려주는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용자의 하루 걸음 수와 달린 거리, 소모 칼로리 등 운동량과 심장박동 수, 수면 시간 등을 측정해 알려주는 스마트워치가 대표 제품이다. 핏빗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억 대 이상 기기를 팔았고, 사용자 수는 2800만 명을 넘는다.

핏빗은 한때 애플워치 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웨어러블 시장을 선도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페이스북과 경쟁 끝에 핏빗을 무려 21억달러에 인수하며 성공 신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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