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늦고 관대한 제재가 원인
엄격한 제재와 기술 장벽으로 인한 한계

[테크월드뉴스=박예송 기자] 최근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7나노 공정 칩이 적용됐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수급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7나노 칩의 등장은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화웨이의 칩을 생산한 건 SMIC지만 그 동력은 미국의 느슨한 제재였다. 미국은 중국의 행보에 초조함을 느끼며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기린 반도체 [사진=화웨이]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간 기린 반도체 [사진=화웨이]

 

▶애매한 제재, 중국에 자극 준 꼴

대만 언론 디지타임스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루크 린은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늦게 발표하고 관대하게 가한 것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SMIC는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이미 14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DUV 장비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2020년 10나노 이하 공정 장비와 관련해 SMIC에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중국이 이렇게 사전에 확보한 DUV 장비는 화웨이가 7나노 공정으로 5G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됐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SMIC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시작될 무렵 중국 파운드리 업체는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고 TSMC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나 SMIC가 최첨단 반도체 장비에 접근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이 오히려 SMIC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며 SMIC가 화웨이를 위해 생산한 기린 9000S 칩은 획기적인 게 아니라 미국이 부과한 규제를 돌파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했을 때 퀄컴과 인텔 같은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 기업은 화웨이와 같은 대형 고객의 주문을 잃지 않기 위해 미국 정부에 거래 금지 조치를 완화해 달라고 로비를 했다. 결국 정부는 2020년 4분기부터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을 어느 정도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했고 5G 및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칩에만 금지 조치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린 애널리스트는 이런 화웨이에 대한 관용이 현재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SMIC 전경 [사진=SMIC]
SMIC 전경 [사진=SMIC]

 

▶미국, 다시 제재 조치 들어갔다

SIA와 회원사들은 태도를 바꾸고 엄격한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보고서에서 SI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화웨이가 중국 전역에 웨이퍼 팹을 구축하기 위해 300억 달러(약 39조 원)의 국가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만약 화웨이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시설을 건설하는 경우 미국의 제재를 피해 간접적으로 칩 제조 장비를 구매할 가능성도 있다.

SIA가 이 정보를 공개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더 엄격한 제재를 취하고 후속 조치를 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답했다.

린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정말 화웨이를 규제하고 싶다면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5G 칩 생산 확대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5G 기능만 있다면 어느 공정이든 중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는 생산량의 확대를 막으려면 미국의 제재가 칩 제조 장비와 소모성 자재를 겨냥해야 한다며 제재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화웨이에 대한 판매 제한뿐 아니라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아예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7나노 칩 만들었지만 의미 있을까

이외에도 SMIC의 반도체는 더 낮은 클럭, 더 높은 전력 소비, 더 넓은 웨이퍼 면적 등의 문제가 있다.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의 방열판은 그 면적이 휴대폰 후면 패널을 거의 덮고 있다. 이는 SMIC의 첨단 제조 공정이 아직 미숙해 발열이 높고 전력량을 줄이기 위해 프로세서의 성능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

DUV 공정을 통해 최대 5나노 칩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수용 가능한 수율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DUV 공정을 통해 생산된 SMIC 제품의 수율은 약 50%로 생산단가는 EUV를 활용하는 삼성전자 대비 100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번거로운 공정, 낮은 수율,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디지타임스는 현재 SMIC는 7나노 수준에서 수율과 용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7나노 및 5나노 수준의 기술 장벽으로 인해 규모를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회원가입 후 이용바랍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