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IT 기술력
센서, 임베디드 솔루션 등 강소기업 역할 주목

폴란드로 수출된 FA-50 전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폴란드로 수출된 FA-50 전투기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대한민국 K방산이 지난해에 이은 수주 훈풍에 힘입어 올해 200억달러 수출 시대를 연다. 

지난해 K방산은 수출액 170억달러를 넘어서는 신기록을 썼다. 지난 2002년(1억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무려 120배가 늘어난 수준이다. 이미 대표 수출 품목인 가전(80억달러), 섬유제품(123억달러) 수출액을 넘어섰으며, BTS나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며 기록한 콘텐츠 수출액(133억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수출 품목도 다양하다. K2 전차, K9 자주포, KF-50 전투기, 호위함,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비롯해 잠수함, 수리온 헬기도 해외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목표로 한 200억달러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업체들이 연초부터 잇따라 수출계약을 성사하고 있다.

KAI는 지난 2월 말레이시아와 FA-50 전투기 18대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전차 820대 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현재 폴란드와 K9 자주포, 다연장로켓(MLRS) 천무 등 수출계약을 협상 중이며, LIG넥스원은 한화시스템 등과 공동으로 지난해 UAE에 '천궁-II(M-SAM II)' 수출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추가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도 K방산은 폴란드를 비롯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신규 수주가 기대된다.

이처럼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배경에는 크고 작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십년간 쌓아올린 기술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영풍전자, 제어분야 탑티어… 아이쓰리시스템은 군사용 적외선영상 센서 독점 생산

예컨대 연 매출 650억원 규모의 영풍전자는 K9 자주포(송탄·조종탄 제어기)와 탄약 운반차인 K10(수직·수평·적치 제어기)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영풍전자는 1986년 3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방산분야에만 매진해 온 덕분에 서보제어와 전력제어, 계측제어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30㎜ 대공포 ‘비호’와 지대공미사일 ‘천마’, 보병장갑차 ‘K-21’ 등에도 부품을 제공하고 있다.

영풍전자처럼 K방산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은 수백여개에 이른다. 군사용 적외선영상 센서를 독점 생산하는 아이쓰리시스템도 그 중 하나이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우리 눈이 인식할 수 없는 적외선·엑스레이 대역의 정보를 가시영상정보로 전환하는 영상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K2전차와 현궁, 신궁 등 유도무기에 적외선 영상센서를 공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군수용 적외선영상 센서를 양산하는 곳은 아이쓰리시스템이 유일하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우주 산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첫 달 궤도탐사선 ‘다누리’에 고해상도 카메라를 공급했고,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7A’은 회사의 초점면유닛(FPU·반사경에서 들어온 빛을 전자신호로 변환해 처리하는 장치)이 적용됐다.

K9 자주포 [사진=한화디펜스]
K9 자주포 [사진=한화디펜스]

코츠테크놀로지, 임베디드 솔루션으로 방산 소프트웨어 국산화 선도

현재 K방산은 하드웨어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SW) 기술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임베디드 솔루션을 앞세운 코츠테크놀로지는 전차와 항공기, 무기 등을 제어하는 모듈과 시스템 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앞장서고 있다.

임베디드 솔루션이란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기계에 전용 SW가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을 뜻한다. 일반 가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계장치에 임베디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데 방산의 경우 무기체계의 안전성과 성능을 보장하려면 특수한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능력이 필요하다.

코츠테크놀로지는 온도, 습도, 진동, 충격 등 전쟁시 발생할 수 있는 극한 상황에도 견디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K2 전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싱글보드컴퓨터(SBC)를 기반으로 각종 유도, 항공, 해양, 지상 무기체계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장보고'와 같은 해군 잠수함에 적용되는 소나체계(수상 및 수중 위협 세력을 탐지·추적·식별하기 위한 체계), 무장통제 체계, 전투기·무인기에 탑재되는 임무컴퓨터, 발사제어 패널 등 첨단 군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방산 무기용 배터리 강자 ‘탈로스’… 제노코는 서브시스템 형식으로 주요 부품 공급

디지털화된 방산 무기에는 당연히 배터리가 필요하다. 일반 배터리에 비해 안정성과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배터리는 탈로스가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탈로스는 리튬 2차전지팩과 중소형 에너지 저장장치(ESS) 개발생산과 함께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데 특히 배터리 보호회로, 배터리 폭발방지 센서 및 충·방전 회로제어 등 고유 특허기술과 함께 제품 제조에 대한 표준화된 공정관리 능력과 생산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탈로스의 기술력은 ‘천궁-2’ 사격통제장치 ESS, 국내 TICN(전술통신체계) UPS(무정전 전원장치), 한국형 유도무기 KGGB 배터리, 위성통신 NGFT용 배터리, 수중체계 잠수정 등 대규모 사업과 함께 입증되고 있다.

다연장포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다연장포 천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노코는 전투기와 위성 등 항공우주 분야에 필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국산 전투기인 KF-21에 들어가는 항공전자장비 간 혼선 방지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특이한 것은 단순히 부품 한두 개를 납품하는 것이 아닌 여러 부품이 모인 ‘서브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성탑재체인 엑스밴드 트랜스미터가 그 예로 우주에서 지상에 고해상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또, 현대로템에 ‘K2전차 신호처리 감지기 통합보드’를 공급하고 있다.

빅텍, 현대 전자전 필수기술 ‘탐지 회피’ 갖춰… 전장 조건에 부합하는 라이다도 개발

전쟁에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각종 탐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전에서는 적의 탐지를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빅텍이 생산하는 전자지원장비(ES: Electronic Support)는 적 레이더나 미사일로부터 방사되는 전자기파의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방향을 탐지해 항공기, 함정 등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장비다.

대형 함정용 전자전시스템 방향탐지장치 개발을 시작으로 항공용 및 잠수함용 방향탐지장치 개발에도 성공했으며, 잠수함용의 국산화 개발 공로로 방위사업청 국방연구개발 장려금 중 최고 영예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방향탐지장치를 소형·경량화해 중소형 함정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소형전자전장비’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는 소형전자전장비의 수출용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텍은 ‘라이다(LiDAR)’ 기술에도 앞서 있다는 평가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물체에 조사해 반사된 신호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하는 기술로 주변 환경, 사물, 사람, 차량 등과의 거리나 이동하는 물체의 인식이 가능해 자율주행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핵심 구성품에 사용된다. 빅텍은 이미 국내 최초로 군 환경조건에 부합된 내구성과 영하 40도에서 동작하는 ‘32채널 라이다’ 개발에 성공했다.

또, MEMS(미세전자제어기술) 거울 방식을 사용한 무인전투체계용 라이다도 국책과제로 개발 중이며,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포함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관제시스템 국산화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차세대 잠수함의 단면도  [사진=한화오션]
한국형 차세대 잠수함의 단면도  [사진=한화오션]

2027년 방산 4대 강국 꿈, 양적·질적 성장 위한 전략 마련해야

정부는 지난해 11월 방산 수출 전략으로 2027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해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 방산 수출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 정부의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수출 점유율 기준 글로벌 방산 수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이지만 최근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분석보고서에서 글로벌 방산시장 격변기가 도래한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려면 방산 수요가 큰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동시에 수출제품·시장의 질적 고도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도 보고서와 관련, “현재 우수한 품질·신속한 납기 등 제품 경쟁력에 우리 정부의 세일즈 외교가 더해지면서 한국의 방위산업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방위산업은 첨단기술과 고급인력이 필요하고 국방력과도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최근의 수출 호조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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